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파이어족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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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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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Pazz 입니다.

사실 제가 작년즈음에 구동네에 파이어족 글을 썼다가 지웠었는데 다모앙에 다시 가다듬어(?) 올려봅니다.

저는 40대 중반을 좀 넘긴 2022년 여름이후부터 좋게말하면 파이어족, 나쁘게 말하면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계획에 있던건 아닌데 반은 자의, 반은 타의에 의해 파이어족이 되었네요
제가 해외에 오랬동안 살았는데, 본사에서 귀임 발령이 났고 아이들 교육이나 여러가지 고려하여 귀국하지 않고 사표를 냈습니다.
사실 다니던 회사가 나름 괜찮은(?) 회사였다보니 조금 고민은 있었지만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게 되었네요.
그렇게 저는 20년넘는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파이어족이 되었지요.
한참 일할나이인 40대 후반에 집에서 놀고 있자니 어쩔때는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도 들때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1.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조건은?

가장 중요한건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소득을 크게 노동에 의한 소득과 자본에 의한 소득으로 나누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에 의한 소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연한게, 파이어족의 정의 자체가 노동을 하지 않고 일찍 은퇴하는 것이니까 노동에 의한 소득은 없는 것입니다.

자본에 의한 소득은 크게

1) 투자 행위에 의한 소득 (Active income),
2) 배당/이자등에 의한 소득 (Passive income) 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투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본인의 생활 비용을 충분히 충당 가능하다고 하면 누구든지 파이어족이 될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생활비가 300만원이 필요한 사람이고, 배당/이자와 같은 패시브 인컴으로만 살겠다고 결심하면 10억정도의 현금이 있으면 파이어족이 가능합니다. 사는 집을 제외한 순현금 기준이지만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경우는 더 적은 현금으로도 가능하겠지요.
예를 드어 10억을 5%의 이율로 굴리면 (예금으로는 5%가 어려우니 채권등에 투자) 1년에 5천만원의 배당 소득이 생기고, 세금을 제하면 대략 4천만원, 월 3백만원이 조금 넘는 소득이 발생합니다. 단,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향후 물가상승에 따라서 필요 생활비가 조금씩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원금이 그대로라고 하면 생활비가 모자라게 됩니다. 그러므로
1) 파이어족이 될 시점에 원금이 10억원보다 크거나 아니면
2) 원금을 조금씩 까먹으며 살거나 아니면
3) 투자활동을 통해 5%이상의 추가 소득을 올리는 활동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본인이 (주식등에 투자하여 ) 투자를 매우 잘 할수 있다 하는 경우 더 적은 현금으로도 가능하겠지만 투자 실패에 의한 Risk가 너무 클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이 좋을때 많은 사람들이 전업투자가로 돌아서면서 파이어족이 되지만, 주식시장이 무너질때 또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곤란에 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경제적 조건에서는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이자등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비를 커버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서 매우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본인의 의지입니다.
제 주위에 부자라서 충분히 파이어가 가능하지만 60, 70까지 일하시는 분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돈을 떠나서 일하는 것과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시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태생적으로 많이 게으르다보니(?) 일하는것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표를 던진 이후에는 별다른 구직활동등을 하지 않고 지금 생활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사회 초년생떄부터 시작하여 오랬동안 부동산/주식 투자를 해서 재산을축적했고, 현재는 배당소득으로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고 여기에 추가로 투자소득도 같이 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점은 너무 감사한 부분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둘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교육비 부담이 줄어든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하니 아이들 교육비가 1/10 으로 줄었습니다(!) 제가 여행을 제외하고는 돈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라서 아이들 교육비 문제가 해결되니 생활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2. 파이어족의 생활

저는 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파고드는것을 좋아합니다.

퇴직 이후 제가 전공하고 오랬동안 몸담았던 분야가 아닌 전혀 엉뚱한 다른 분야의 공부를 했습니다. 그냥 집에서 공부하면 안될것 같아서 집 근처의 대학교(해외에 살고 있으니 해외대학교겠죠 ㅎㅎ)에 등록해서 석사까지 끝마쳤네요. 얼마전에 학위도 받았습니다. 저보다 20년이상 젊은 친구들과 같이 강의실에 앉아서 공부하니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 ^^ 안되는 영어로 그룹과제도 같이하고...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시험때면 이해안감(그 유명한 이해가 안됨 짤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ㅎㅎ) + 안외어짐(확실히 나이를 먹으니 외워지지를 않습니다.. ) 자료들을 펼쳐놓고 몇날 며칠을 자료를 달달 외워가서 시험을 봤네요. 그래도 새로운걸 배우니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안쓰던 뇌도 다시 뭔가 활력이 되살아난것 같고, 학교 갈때마다 재미있어서 갔던거 같네요. 학위를 받으니 와이프가 학위 받아서 뭐에 써먹을라고 그렇게 열심히 했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그냥 웃습니다 ㅎㅎ

솔직히 또 딴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석사 한개 더 할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석사만 2개인데 3개가 될 판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무덤에 돈이 아니라 학위증을 싸들고 가야될것 같습니다 ㅎㅎ

근데 일단 좀더 놀아보고 천천히 생각하려고 합니다. 공부를 시작하면 학사일정이 있어서 직장 다니는것보다 더 빡쎄더군요. 직장은 휴가를 내도 어느정도 유도리가 가능한데, 학사일정은 제가 바꿀수가 없는거니까요.

