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으로 홈카페를 시작하는 방법.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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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를 산다
커피맛의 90%는 원두가 좌우합니다 개봉한지 1년된 상온보관 원두를 맛있게 내릴 수 있는 바리스타는 세상에 없습니다..
생두를 쌀에 비유하자면 로스팅된 원두는 지어놓은 밥입니다 밥 짓고 5일뒤에 전기밥솥에 있는거 먹으면 맛있겠습니까?
물론 밥처럼 지은 직후가 맛있지는 않습니다
원두는 로스팅한 후 디게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두가 머금고 있는 가스를 배출하는 시간인데
중강배전이면 4,5일 중약배전이면 10일정도를 보통 로스터리에서 추천합니다
이 기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맛을 잃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럼 원두는 어디에서 사야 하냐면..
프랜차이즈 카페나 대형마트에 가서만 안사면 됩니다
그런 구매처를 가보면 원두 로스팅 날짜가 없습니다
오직 유통기한만 있는데 그 유통기한에서 1년 빼면 로스팅한 날짜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계산해보면 2,3개월 지난 원두들이 태반일겁니다 맛있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동네 로스터리 카페나 소형 로스터리 스마트스토어들을 추천합니다 주문하면 그 전날 볶은 원두 구매가능합니다
몇 g을 사야 하냐.. 처음이라면 200g을 추천합니다 드립커피 비율을 생각할 때 20g이 1인분 정도 됩니다
10번 내려먹을 정도 사면 하루 한잔 먹는 사람도 10일이면 끝낼 수 있으니 커피가 가장 맛있을 때 다 먹을 수 있습니다
원두 종류가 너무 많다 뭘 사야 하냐
평소에 고소한 커피가 좋았으면 중강배전에 컵노트에 초콜릿이나 고구마 이런거 써있는거 사시면 되고
평소에 상큼한 커피가 좋았으면 중약배전에 컵노트에 과일 이름이나 꽃이름 써있는거 사면 됩니다
2. 그라인더를 산다
이제 막 시작하는데 좋은거 살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홈카페 시작한 사람중 87.54%는 한두번 내려먹다가 때려칩니다
하지만 제발 오른쪽 같은 칼날형 그라인더는 사지 마세요
저걸로 갈면 원두 굵기가 그야말로 미분에 가까운 입자부터 터무니없이 굵은 입자크기까지 중구난방으로 갈립니다
최소한으로 투자하더라도 왼쪽같은 코니컬 버 형태의 제품, 그리고 버 재질이 스테인리스인 cnc 가공된 제품을 구입하세요
얼마 하냐구요? 한 4만원이면 삽니다
째째하게 그런걸 어떻게 사냐 한번 사는거 좋은거 사겠다! 좋은게 얼마야! 하시면 한 400만원 합니다..
3. 커피저울을 산다
커피는 어머니 손맛처럼 냄비에 오징어 볶다가 맛보고 좀 심심하면 고추장 더넣고 매우면 물 더 넣고 할 수가 없습니다.
한번 망하면 그냥 망한겁니다
그래서 계량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집에 있는 주방 저울 쓰면 안되는거야? 됩니다 그거라도 쓰면 큰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커피를 내리다보면 0.x g단위 계량이 안되는 저울이 몹시 답답해지고, 타이머가 안달린 저울에 속이 터집니다.
저 두 기능을 모두 갖춘 저울이 얼마나 하냐구요? 한 2만원이면 삽니다.
