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과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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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6.146
작성일 2024.09.13 22:53
분류 잡담
6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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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산아래 동네의 늦겨울

가게 앞 풍경은 차량통행도 뜸하고

을씨년스럽다.


“박군아! 오늘은 간판불 일찍끄자”

나는 주인 아지매의 말에 되물었다.

”벌써요?”

“그래 오늘 밤에는 손님이 없겠다”

“네..”


간판불을 끄고 잠시 주변 정리를 하고

있으니 방으로 들어 오라 하신다.

낮에는 손님을 받고 밤에는 잠을

주무시는 공간인데 늦은 저녁에

아지매를 잘 아는 듯한 손님 두 분이

식사와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8시가 되면 주방할머니도 2층으로

올라 가시고 보조를 하는

아지매들도 퇴근을 하시니 손님의

추가 음식은 주인아지매가 손수

요리하셨다.


“박군아 이리로 앉아 봐라“

손님과 조금 떨어진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손님(이하 사장님)께서 내게 말했다.

“편하게 앉게! 우리는 어려워 할

사람들이 아니네.”

불편하지 않다고 하니 재차 권하셔서

옆으로 꿇어 앉았다.


“아르바이트를 하시는가?”

중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사장님은

어리다고 하대하지 않았다.

“네 5월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사회경험도 쌓을 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당시만 해도 사회초년생도 양복만

입혀 놓으면 나이들어 보이기가 예사였다.

30대는 40대로 40대는 50대로 보일

정도였고 군복무 시절 50대로 보이던

우리 중대장이 30대였다.


사장님의 나이가 꽤 많아 보였던 것

같은데 아마도 40대 중반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구만”

“아..미안한데 우리기사에게 가서

트렁크에 술을 좀 가져오라 말해주게”

난로옆에 앉아 계시던 운전기사님이

양주를 한 병 들고 오셨는데 말로만

듣던 조니워커 블루라벨이었다.


사장님이 직접 개봉해서 주인아지매와

일행인 친구에게도 한 잔씩 따르고

내게도 술을 권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한 잔 받게. 영업도 파한 것 같은데“

난처한 표정으로 사장님과 주인아지매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래 박군아 간판불 껐으니 지금부터는

일이 아니니까 좋은 말씀도 듣고 한 잔 받아라“

못이기는 척 잔을 받아서 앞에 두니

사장님이 건배를 제안해서 쓰지만

나폴레옹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 맛을

내 머리속에서는 이미 분석하고

저장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아시겠나?“

빙그레 웃으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그제서야 말씀을 하셨다.

오래전에 컴컴한 팔공산속을 헤메다가

우연히 아지매의 옛날가게를 찾게

되었는데 따뜻한 국밥을 내어 주셨단다.


이때 아지매가 웃으며 버럭하신다.

“아직 젊은 사람들이 기억도 똑바로

못하고 앞뒤 다잘라 먹고 그렇게 말하면

야가 우예 생각하겠나”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송아지 눈이

되다만 표정으로 분위기를 살피니

사장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옛날에 학생운동을 하다가 매일

형사들에게 쫒겨 다니다 나중에는

갈곳이 없어서 갓바위를 올랐다가

여기저기 헤메다 보니 날은 어두워

지고 옛날 동화사 주차장 근처에

식당들이 있었는데 우연히 아지매의

가게로 들어 오게 되었고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그런 상거지가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 꼴을 본 아지매도 적잖이 놀랐을

텐데 젊은 사람들이 길을 잃었나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너무 배가 고프

다고 해서 국밥을 한 그릇씩 넉넉하게

말아 줬는데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다고 했다.


나중에 자초지정을 들어 보니 쫓기는

형국인데 주변의 식당사람들에게도

보여 서는 안될 상황이라 창고로 쓰는

골방에 묵게 하고 며칠을 밥을 해먹였다고

하셨다.


뒷날 어두운 시간을 틈타서 내려 갈때는

여비까지 넉넉하게 챙겨서 보내셨다

는데 우리는 본적도 만난적도 없는

사이라는 다짐을 받으셨단다.


주인아지매가 일적인 부분에는

철두철미하고 강단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겪으면서 알고 있었지만 그런 큰

배포가 있는 분인 줄은 몰랐었다.


또 다시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그분들도 나름 자리를 잡게

되고 지금은 공장을 운영하며 아주

가끔 식당에 들르신단다.


