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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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7.22 17:58
분류 한페이지
8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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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몇 줄의 문장을 읽으며 K는 흠칫 놀랐다.

    - 처음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2024년 7월부터 알려지게 되었다.

2024년 7월? K는 책의 맨 뒤 페이지에서 몇 장을 앞으로 넘겼다.
3쇄를 간신히 넘겼고, 출판 일자는 2021년 8일이다. 이미 3년 전에 출판된 책.
K는 다시 앞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 기록은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고, 잊히면 없는 일이 된다.

그래,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이런 따분한 이야기는 굳이 늘어놓지 않아도 충..

    - 지금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당신, 무언가 이상하고 생각하지 않는가?

뭐라고?

    - 이 책은 예언서가 아니다. 그저 일어난 사건을 충실하게 기록해 놓은 것뿐이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2024년 7월 22일. 아직 며칠 남았다. 아직 7월 26일은 오지 않았어.

    -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펼쳐진 인터넷망이 다운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인터넷망이 다운…. 그런 게 가능한가?

    - 처음에는 국지적인 현상이라고 판단되었고, 바로 패치들이 배포되며 수습되었다.

K는 지난주에 일어난 운영체제의 무한 재부팅 사태에 대해 들었다.
사건의 원인은 보안 프로그램의 오류였다. 안전을 위해 가동되던 프로그램이
오히려 시스템 자체를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 패치 프로그램의 코드는 무척 단순했다. 코드 검증에는 별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안전한 패치 코드, 이것으로 모든 것들이 이전처럼 정상화되리라 기대했다.

K는 다음 단락에서 숨이 턱 막혀 버렸다.

    - 이 패치 프로그램은 비어 있는 퍼즐을 채우는 일부로 작용했다.
      전주에 발생한 보안 프로그램의 일부.

뭐?

    - 2024년 7월 19일 발생한 보안 프로그램에서 뚫어놓은 구멍, 패치 프로그램이 점화 버튼이었다.
      2024년 7월 26일. GMT 기준 새벽 3시 17분. 전 세계의 모든 인터넷은 중단되었다.
      발전소들이 멈췄다.
      원자로의 냉각재 펌프가 멈췄다. 원자로들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첫날이었다.


끝.

댓글 1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7.23 01:10
기후 위기를 해결해달라고?
어렵지 않군. 15분만 기다려.

초지능 인공지능 제우스가 내린 결론이었다.

15분 후 인터넷망이 가장 먼저 먹통으로 변했다. 그리고...핵발전소가 멈추고 냉각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미국, 소련이 보유한 수천 개의  ICBM 사일로에서 전 세계로 핵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간단해! 인간만 사라지면 기후 위기는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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