좌충우돌 창업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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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오빠달려 1.♡.103.58
작성일 2024.09.04 16:09
68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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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아침에 싸온 찬밥을 혼자 먹다

(아직 전자렌지도 냉장고도 정수기도 없습니다.)

책상 2개 의자 하나 짐 싣는 대차라고하는 구르마 하나 작업대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두어 달을 개인적으로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오로지 사무실과 시장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보니

누군가에게 속사정 이야기와 넋두리를 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좌충우돌 창업기라고 해야 하나


창업기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좀스럽고 유치하며 다소 감정적인

어쩌면 이제 인생 후반전을 바라보는 나이의

어울리지 않는 분투기라는 말이 더 정확한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때는 7년 전 아니 벌써 8년 전 이던가요

코로나가 창궐하기도 훨씬 전 평화롭던 어느날 강남.

16년을 잘 다니던, 오래는 다녔지만 정들지는 안았던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투자 했던 돈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이정도면

"평생 놀고 먹는데 문제 없겠는걸!"정도의

자금이 마련되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날 수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실상은 매번 인사에서 누락되며 후배들이 먼저 진급을 하고

팀장이 되는 것을 봐야 했고

이제는 급기야 나보다 뒤에 들어온 특채 출신

나이 어린 후배가 우리팀의 팀장으로 온다는 이유도 있고

왜 내가 안되는지, 내가 뭐가 부족한지

도저히 자신에게 설명이 안되었던게 가장 컷던 것 같습니다.

내가 경영진에게 회의석상에서 했던 몇 번의 질의를

모욕(?)이라 여겨 그런건지(실제 회의중 나가있어 소리도 들었습니다)

지방 사립대 학벌 때문인지 출신 때문인지...


제 사정을 알고 있는 동종업계의 선배와 지인들이

"X과장! 버텨, 절대 나가지마"

"세상은 바뀌고 그 땐 또 달라져"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야'라는 말로 위로해 주었지만


그렇게 저는 회사를 떠났습니다.

물론 같이 진급 누락되던 동기는(공채 출신 이지만 학번과 나이가 같아 동기로 끊어줌)

여타 사정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다녀

실장님도 하고 있고 (전무가 후배인건 안비밀, 사장 직속이라 상관 없으려나)

계속 진급 누락되어 같이 동병상련을 나누던 여자 후배는

그 사이 경영진이 두번 바뀌고 얼마 전 부장을 달았더군요

내가 그 집 결혼식 부터 딸래미 돌잔치도 갔었는데...


결국 인생사

강한자가 살아 남는게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여실히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살아 남을 정도면 이미 충분히 강한거 아닌가?

나 같이 나약한 인간들이나 떨어져 나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매사에 의문을 가지는 태도는

저의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윗사람이 보기엔

얘는 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지 않코 토를 달고 지 생각대로 할까?

아마 상급자들은 불안하게 평가하지 않았을까

이제와 혼자 짐작해 봅니다.


돌이켜 보면 모든게 결국 능력 부족이겠지만...


그렇게 20대 후반에 시작된 통칭 사무직 일명 넥타이부대 생활은

3개 회사 총 24여년으로 마감하였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나서며


"오래된 철문과 잡풀이 무성한 낡은 목책을 지나

대평원을 앞에 두고 서서

떠나온 주인집을 바라보는 켄터키주의 흑인 노예"같은 심정 이라고나 할까...


창업 전 프리퀼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어서 계속 쓰겠습니다...



댓글 4 / 1 페이지

인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인엄 (125.♡.23.70)
작성일 09.04 16:15
건투를빕니다.~!! 

도원님의 댓글

작성자 도원 (220.♡.23.15)
작성일 09.04 16:30
저도 올해말 퇴직을 정해 두고 현재 대학이 진행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 두개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잘하면 디자인 설계비와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바부호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부호수 (119.♡.212.237)
작성일 09.04 16:30
최근 몇년간 계속 그만둘까 생각도하고..
여기저기 사업 관련 상담/벤치마킹도 다녔는 등
여러 상황들이 많은데..
많은부분 제 얘기 같은 느낌이 많이 드네요..

힘내시고 잘 자리잡으셔서 저같은 사람들도 용기 얻게해주세요!!!

RubyBlood님의 댓글

작성자 RubyBlood (118.♡.14.174)
작성일 09.04 20:53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 뒤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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