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의 역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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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ROI 가 나오냐, 효율을 더 높혀라, 채산성이 맞느냐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뭐 궁극적으로 회사의 목적이 이익을 내는 것이니 아예 틀린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효율만 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효율적인 형태로 인간과 시스템을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그 것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비지니스는 saturation 이 숙명적으로 다가오죠. 그 불안을 파고드는 비지니스 모델이 다단계입니다.
이 글에서 다단계 이야기 할건 아니니까 그 부분은 제외하고 말씀드려보면, 우리 주위에서도 효율을 추구하다 망하는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의대에 가기 위해 학교 수업이나, 예체능,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교육 대신 학원 커리큘럼을 통한 오직 의대 입시에 최적화된 교육은 지금의 성적 만능주의 인간을 양산하는 것으로 사회적 비효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산에 문제가 없어 전산실 직원을 잘라 효율화를 꾀하던 일본의 은행은 시스템이 마비되고, 은행의 존폐 위기를 가져왔었죠.
기존의 경영전략에서 구사하던 divide & conquer 방식에서는 부분의 효율이 모여 전체의 효율을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죠, 과도하게 효율에 집착하다 보면 총체적인 비효율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결국 지금 한국사회의 문제는 과도한 효율추구에서 오는 병폐가 아닐까 싶습니다.
효율을 추구하면서 생기는 문제의 원인은 크게 두 개로 봅니다.
하나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무시와
다음으로는 효율 만능주의를 통한 부분적 이익의 추구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가 도약을 하던 시기를 보면
중공업에서 닷컴 버블을 뚫고 IT 로 가던 시기와
소비재 중심의 저 기술 인력 중심의 비지니스에서 반도체, 전자제품의 고부가가치 비지니스로의 전환이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엄청난 공대 인재 양성과 대우를 해주었고, 지금 투자를 해도 최소 4~6년뒤 결국 해당 인력이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취업을 하는 시기가 되어야 결과가 나오는 정책을 펼쳐야 했습니다.
만일 이를 효율을 따져서 했다면.. 아마 외국에서 비싼돈을 주고 IT 인력을 도입하고, 사오고 그 다음에는 해외 기업의 자본을 대규모로 투자받아서 하는 것이 시간대비 빠른 성과는 나왔겠죠. 하지만 그 결과는 자체 기술도 없는 기본 체력이 부족한 경제 시스템으로 금방 망했을 겁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죠, 유산소, 기본 스트레칭은 효율로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그냥 스테로이드 맞고 쇠질하는게 겉으로 보기에 운동 잘 한것처럼 보이죠. 효율을 추구하는 행위는 겉으로 보이는 측정가능한 등급을 올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전 세대가 효율에 목매다는 순간부터 한국의 시스템은 나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회사에는 bean counter 가 자리잡고, 효율을 외치며, 인재를 내보내고 싸고 편하게 부려먹을 사람들로 채우고, 그러한 사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러한 것이 당연하고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결국 장기적인 존속과 성장을 팔아먹는 행위이죠.
이번 정부가 이공계 투자를 줄이는것은 지금은 카르텔의 비리를 끊고 효율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이는 분명 부메랑처럼 5~10년후에 기술 최빈국으로 돌아올게 확실합니다.
지금 당장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모앙회원님들 중에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만 스스로는 효율을 추구하면서 그 역설을 만들어내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얼마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청년 창업 지원금이 너무 아깝다는겁니다. 청년들한테 돈을 퍼주고, 걔들은 사업을 실패해도 나랏돈으로 하니 책임감도 없고 문제라는 겁니다. 100억 퍼줘서 한두명 건지는건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에디슨도 전구를 만들때 수백번의 실패를 했다. 백억을 넣어서 한명의 성공한 사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실패가 아니라 투자이고 과정이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성공만 할 수 있는가? 실패 조차도 과정이고 우리는 실패도 효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를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실패는 악이고 뭐 하나 잘못되면 세상 망할 것처럼 난리입니다. 인생은 한정되어있고, 효율이 안나온다는거겠죠. 하지만 실패는 과정이고 거기서 배우는 것은 더 큰 가치입니다.
청년에게 돈을 주는것이 돈을 버리는게 아니라 노인들에게 꽁으로 주는 것보다 더욱 가치있는 것이라는거. 도전하게 하고 실패를 두렵지 않게 만드는게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데 우리는. 지금 왜 효율에 목을 매달며 미래를 버리려는 걸까요.
떄로는 돌아가는 길이 바로가는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개비기님의 댓글
정권 갈아 엎고 싶은데, 그 다음은..나은 세상이 될까요.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소위 깨시민이라 자부하고 있을 우리네들 중에서도,
부동산에 올인하고 있거나, 내 자식 잘 키우려 의사, 고위직 테크트리 태우면서 내 인생을 갈아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럼 안되는데 하면서도 안그러면 살아 남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가는 미친 생태계..
우리가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푸른미르님의 댓글
"사람답게 살기위해"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다운 것을 포기하고 효율만 추구하니 막장으로 치닫는거죠
건국이념이 "홍익인간"이라는건 정말 훌륭한 것이고 본질적인 것이죠
아무리 과학기술이 좋아도 사람을 이롭게 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을 수 있죠
heltant79님의 댓글
국룰이나 손절 같은 문화가 지배적인 것도 이 효율 중시 때문인 거 같아요.
원코인 공략집이 있는 게임에서 공략집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건 배제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비행기 탈때 한국인 빠릿빠릿 움직인다는 류의 "효율의 한국인" 글을 볼 때도 옛날만큼 기분 좋지가 않더군요.
Kugn님의 댓글
다들 자기들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에 자원을 집중하지만
전체적으로 나빠지는
현이이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