“아이고 그때 우리 아지매가 아니었으면

우리 인생이 어찌 됐을지는 모른다”고

하시면서 두 분의 인생에서

낳아 주신 부모님 다음으로 고마운

분이라고 하셨다.

어느새 석 잔의 술을 받아 마셨다.


그래 요즘 군대가 예전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3년 군생활이 순탄하지 만은

아닐테니 몸 건강하게 제대하라고

말씀하시며 지갑을 꺼내 당시에는

큰 돈인 3만원을 내게 주시려고

하시길래 손사래를 치니

“내가 호기로 주는 돈이 아니니 일단

 받으시게”라고 하셔서 두 손으로

받아서 쥐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나중에 내가 자내에게 무슨 사익을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세상

갈 곳이 없어 헤메고 있을 때 따뜻하게

거두어 주셨던 여기 아지매처럼

자네도 꼭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거든 외면하지 말고

연민의 마음으로 손을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이를 물어 보시고는 지금도

그렇지만 자네가 사회로 진출할 시기에는

넘쳐 나는 인력으로 경쟁이 무척 치열한

세대가 될 것이고

혹여 그런 일이 자네에게 일어 나더라도

굳센 마음으로 잘 이겨 내라고 하셨다.

훗날 실제로 IMF를 겪으면서 우리세대도

무한경쟁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견뎌내야 했다.


그때는 어른의 품격이 느껴지고 좋은

말씀으로만 듣고 내머리속 어디엔가

기억하고 잊고 살았다.


지난 수요일 러닝을 마치고 마트에

들러서 참치와 햄 참기름이

들어 있는 선물세트를 하나 샀다.


어제 출근길에 매일 패스오더로

주문하고 찾는 커피매장에 들어 갔다.

부부가 운영하고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일하고 있는데 알바(요즘표현)가

내 커피를 매일 챙겨 줘서 고마운

마음에 선물세트를 건내 주었다.


마스크를 썻지만 동그란 송아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부부도 같이

쳐다 보며 “오~ 우리**씨 일 열심히

한다고 주시는 거에요?”하시길래

그렇다고 말하고

알바에게는 무슨 꿈을 가지고 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당근 하지말고 잘 챙겨 먹어요!”라고

하고 모두 한바탕 웃었다.


지난 7월에 이제 근무한지 일 년 정도

되지 않았어요? 물으니

8월 중순이면 일 년이 된다고 했다.

벌써 13개월째다.

이 가게가 생긴지 4년이 넘었는데

6개월이 넘은 알바는 처음이었고

그 만큼 일도 잘 한단다.

내가 도착할 시간이 되면 가게안에서

망을 보고 있었는지 에스페레소에

따뜻한 물을 금방 부어서 건네 준다.

명절도 되고 겸사겸사해서 고마움을

표했다.


비슷한 상황이 되면 30여년전

그 사장님의 말씀이 한 번씩 떠오를

때가 있다.

커피점 아르바이트생도 자기의 꿈과

적성에 맞는 자리에서 밝은 미래를

열었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추석연휴가 시작이다.

아침 일찍 본가에 엄니를 모시고

병원에 정기진료를 가야 해서

새벽에 일찍 채비하고 대구를

올라 가야 한다.

달린당 회원님들도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고 가족의 정도

마음 껏 나누시길 바란다.













댓글 28

해봐라님의 댓글

작성자 해봐라 (211.♡.188.53)
작성일 09.13 23:42
해바라기님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오다가다 근무하시는 곳에 들려야겠습니다.
"거,거기가 어뎁니까?"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199.237)
작성일 09.13 23:57
@해봐라님에게 답글 부.사.주.오…..입니다^^

이런이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런이런 (222.♡.40.194)
작성일 09.13 23:55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절대로 가질수없는 문과 감성이네요^^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199.237)
작성일 09.14 00:01
@이런이런님에게 답글 과찬이십니다.
교내 백일장 입선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문과는 맞습니다^^

바람향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람향 (61.♡.31.2)
작성일 09.14 01:02
글을 읽는 동안 눈 앞에서
감동적인 한 편의 영화 필름이 상영되는 것 같았어요.
소중한 추억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족 분들과 명절 즐겁고 화목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10.♡.26.149)
작성일 09.14 07:00
@바람향님에게 답글 오래전 추억이 가끔씩 떠오르는데 기억을
더듬어서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저도 사회로 나오는
지금의 청년세대들을 보면 응원도 해주고
싶고 마음도 아프고 그렇습니다.
바람향 님도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바날동크님의 댓글

