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일까? '사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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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폭력은 상대방의 의도적인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일반 폭력이 아닌 아닌 '학교폭력'으로 범위를 제한하면 조금 복잡합니다. 충분히 사고라고 판단할 수 있음에도 피해 학생 측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교사들도 난처합니다. 발생된 사안에 대해서 '학교폭력' 이 아닌 '사고'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섣불리 의견을 표명했다가는 오히려 상대 학생 측의 편을 든다고 오해를 받고, 잘못하다가는 학교와 교사들에게 편파적이라고 이야기하며 고소, 고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부모들이 '사고' 와 '학교폭력'의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당연히 그 기준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막상 우리 자녀가 피해를 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자라고 인식되는 순간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은 희석되고, 오직 자녀의 상처만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2.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뛰어가는 아이를 따라가다가 갑자기 앞서가는 남학생이 멈추는 바람에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서 부딪쳤습니다. 부딪친 학생은 넘어지면서, 나무로 만든 테라스에 머리를 슬쩍 부딪쳤습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습니다.


3. 반 학생들끼리 피구를 하다가, 한 남학생이 얼굴에 공을 맞았습니다. 다행히도 큰 부상은 없었지만 쓰고 있던 안경이 떨어졌습니다.


4.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 한 학생이 연거푸 술래가 되었습니다. 술래가 계속되다 보니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마치 자신을 놀린 것 같고, 자신을 따돌리는 것 같습니다.


5. 축구를 하며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몸싸움하다가 상대 학생이 넘어지면서, 체육복이 찢어지고 무릎과 다리에 멍이 들었습니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 옥신각신했지만 다행히 체육 교사의 중재로 사과하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6. 놀랍게도 이 모든 사안은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었습니다.


7. 피해 자녀의 부모들은 모두가 의도를 가지고 행한 행위라고 주장합니다.아이들끼리 뛰다가 부딪친 것도, 피구를 하면서 공을 맞힌 것도, 축구를 하다가 밀친 것도, 우리 자녀가 계속해서 술래가 된 것도 모두가 의도된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8. 개인적으로 저는 이 모든 사안은 '학교폭력'이 아니라 사고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말씀드린 사안 중에서는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9. 물론 일부러 상대 학생의 얼굴을 향하여 공을 세게 던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피구라는 놀이는 상대방을 공으로 맞추는 놀이인데, 그것이 설사 고의성을 가졌다면 그 고의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10.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이 축구하다 보면 다소 격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축구라는 운동은 신체적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상대 학생이 공과 상관없이 주먹이나 발로 가격한다면, 당연히 폭력으로 인식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일어난 신체 접촉이 폭력이라면 모든 운동 경기는 잠재적인 폭력 행위로 인식해야 합니다.

11.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모의해서 상대 학생을 술래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모의' 했다는 구체적인 직, 간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객관적인 증거 없이 단순히 연거푸 술래가 되어서 자녀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서 자녀를 고립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12. '사고' 와 '학교폭력'을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사고라면 피해 보상에 치중이 되어야지, '학교폭력'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상대 학생의 처벌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13. 만약 '사고'와 '학교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부모들의 감정적인 선택과 판단으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면 어떤일이 벌어질까요?

14. 일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학폭위에서는 학생들 간의 일상적인 접촉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5. 또한 앞으로 학교와 교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고를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한다면 교사들 사이에서는 부모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 없습니다. 학교와 교사들은 앞으로 기계적 중립을 유지할 것이고, 드라이해질 것 입니다.

16. 자녀가 암묵적인 따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 같아도 제 자녀의 반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그 아이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잘못하다가 작은 구실로 학교폭력에 연루될까 봐 말입니다.

17.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를 하든 하지 않든 우리 자녀로 인하여 상대방이 피해를 입었다면 제일 먼저 사과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과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는 감정싸움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18. 점차 분노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과와 화해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 어느 순간 감정적인 선택과 판단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19. 부디 부모들이 '사고' 와 '학교폭력'을 구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정적인 선택이 오히려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딴지에서 상조 관련 연재 기사와 학교폭력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댓글 13 / 1 페이지

왁스천사님의 댓글

5번 축구 관련한 내용은, 저희 첫째 초등학교에서도 벌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축구 경기 중 부상에 대한게 아니라, 반에서 은근히 따돌림받던 아이가 계속 공만 잡으면 태클과 거친 견제에 다쳐서 그 아이 부모가 학교폭력으로 문제를 삼았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축구 중 부상" 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따돌림인지 세심하게 봐야 하는데 학교라는 공간이 그렇게 한 명 한 명 꼼꼼하게 볼 수 없다 보니, 상당히 격한 부모들간의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더군요..

Typhoon7님의 댓글의 댓글

@왁스천사님에게 답글 따돌림 받던 아이가 유독 다쳤다면, 축구 핑계로 공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겠군요.

규링님의 댓글

피해 학생이 폭력이라고 생각하면 폭력이라고 봅니다.
피해 학생도 그렇게 느끼기까지의 과정이 한두번이 아니었을껍니다.

사고로 위장한 폭력은 당사자들 외에는 절대로 알아낼 방법 없습니다.
전 학창시절에 교사가 주도해서 사고로 위장시킨 따돌림도 봤기 때문에
저런 걸 만약 집단이 맘먹고 숨기는 거면 제3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고 봅니다.

저도 이전 ㅋㄹㅇ에서나 지금 여기서나 여러모로 보고 좀 생각이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학교 관련해서는 뭔가 사회 전반적으로 불신이 너무 깊어만 가는 듯 합니다.

단아님의 댓글의 댓글

@규링님에게 답글 그 지속성이 중요한 부분이라 봅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 a가 학교에 장난감을 가져왔고 b가 그걸 가지고 놀다가 다쳤는데 b부모가 바로 학폭걸고 고소까지 진행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이게 먹히는걸 보면서(제가 느끼기엔 b가 다쳤다는 이유로 a부모가 너무 벌벌 떨었습니다) 전 학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되는 현 학폭상황이 맞는가 싶습니다.

규링님의 댓글의 댓글

@단아님에게 답글 진짜 어쩌다가 발생하는 거라면 저도 별 생각 안할텐데...

일단 다친 건 여러모로 문제가 많이 되는 거 같습니다.
다치면서 크는거야는 언제부턴가 먼 이야기가 되었으니깐요.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loveMom님에게 답글 아니 그러면 신문 기사 링크도 광고 아닌가요? 모든 기사들에 대해서 링크를 달면 그것도 광고로 보아야 하지 않나요?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loveMom님에게 답글 신문 기사야 말고 영리 목적 아닌가요? 그러면 이 글 말고, 얼마전에 제가 올린 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할 학교폭력 현실 글은 여기에 올리고 나서 클리앙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공유 되었는데 그것도 광고입니까? 아니면 정보입니까?
광고와 정보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하겠죠?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loveMom님에게 답글 제 글에 대한 출처를 밝히는 것 뿐입니다. 다른 신문 기사 링크 출처도 광고라고 인식하셔야죠, 그렇다면

loveMom님의 댓글의 댓글

@바다사이님에게 답글 규정에 개인 영리목적 광고 금지 조항을 말한겁니다.
혹여 규정위반으로 진실의방 끌려감 운영진에게 해명하심 되요.
절 설득하려 하지 말구요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loveMom님에게 답글 글의 출처를 남긴 것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에게 정보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님을 설득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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