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미 탄도미사일 전략원잠의 하루 - 포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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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1 KST - US.Defense.News - 잠수함 밀덕들에게 성경과도 같은 영화. "크림슨 타이드" 첫 대사는 이것으로 시작합니다.

 

"전세계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남자 3명은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 전략 탄도미사일 잠수함 함장이다.(The three most powerful men in the world: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the President of the Russian Republic; and the Captain of a United States ballistic missile submarine.)"

 

(1988년 미 트라이던트 전략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의 승조원 거주구역. 미 잠수함 승조원들은 항상 장난거리로 잠수함 생활의 무미건조함을 극복했다. 사진촬영 : David Chetlain )

 

과연 그럴까요? 영화와는 다르게 오하이오급 USS 네바다(SSBN-733 USS-Nevada) 전략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일상은 엉뚱한 시각에서 보면 지루할 수 있습니다. 1988년 냉전이 최고조에 달한, 지루한 하루하루 전략 초계 임무 중 소나실(음탐실)의 음탐원들은 음모를 꾸몄습니다.

 

"뭔가 큰 껀수 하나 없나?"

"수심 400피트 잠항중에 소련을 향해 장전해 놓은 트라이던트 C-4 탄토탄 24개를 가진 잠수함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초계중인데 뭘 하고 싶다는 거냐?"

"난 뭔가 부족해...참신하지만 기발하고, 그리고 영창까지는 아닌 안전한 뭐 그런거 없을까?"

 

이 두사람의 음모는 결국 일상을 탈출하려는 몸무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시도는 "휴지 빼돌리기" 였습니다. 이 두 수병은 화장실에 갈때마다 한롤 한롤씩 빼돌렸습니다. 부적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거나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비슷했습니다. 가진 건 시간밖에 없었습니다. 이 두 수병은 끈질기게 휴지를 화장실에서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함내에 소문을 퍼트렸습니다. 

 

"이번 항해에서 보급관이 휴지 보급을 적게 받아서 좀 있으면 함내에서 휴지가 다 떨어져 화장실 사용이 어려울꺼야"

 

(1990년 태평양에서 보급작전중인 USS-네바다 핵잠수함의 승조원들)

 

이 소문은 함내에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수병들은 대부분 휴지 1-2롤 정도를 침대에 짱박아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음탐실의 두 주범은 적어도 600개의 화장지 롤을 빼돌렸습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미 합중국 해군의 보급능력은 무지막지했으며 보급장교는 자기 숙소에 적어도 100일치 사용이 가능한 휴지를 창고에서 꺼내서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하이오 급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은 그닥 그렇게 큰 배가 아니었습니다. 600개의 휴지를 짱박아놓을 장소가 없자 두 수병은 결국 휴지를 조용히 다시 화장실에 하나씩 갖자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명의 음탐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쇼생크 탈출 영화를 감명깊게 본 모양인가 봅니다. 이 두명은 두번째 음모를 꾸몄습니다. 이번에는 목표가 바로 "포크" 였습니다.

 

(포크를 하나 하나씩 빼돌리며 짱박아놓은 USS 네바다 호의 승조원들. 식당에서 하루 4끼를 먹는 사이사이에 이들은 조금씩 금속 포크를 빼돌렸고 다른 승조원들도 하나 둘 이 장난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 동조자를 늘렸습니다. 소나실 5명 모두가 참여했습니다. 계산은 단순했습니다. 소나실 5명이 하루 4번 식당에 식사를 합니다. 하루에 20개의 포크를 훔친다고 가정하면 한달뒤에는 600개의 포크가 전략탄도원잠에서 사라집니다. 승조원들은 과연 어떤 공포에 시달릴까요? 그리고 휴지와는 달리 포크는 크기가 작아서 짱박아놓을 곳이 많았습니다. 이제 오하이오급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 USS-네바다 소나실은 800여개의 포크가 바닥, 천장, 서류상자, 콘솔 뒤 에 짱박혀있었습니다. 그리고 효과는 나타났습니다.

 

 

USS-네바다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 승조원 165명 전원이 포크를 주머니에 꽂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금속 포크가 부족해지자 보급장교와 조리장은 결국 비상용으로 보관해 놓은 플라스틱 포크를 꺼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보급장교와 조리장은 부함장에게 가서 보고했습니다.

