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언젠가는 낭패를 볼 진짜 초보적인 법률상식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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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익활동으로 무료법률상담을 나왔다가 홧병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을
아아 원샷으로 간신히 해결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급히 키보드를 잡은
대한민국의 흔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1人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정말 사소하고 어렵지 않은 상식들을 모르셔서
적게는 몇십만원, 크게는 몇십억대까지도 손실을 보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놀라울정도로 큰 금액이 달린 계약을 참담할정도로 아무렇지않게 대충 처리하시는
대범함을 보면, 제 세계관이 좀 흔들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죠.
오늘은 그래서 참다못해,
진짜로 단순하고 별거 아니지만, 알아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그리고 모르면 언젠가는 낭패를 볼 진짜 초보적인 법률상식들을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내용인지라, 추후에도 생각날때마다 추가해서 시리즈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진짜 초보적인 내용들 위주로 정리할 예정인지라, 깊은 내용까지는 다루지 않을 것이고
아는 분들이 보면 뭐 이런걸 정리하고 있어? 싶은 내용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정리하는 모든 글들은 제가 상담과정에서 설명드린 내용이고,
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던 내용들입니다.
즉, 누군가는 이 내용들을 몰라서 낭패를 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1]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합시다. (+ 법인을 조심하세요 제발.)
얼마 전 있었던 일입니다.
임차인 한 분이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서 상담을 오셨습니다.
상담하던 와중에, 임대인이 제법 돈이 많고,
지금 거주중인 집도 근저당 하나 없는 고가의 아파트라고 하더군요.
그럼 좀 다행이다 싶어, 계약서를 살펴보니 계약당사자가 법인입니다.
등기부상 소유자도 법인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아니, 선생님 여기 소유자나 계약자는 법인인데요? 했더니
대표가 돈이 많답니다. 자기는 대표랑 계약했으니 대표에게 돈 받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법률행위, 대부분의 경우 계약의 효력은 그 당사자에게만 미칩니다.
예외적으로 당사자 외의 사람들에게도 계약의 효력이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말 그대로 특수한 경우이니 계약서상 명시하지 않는 이상 크게 고려하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법인과 법인의 대표는 동일한 인물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법인과 체결한 계약의 책임은 법인이 지는 것이지 법인 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법인 대표가 재산이 많아도 법인 대표 재산에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인격부인같은 절차를 통해 가능한경우도 있지만, 인정자체가 매우 어렵고
인정되더라도 절차가 매우 험준합니다.)
그래서 법인이 재산이 별로 없거나 아예 채무초과인 경우라면
대표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임차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죠.
이와 비슷한 사례는 임대차관계외에도 많습니다.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자신과 계약에 관해 논의한 사람이 계약당사자라고 믿고 계약했다가
막상 문제가 생겨 책임을 다투니, 책임질 사람은 정체불명의 빈털털이인 경우나,
계약당사자가 사망해서 상속인이라고 와서 계약을 이행했더니
상속인이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라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등
사안에 있어 당사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이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발생시 낭패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확인하세요.
[2] 구두계약도 계약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증명할건데요? 제발 기록 남기세요.
구두계약도 계약이다.
이건 많이들 아실겁니다. 네 사실이고, 당연히 법률적 효력이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계약의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간에 의사표시가 합치되면 구두로 체결된 계약도
서면 계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이 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입증, 그러니까 증명을 어떻게 할 거냐가 문제가 되죠.
A와 B가 계약을 체결했어요. 구두로 말이죠.
당시에는 서로서로 윈윈이기에 만족하며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럼 문제될게 전혀 없죠.
문제는 사람이라는게 언제든 생각이 달라지는 존재라는데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상황이 바뀌어서 둘 중 한명이 계약자체를 부인하거나,
혹은 계약내용의 일부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계약의 존재를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내가 한 말을 입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겠죠.
그래서 이런 경우 구두로 계약, 약정을 하더라도
그 직후에 논의한 내용을 문자나 카톡으로 주고받으시는 형태로 기록을 남겨두시거나
아니면 구두로 논의한 내용 자체를 녹음으로 남겨두는 등의 방법으로
무조건 기록을 남겨두셔야 합니다.
계약 자체의 효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나의 주장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계약서 쓰시는게 제일 좋고, 어떤 형태로든 서류를 남는게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문자, 카톡, 이메일, 녹음 등 어떠한 방법이든 입증을 위한 기록을 남겨두세요.
구두계약도 계약입니다.
증명이 가능하다면 말이죠.
[3] 돈 받으려면 민사, 처벌하려면 형사
법적 절차에는 민사, 형사, 가사, 행정 등 다양한 영역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영역은 보통 민사와 형사죠.
여러분이 누군가에게서 돈을 받거나 어떤 권리를 받아올 생각이라면,
그 절차는 민사입니다. 경찰서로 가는게 아니라 법원에 소장을 넣어야 해요.
