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18을 알게 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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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학생이 서울 도심 한복판 광화문에 영어학원 한 달 수강합니다.

학원을 가려고 도착한 광화문 덕수제과 옆길 안쪽 골목길을 걸어들어가다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벽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벽에 뭐가 있나? 하고 어른들 틈에서 살짝 바라본 벽에는 이해되지 않는 사진들이 흰 종이 위에 나열되어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분명 우리나라 간판, 우리나라 버스, 우리나라 사람들 같아 보이는데, 우리나라 군인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참혹한 사진들이었습니다. 대체 이게 뭐지?? 실제 같은데?? 놀라서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일단 학원 수업 시간이 다 되어가니, 발길을 돌렸지만, 수업을 마치자마자 아까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도 다 없어지고 벽보와 사진도 없어졌습니다. 내가 꿈을 꾼건가? 싶었습니다.


그때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운동이었습니다. 군인들은 독재를 연장하기 위해 시민들을 때리고 죽였던 것입니다. 어느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고, 어느 어른들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진실을 알리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소설 ‘밤길’의 김신부님과 요섭이, 현실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9년 넘게 밤길을 걷고 있던 셈이었던 것입니다. 소설 ‘밤길’을 읽고 마음이 아프고 뭉클한 것은, 이들이 걸었던 ‘밤길’이, 이제는 21세기 2024년에는, 다 끝난 것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5.18을 북한군 어쩌구 연결지어서 떠드는 자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5.18을 알게 된 후,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DNA, 세계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한 후, 시어머니와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들면 영화 보러 가자해도 흥이 안 난다시며, 심드렁하셨던 분인데,

영화 서울의 봄을 놓쳐서 못 봤다고 아쉬워하셔서, 으읭?! 했습니다. 


어머님이 회고하시길…

어머님이 광주여고 다닐 때,

이모가 하숙집을 하셨고 때가 되면 김장을 많이 해야해서 일손이 부족하면 가서 도와드리고 했답니다.

나중에 지나고 들으니 하숙한 상무대 군인 중에 노태우도 있었다는군요. 

하아. 

광주에서 하숙하고 광주 밥을 먹었던 자들이, 광주 사람들을 해쳤다고 생각하니… 하아… 정말…


이렇게 눈 부신 5월의 아침

5.18이 다가오네요.

숙연해지고… 분노합니다. 

파란색으로 

매우 차분하게.


이너 피스. 


댓글 4

BonJovi님의 댓글

저도 글로 다시 한 번 적겠지만, 사진을 처음 목도했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흑백 사진이었는데도 제가 피를 뒤집어 쓴 느낌이었어요.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BonJovi님에게 답글 오래전이라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땐, 잠깐 보았고 현실감이 없어서, 내가 뭘 본 것인지... 뭘 알아야 설명을 할텐데... 꿈 꿨나?? 싶은 정도였습니다.
대학에 와서 관련 자료들을 접했을 때,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대학 때마저도 오래전 이야기네요.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도미에님의 댓글

89년에 종로에서 게릴라 사진전이 있었군요.
어슴프레하게 그 시절 기억이 나는 듯도 하네요...그냥 짐승의 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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