 

"함 내의 누군가가 포크를 빼돌리고 있습니다. 부함장님."

"너 나랑 장난까냐? 미 합중국 핵잠수함에서 포크가 사라지고 있다고?"

"믿지 못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이제 본 함에는 포크가 없습니다. 내일 식사부터는 플라스틱 포크를 써야 합니다."

"아XXXXX..."

 

부함장은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고문관은 아니었습니다. 수병들의 장난을 눈치챘지만 그렇다고 진지하게 이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난리 법석을 떨어서 승조원들의 사기를 꺾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함장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각 부서에서 2명씩 차출하라. 그리고 함장님 모르게 총원 배치 후 함의 모든 승조원들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포크 수색작전을 개시한다!"

 

12시간동안 20명의 수색조가 함내를 뒤졌지만 포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함장은 씁쓸하게 웃으며 패배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정글의 왕은 있는 법. 사단은 다음날 터졌습니다. 다음날은 USS-네바다의 특별한 날 - 토요일 특식이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특식은 피자. 함장과 무장관은 피자를 맛보고 싶은 즐거운 기대를 가지고 흥얼거리며 식당에 도착했고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피자를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로 먹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피자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일입니까? 함장이 포크로 피자를 집는순간 플라스틱 포크는 "뚝" 하고 부러저 버렸습니다. 순간 함장은 제대로 꼭지가 돌았습니다.

 

"아놔. 야이 병X XX들아. 이게 무슨 장난인줄 아냐? 미 합중국 전략핵잠에서 XX 내가 포크가 없어서 피자를 못먹어? 이런 XX!"

 

함장은 그 자리에서 피자판을 뒤집어 엎고 식당을 떠났습니다. 속으로 비실비실 웃음을 참으며 킥킥거리던 승조원들은 장교들의 굳어진 얼굴 표정을 보고서는 상황이 1SQ보다 더한 미국-소련 핵전쟁 직전까지 왔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뒤 이 사건의 주동자들의 본부인 소나실로 무장관과 부함장이 조용히 찾아왔습니다.

 

"지금 포크를 돌려주면, 내가 책임진다. 너는 무사할 거다. 진짜다. 그런데 여기서 더 개기면 우리도 더이상 어떻게 함장님을 책임 못진다. 이게 내가 할수 있는, 너에게 하는 최고의 조언이다. 포크 내놔."

 

잠시후 갈색 종이 봉투 여러개에 포크 600여개가 담겨 조리실 앞 문앞에 담겨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988년 미 오하이오급 전략탄도미사일 핵잠 USS-네바다의 포크 구출 작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작전은 작전완료까지 거히 50여일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진주만으로 복귀하기까지 모든 승조원들은 이 사건으로 서로 낄낄대며 웃은 농담으로,그러나 SUBPAC 미 태평양 잠수함대 사령부에게는 공식 기록되지 않는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오하이오급 미 전략탄도미사일 핵잠수함 USS-네바다가 아침 일출을 맞으며 마셜제도를 항해하고 있다.)

 

미 잠수함대 승조원들의 자부심은 그 어떠한 항해의 고난과 어려움도 이겨내며 임무를 완수해 낸다는 자부심입니다. 그리고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의 초계 임무는 공포, 긴장, 그리고 무기력함이 혼재된 긴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예외없이 미 잠수함 승조원들은 이런 지루함도 이겨내는 유머스러움 역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댓글 3

Typhoon7님의 댓글


왜 이 장면이 떠오르는걸까요^^;
"지금이라도 포크를 돌려준다면 여기서 끝내겠다. 찾지도 않을 거고, 쫓지도 않을 거다.
허나 거절하면..."

Typhoon7님의 댓글의 댓글

@파이어폭스님에게 답글 그나저나 잠수함에서 함장과 선임 장교급들은 따로 먹을텐데, 특식이라 일반 승조원들과 함께 먹으러온 날 그 사달이 난걸까요ㄷㄷㄷ
(아니면 잘놀았으면 장난 그만하란 의미의 쇼를 하려 함장이 온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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