그리고 여러분이 누군가를 처벌하고 싶다. 나라에서 이놈을 감옥에 넣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 절차는 형사입니다. 법원이 아니라 경찰서로 가셔야 합니다.
때로는 형사고소를 한 이후에 합의금 등으로 피해금액을 변제받거나
형사재판 중 배상명령신청제도 등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건 절차상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예외적인, 또는 부수적인 절차같은거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형사의 본질은 처벌이에요.
가끔 형사고소를 하고 와서 상대방이 벌금형이 나왔는데, 그 돈을 왜
나에게 주지 않느냐. 물어보시는 분들 계시는데, 벌금은 피해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내는 돈입니다. 피해자가 손해를 보았다면 별도의 절차를 통해 피해보상을 받으셔야 합니다.
기다린다고 자동으로 나라에서 피해금액을 보전해주지 않습니다.
[4] 민사소송 소장을 받고 답변하지 않으면 그냥 지는겁니다.
이게 생각보다 꽤 흔한 사례인데,
어느 날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민사소송 소장이 집으로 송달됩니다.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소장을 보낸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뭐 잘못한게 없고 떳떳하니 별 문제가 있겠어요.
대응하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충 치워두고 기억에서 지우죠.
그리고 몇 달이 지나면 판결문이 날아옵니다.
패소했다는 내용이에요. 돈을 지급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뭐 별 관심 없으니 넘어갑니다. 어쩌라고? 하면서 넘어가요.
실제로 뭐 누가 연락도 안오고, 큰 문제가 없습니다.
역시 내가 당당하니 별 문제가 없죠.
그리고 몇 년 후,
이자가 원금만큼 불어난 상태로 다시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혹은 내 재산이 압류되었다는 통보가 옵니다.
생각보다 실제로 꽤 있는 일들입니다.
원칙적으로 소장을 받고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주장에 대해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고
피고 패소 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여러 번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제대로 대응을 하면
그런 큰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러 번의 기회를 그냥 무시하고 날려버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됩니다.
그렇게 나는 모른(다고 주장하는) 몇 년 전의 판결문을 가지고 다시 상담을 오시면
도와드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내가 당당하다고 해서 그걸 법원이나 누군가가 당연히 알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소장이 왔다면 잘 읽어보시고, 답변하시고, 모른다면 상담받으세요.
잘못하면 큰일납니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추후 기회가 되면 더 적어보겠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몇개 더 있는데, 너무 길어지면 집중도가 떨어지겠다 싶네요.
좋댓구알 부탁드립...
ThinkMoon님의 댓글
중고 사기 당할 때는 형사 걸고 판결 나면 민사 걸라고 하죠.
짱구아빠님의 댓글
다단계/코인/주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실물 경제 지식과
법적 상식을 가르쳐주고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물 법률 지식을 가르치는게 훨씬 더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입니다만
클리앙에서도 좋은 글 봤었는데 이곳에서도 읽을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
스키더즈님의 댓글의 댓글
경제/법률/노동법 이런 지식들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발 근현대사 좀 제대로 교육했으면 일베들이 난리치는게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북극곰님의 댓글
북극곰님의 댓글의 댓글
학습 수준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하는 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가 비전문가가 쓴 법률 해석을 참고하거나...
소수설을 가져온다거나 ( 다수설도 판례와 살짝 다를 수도 있을텐데)
판례도 어느정도 수준으로 분류해서 학습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AI 법률 해석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아요...;;
eou4님의 댓글
아키하님의 댓글
RubyBlood님의 댓글
10여년전 나홀로(사무장님들 도움 받긴 했어요 ㅎㅎ) 민사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어서, 글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네질러님의 댓글
윗 글 어느분 말씀처럼 이런 법률 상식, 개요 같은 건 학교에서 기본적인건 반드시 가르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BANDI님의 댓글
앞으로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꼭 힘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승하시길 바랄께요 :)
freeking님의 댓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도 이용하시면 저소득층에 대한 법률 상담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부동산 계약시 예를 들어 베란다 불법 건축등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라 혹은
벌금 나오면 대납해주겠다 등등 혹은 계약서에 누구누구가 며칠이내 보내준다 등등 명시해도 결국 귀찮은 소송을 해야 합니다.
그냥 초기에 그런 하자사항을 부동산 가격에서 깍고 계약하세요.
사람은 계약 전과 계약 후가 달라진다는 진리를 기억하고 살면 됩니다.
미니캣님의 댓글의 댓글
보통 신분증과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으로 당사자 여부를 확인하죠.
계약서에 도장찍는 사람이 당사자가 맞는지도 중요하지만,
나하고 계약하는 사람이 계약서에 써있는게 맞는지도 중요합니다.
까마긔님의 댓글
민탱굴님의 댓글
민사는 제가 소를 제기했는데 답변기한이 한달이내로 알고있었는데 피고가 변호사선임후 5개월뒤에 답변서를 보내더라고요. 무조건30일이내인줄 알았거든요. 써주신글을보니 '원칙적으로 30일이내'였군요.ㅠㅠ
자야남편님의 댓글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