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ㅂ런, 귀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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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눈팅만 하고 댓글만 달다가
이제서야 조금 여유가 생겨 이렇게 글도 쓰네요.
그래도 그동안 달리기를 쉬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시민공원 ‘시바런’ 코스로 달렸는데요,
한 3주 전에도 동일한 코스, 비슷한 시간대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시바견 모가지(?) 아랫부분을 돌 때
맞은편에서 흰색 얼굴 가리개를 하고 달려오던 분이
유턴을 하시고는 천천히 제 뒤를 따라 달리더라구요.
처음엔 ‘그냥 반환점 돌듯이 도는 거구나!’
‘나보다 느린 걸 보니 뉴비신가 보다!’하면서
주차장과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차들 수신호로 나름 리드도 했더랬습니다.
그렇게 한 2km 정도 달렸는데 시바견 왼쪽 뺨 정도에서
엄청난 속도로 나란히 오시더니 저한테 말을 거는 게 아니겠습니까?!
얼굴 가리개를 벗으시고는 “덕분에 잘 달렸습니다.”하시는데
단박에 누군지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1년 전쯤 달리기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 마주치던 분이었습니다!
다들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매번 같은 코스로 달리다보면
자주 보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직접 대놓고 대화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아, 이 분 또 오셨네.’, ‘신발 새로 사셨네.’
내적 친밀감이 엄청 생기게 되더라구요.
그런 분들 가운데 엄청 빨리 달리시던 분인데
일부러 뒤에서 저한테 맞춰 같이 달려 주신 거라 생각하니
한편으론 꼴에 리드한답시고 팔을 휘적댔던 게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 저 분도 나를 인지하고 계시는구나!’ 고맙기도 했습니다.
저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리고는
뉴비들이 고인물 만났을 때 흔히 던지는 심박수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시간이 답이죠!” 명언을 남기시고
출근해야 해서 먼저 가보겠다고 작별을 고하셨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는데요,
괜스레 뿌듯한 마음도 들고 정말로 힘이 났습니다.
달린당 당원분들도 혼자 달리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혹시 그분이
‘흐이잌~ 뉴비다! 질문 사절!’ 기겁하고 도망가신 건 아니겠죠?;;
암튼 신기하고 재밌고 나름 감동도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