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전장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9.05 13:50
분류 한페이지
54 조회
1 추천
쓰기 분류

본문


두렵다. 이토록 치열했던 적이 있던가.

끝나지 않는 싸움, 피 튀기는 혈전, 끊임없이 몰려드는 저 적군들.

저들도 여기서 끝을 보려는게지.

우리는 넘어서지 않으면, 우리는 넘어뜨리지 못하면

더 어린 녀석들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내보낼테지.

너의 발판이 되거나 너의 무덤이 되라고.

어서 해가 기울기를 바란다. 어서 저들의 공격이 잠시 멈추기를 바란다.

이제는 무기 하나 들 기력도 남지 않았다.

전승 무패의 행진은 오늘 여기서 끝이 나는게지

그 용맹한 장군은 마지막까지 적을 하나라도 더 무찌르려 치열하게 싸웠다가 할 테지.

허허허, 그래. 그것 하나는 남겠군.

불멸의 전설, 그가 여기 마지막을 불살랐다고.


두렵다. 목숨을 잃은 건 숙명이니 그러할 것이나,

사랑하는 그녀와 아이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안아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포근하게 안아주고 사랑해주며

그렇게 평온한 아침을 함께, 내내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고 싶었는데,

이조차도 헛된 욕심이었을까, 이조차도 누릴 수 없는 헛된 꿈이었을까.


오라, 내게 오라. 이 미칠 듯한 전쟁의 종지부를 찍어주마.

마지막 남은 기운, 내 사력을 다해 네놈들의 숨통을 끊어주마.

끝내 굴복하지 않았음을, 마지막까지 네넘돌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지독한 악마가 되어주마.

오라, 어서 내게 오라. 나의 칼을 받아라, 나의 서늘함을 받아라.


...


아...

이것인가요.

신이시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이제 다 한 것인가요.

내게 주었던 열망을,

내게 주었던 그 불타는 욕망을 이제 하나씩 거두어가시는구려.

신이시여,

나는 무엇이었나요.

나는 어떤 의미였나요.


신이시여,

아.. 나의 신이시여.



    전장에 나아가서

    수 천 명의 적과 싸워 이기기보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전사이다. (103)


끝.

댓글 0
쓰기 분류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