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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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09.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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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도개교가 내려오고 성문이 열렸다.

 

나는 늘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성을 드나들었어야 했다.

쓸데없이 기운이 넘쳤던 전 영주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생아로 차별받으며 살았다.

 

그나마 열 살 때까지는 허름한 침대나마 있었다.

 

영주가 죽은 이후로 나를 동생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대단하신 새 영주는 나를 마구간으로 쫓아내서 말똥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어야만 했다.

 

그러다가 나를 죽이려고 대거를 휘두르던 마구간 지기를 죽이고 열네 살에 성을 나왔다.

 

새 영주님은 내가 기사에게 명예롭게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대거를 들고 부들대는 사람을 보내면 안 되는 거였다.

마구간 지기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했다.

 

검술 수련을 할 때 열 살이나 어린 나한테 판판이 깨지고 나를 때리려고 해도 한대도 맞지 않고 피했다고 해도 명예롭게 죽을 길을 열어 주었어야 한다.

그랬더라면 그나마 먹여주고 재워준 값을 치른다는 심정으로 죽어주었을 것이다.

 

나를 명예롭게 죽지 못하게 했으니 새 영주님도 명예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문으로 들어오면 느낌이 다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별 차이가 없었다.

이제 복수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어떨지 궁금했다.

 

후련할까?

아니면 시원섭섭할까?

 

아직은 모르겠지만 기대는 됐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9.11 11:49
어머님은 '복수 같은 거 무가치하니까, 그냥 잊어버리라'고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따를 수는 없었다. 내 아버지이긴 하나, 그는 어땠었다.
어머님은 어떻게 대했었지, 이름도 알 수 없는 어떤 여인들 중 하나로,
그저 삶은 연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상을 해준 게 고작이지 않은가.
또 새 영주가 나를 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미물, 그래 미불과 별다를 바가 없지, 미약하고 쓸모없고, 불품없는.
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내가 누군인지, 내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들에게 보여줘야 했다.
나는 그 하나를 위해 이렇게 수 많은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붉게 물든 이 검이 앞으로 무엇을 흩뿌리게 될지,
어떤 미래를 펼쳐줄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지난 밤 나의 간절한 기도를, 구원의 손길을 잡아주는 열쇠가 될지.

자, 가자.
나의 과거는 저 모래 바람과 함께 잊혀지리라.
이제 나의 지옥을, 나의 전설이 펼쳐지리라.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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