작성자 바날동크 (119.♡.238.2)
작성일 09.14 01:27
잔잔히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예전 학생운동하던 기억도 떠올려보게되고...
오랫만에 예전 기억을 소환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6.74)
작성일 09.14 07:03
@바날동크님에게 답글 저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학생운동의
정점이던 시기였는데 그 시대를 지켜 내려
애쓰셨던 분이 셨군요.
감사와 작은 위로를 드립니다.!

liva123님의 댓글

작성자 liva123 (223.♡.50.75)
작성일 09.14 06:51
잔잔한 드라마 한 편 본 듯 합니다. 마음이 따뜻하신 해바라기 님....어머님 진료 잘 받으시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10.♡.26.149)
작성일 09.14 07:10
@liva123님에게 답글 달릴 때 한정 온몸이 뜨겁습니다.ㅎ
지금 대구로 올라가는 기차안이네요.
긴 연휴가 시작되지만 상행선 열차안은
빈자리가 가득합니다.
가족들과 따뜻한 정도 나누시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아리아리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리아리션 (122.♡.210.159)
작성일 09.14 07:41
오 아침에 진짜 따뜻한 글 잘봤네요
갑자기 추석인것 같아요 ㅎㅎ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42.♡.115.253)
작성일 09.14 07:50
@아리아리션님에게 답글 마음은 며칠 전부터 이미 추석이고
고향앞으로 가고 있었겠지요.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백두산2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백두산21 (218.♡.12.92)
작성일 09.14 08:07
좋은 추억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그 당시 그 온기가 느껴지네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6.99)
작성일 09.14 08:54
@백두산21님에게 답글 네 고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츄석연휴 보내세요^^

이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빨 (121.♡.132.128)
작성일 09.14 08: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필집을 내셔도 될 만한 필력입니다.
마음 따뜻한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6.99)
작성일 09.14 08:58
@이빨님에게 답글 바쁜 일상속에서도 내 주위에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곳이 없는지 살펴 보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무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제 (121.♡.80.206)
작성일 09.14 09:00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6.100)
작성일 09.14 09:21
@무제님에게 답글 네 고맙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춘식이님의 댓글

작성자 춘식이 (223.♡.72.174)
작성일 09.14 09:3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해바라기님도 멋지시고 글도 잘 쓰셔서 술술 읽었습니다.
추석 편안히 보내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7.11)
작성일 09.14 11:07
@춘식이님에게 답글 부족한 글에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춘식이님도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페인프린님의 댓글

작성자 페인프린 (39.♡.227.118)
작성일 09.14 09:49
술술 잘 읽히는글이네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7.11)
작성일 09.14 11:08
@페인프린님에게 답글 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역불님의 댓글

작성자 역불 (125.♡.111.17)
작성일 09.14 09:59
전부터 눈치는 챘었는데.....
하바라기남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나중에 천천히 다시 봐야겠네요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7.11)
작성일 09.14 11:09
@역불님에게 답글 무슨 눈치를..?ㅎㅎ
천천히 여유롭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59.♡.62.231)
작성일 09.14 10:02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해바라기님 글을 진짜 잘 쓰세요!!! 뭔가 뒷이야기도 궁금합니다.ㅎㅎㅎ 단편 소설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거 같은데용 대박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177.11)
작성일 09.14 11:11
@제다이마스터님에게 답글 제 마음의 소리~
“이거 완결판인데…더 없는데…”
어떤 뒷얘기가 궁금하신지요?ㅎ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포체리카님의 댓글

작성자 포체리카 (121.♡.23.249)
작성일 09.15 07:53
와우 그런 어른을 만나셔서 해바라기님도
이렇게 반듯하게 인생을 살아오셨나봐요!!
원래부터 싹수가 보이셨던거지요.
어른들 보기에도!!
멋진 경험담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더 열심히 알바해야겠네요 ㅎㅎㅎ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199.237)
작성일 09.15 10:23
@포체리카님에게 답글 그렇게 댓글에서 말하던 @해바라 님이
알바하시는 곳에 나타나는데…ㅎ
절대로 반듯은 제인생에는 아니고요~
실제로 보면 허술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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