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입술로 숨을 들이쉰다.
건조하고 차가운 병실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와 얹힌다.
불에 그을려 바싹 말라버린 나무토막처럼,
한참 동안 움직임을 잃었던 마음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나는 오랜 시간 흘러가는 시계를 무심히 바라보며 내일을 품어보려 애썼다.
무색의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 속에서 고요하게 나의 이야기가 연신 지워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병원 침상에 몸을 기댄 채 마주했던 주치의의 떨리는 목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가슴 한구석이 미묘하게 요동쳤다.
새로 개발된 신약에 내가 선정되었다는 소식,
이제는 익숙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회의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 말이 새겨지는 순간은 달랐다.
그 말은 뼛속까지 깊이 파고들어 오래전 잠식된 나의 욕망을 천천히 끄집어내었다.
‘완치’라는 단어는 그동안 꿈꾸기조차 사치였던 이야기였다.
이제 매일 아침 비슷한 소리로 깨어나던 침실에,
그리고 무표정하게 맞이했던 오전의 병원 복도에 다른 빛이 들이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감정 없이 흘려보낸 낙조와 별들의 자리를 이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바다,
찬바람이 불어와 바다 물결이 거칠게 일렁이는
그 겨울 바다를 가고 싶다.
깊고 차가운 그 바다에 내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던져놓고 싶다.
바닷물에 한 번 몸을 담그면
지금 내 몸에 쌓인 병과 불안이 전부 그 물결에 실려
어디론가 떠내려 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병원이라는 이 공간,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더 이상 날 묶어두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오래전에 감았던 눈을 다시 떠도 될 것이다.
오래된 벽시계가 멈췄던 그 자리에서 다시금 움직일 것이다.
마치 얼어붙었던 시간이 갑자기 녹아 흐르기 시작하는 것처럼,
시계의 초침이 첫 걸음을 내딛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리는 듯하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절망의 밤일지도 모른다.
긴 시간이 흘러왔고,
이제 마침내 무색하게 내겐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걸까.
작은 손전등 하나를 쥔 것처럼, 어두운 길 끝에 불빛이 언뜻 보인다.
이 희미한 빛을 따라 걸어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벗님님의 댓글
바싹 마른 입술로 숨을 들이쉰다.
건조하고 차가운 병실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와 얹힌다.
불에 그을려 바싹 말라버린 나무토막처럼,
한참 동안 움직임을 잃었던 마음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나는 오랜 시간 흘러가는 시계를 무심히 바라보며 내일을 품어보려 애썼다.
무색의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 속에서 고요하게 나의 이야기가 연신 지워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병원 침상에 몸을 기댄 채 마주했던 주치의의 떨리는 목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가슴 한구석이 미묘하게 요동쳤다.
새로 개발된 신약에 내가 선정되었다는 소식,
이제는 익숙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회의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 말이 새겨지는 순간은 달랐다.
그 말은 뼛속까지 깊이 파고들어 오래전 잠식된 나의 욕망을 천천히 끄집어내었다.
‘완치’라는 단어는 그동안 꿈꾸기조차 사치였던 이야기였다.
이제 매일 아침 비슷한 소리로 깨어나던 침실에,
그리고 무표정하게 맞이했던 오전의 병원 복도에 다른 빛이 들이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감정 없이 흘려보낸 낙조와 별들의 자리를 이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바다,
찬바람이 불어와 바다 물결이 거칠게 일렁이는
그 겨울 바다를 가고 싶다.
깊고 차가운 그 바다에 내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던져놓고 싶다.
바닷물에 한 번 몸을 담그면
지금 내 몸에 쌓인 병과 불안이 전부 그 물결에 실려
어디론가 떠내려 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병원이라는 이 공간,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더 이상 날 묶어두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오래전에 감았던 눈을 다시 떠도 될 것이다.
오래된 벽시계가 멈췄던 그 자리에서 다시금 움직일 것이다.
마치 얼어붙었던 시간이 갑자기 녹아 흐르기 시작하는 것처럼,
시계의 초침이 첫 걸음을 내딛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리는 듯하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절망의 밤일지도 모른다.
긴 시간이 흘러왔고,
이제 마침내 무색하게 내겐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걸까.
작은 손전등 하나를 쥔 것처럼, 어두운 길 끝에 불빛이 언뜻 보인다.
이 희미한 빛을 따라 걸어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