4. 전기 드립포트를 산다
집에 차 끓여먹을 때 쓰던 전기포트 있으시다구요? 축하합니다
그건 차 끓여 먹을 때 계속 쓰시면 됩니다
1번에서 원두를 친절한 로스터리에서 샀다면 아마 레시피 카드를 함께 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레시피카드에는 몇도의 물로 내려야 하는지, 몇십초마다 몇ml의 물을 드리퍼에 부어야 하는지 다정하게 적혀있습니다
이 물의 온도는 보통 85도에서 95도까지 1도단위로 원두마다 최적의 온도가 적혀있습니다
즉 1도 단위의 온도조절이 안되는 전기포트를 쓸 생각이라면 100도까지 끓고 꺼진 주전자의 물이
그 온도가 될 때까지 온도계를 꽂아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물을 붓는 동안에도 그 물온도는 떨어지고 있겠죠
또한 집에서 쓰던 전기포트는 물이 나오는 곳, 수구가 그냥 뭉뚝한 새부리모양일겁니다. 그런 수구로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만 물을 드리퍼에 부을 수 없습니다 왈칵! 쏟아지거든요.
커피용 드립포트는 구즈넥의 형상을 한 가느다란 수구를 가지고 있어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1도 단위 온도조절이 되고, 구즈넥의 수구를 가지고 있으며,
전기포트를 사용 후 올려놓으면 설정온도를 유지하는 전기주전자가 얼마냐구요? 한 7만원이면 삽니다.
5. 드리퍼와 서버와 필터를 산다
하리오 v60 드리퍼 서버 세트 사세요 2만원도 안합니다
그냥 이 세계의 표준 장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괜히 멋부린다고 세라믹이나 유리로 된거 사지 마세요 깨먹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거 사면 됩니다
자 그럼 이제 커피를 내려볼까요?
원두 20g을 저울위에 컵을 올려 계량하세요.
컵에 다이소에서 파는 분무기로 물을 한방울 정도 칙 뿌려주세요.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어서 갈아주세요. 분쇄도요? 그라인더 회사가 제시하는 추천 분쇄도로 일단 갈아보세요.
저울위에 서버위에 드리퍼를 올리고 필터를 접어서 드리퍼에 올려주세요
레시피 카드에 있는 온도까지 전기드립포트가 물을 끓였나요?
물을 필터에 전체적으로 적셔주세요 린싱이라고 하는 절차입니다 필터의 종이냄새를 없앤다는데 전 사실 안해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하고 나면 커피에 정성을 다하는 멋쟁이가 된 기분이 듭니다 린싱한 물은 종이우린 물이니 싱크대에 버려주세요
갈아놓은 원두를 필터에 부어주고 드리퍼를 살살 흔들어서 평탄화해줍니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40g의 물을 고르게 돌려가며 부어주고 부풀어오르는 원두를 멍하니 1분간 지켜보세요
1분이 지나면 80g의 물을 다시 부어주고 떨어져내리는 커피를 멍하니 1분간 지켜보세요
이제 2분이 지났죠? 40g의 물을 부어주고 2분 40초 정도에 드리퍼를 제거해주세요
서버에 커피가 좀 적은 것 같다구요? 이 레시피는 가수(추출을 빨리 끝내고 물을 더해 완성)하는 레시피입니다
110g-120g정도의 물을 추가 후 서버를 빙빙 돌려 잘 섞어주세요
* 정인성 바리스타의 484 레시피입니다 커피추출에서 유효한 긍정적인 맛성분의 대부분은 추출 초반부에 나오며,
맛은 신맛 단맛 쓴맛 순으로 추출되기에 후반부를 끊어내서 초보자도 쓰지 않은 커피를 내리기 쉬운 좋은 레시피입니다
컵에 따른 뒤 입에 부어주세요 아차차 그럼 입천장 다 벗겨집니다 좀 식혀서 드세요
지금까지 제대로 커피를 내려본 적이 없다면
정말 감동적인 맛일겁니다
이제 끝없이 장비를 지르면 됩니다 드립하다가 지겨우면 에스프레소 내리는 장비도 사세요
돈 쓰기 좋습니다
지구님의 댓글의 댓글
PINECASTLE님의 댓글
LazyComeng님의 댓글
bittercocoa님의 댓글
결국 머신으로....집에는 필립스...
회사에는 드롱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BECK님의 댓글
그라인더 오른쪽꺼 샀습니다 ㅠㅠ
근데 커피원두 남은걸로 커피주 담가 먹으니까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