그리고 월급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벤처한군데에서 직책을 가지고 종종 일을 하고 있고 해서 아주 심심하지는 않네요.

제 하루 루틴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 저는 기상시간이 매우 이릅니다. 알람을 맞춰놓지는 않지만 보통 4-5시면 깨는것 같습니다 - 일단 밤에 있었던 미국장 분위기를 먼저 체크합니다. 다모앙도 한번 둘러봅니다. 이런저런 글들을 보고 있으면 아침시간이 되고 와이프가 아침을 차려주네요. 아이들도 일어나서 학교갈 준비를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제 한국 주식시장 개장 시간입니다. (시차때문에 여기서는 조금 빨리 시작합니다) 주식시장이 개장하면 필요하면 조금 거래를 합니다. 저는 배당 및 장기투자용 안정적인 종목으로 대부분의 자산을 굴리고 있고, 일부 투자금은 단기 트레이딩용으로도 굴립니다. 이 단기 트레이딩용 자금을 활용해서 주로 지수 ETF를 활용해서 투자를 합니다.

주식창을 하루종일 쳐다보는건 아니라서 장 시작할때 조금 쳐다보다가 아이들이 학교 가는걸 보고, 또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가 퇴직이후 거의 집에있다보니 와이프와 24시간 + 와이프가 차려주는 3끼 밥을 먹는데, 정말 다행인건 와이프와 저는 소위 말하는 죽이 아주 잘 맞습니다.
저는 완벽한 INTJ 형인데 와이프는 ISFP 입니다. 맨 앞의 I만 동일하고 나머지는 완벽히 반대입니다. 그래서 잘 맞는것 같습니다 ㅎㅎ
와이프와 하루에도 정말 몇시간씩 이야기를 하는데, 투자 관련, 사람들 이야기, 아이들 교육 생활 관련, 사회문제 등등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평생의 친구라고 이야기할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오전시간에는 가끔 유튜브를 보면서 와이프랑 같이 운동도 하고, 가끔은 피곤하면 낮잠도 잡니다.
그리고 일이 좀 있으면 일도 처리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모 출판사의 제의로 투자 관련된 책도 하나 쓰고 있습니다.

점심은 집에서도 먹지만 가끔은 약속을 잡아서 밖에서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랜 해외생활을 하다보니 여기에는 친구들도 없고, 다들 일하면서,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직장다니다가 퇴직하신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는데, 직장에서 친하다고 생각했어도 회사에서 나오면 연락이 끊어지는게 대부분일 겁니다. 어린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과는 확실히 다르죠. 그래도 다행으로 예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몇몇 사람들과는 아직도 가끔 만나서 밥을 같이 먹습니다.
그리고, 두세달에 한번은 한국에 가서 친구들, 지인들을 쭈욱 만나고 오는 것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합니다.
사실 저같은 I형 인간에게는 이런 행위조차 귀찮은 일이지만, 가족을 제외하고 아예 인간관계가 없는 것도 너무 답답해서 가끔이나마 한국에 일부러라도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옵니다.

집에 있으니 가사 노동도 제가 많이 합니다. 저희집은 요리는 와이프가, 나머지 청소, 빨래, 정리 등은 제가 다 하는데 평일에는 핼퍼가 매일 오니 물건 정리정돈을 빼고는 그리 할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주말에는 집치우느라 정신이 없지요.

아뭏든 이래저래 하다보면 저녁시간이 됩니다. 저녁을 먹고 또 이것저것 하다보면 이제 잘시간입니다. 자기전에는 미국주식시장 개장 분위기를 봅니다. 누가 그러던데, 백수가 더 바쁘다더니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ㅎㅎ



3. 향후 계획은?

일단 이제 아이들이 대학생이라 많이 챙겨주지 않아도 되니(?) 학기중이라도 아이들은 방치(?)하고 와이프와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합니다. 제 꿈은 캠핑카를 하나 사서 근사하게 꾸민다음 유라시아 횡단 + 유럽 + 필요하면 북미, 호주까지 전세계 일주를 하는 것입니다. 요즘 부부가 이렇게 전세계 일주하는 유튜버들이 꽤 있습니다. 매일같이 보면서 계획을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또 앞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공부를 하고 싶은 분야가 하나 더 있는데 이건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보려 합니다. 이것도 집근처 대학교에 석사 과정이 있는데 학비도 엄청나고 (학비만 대략 1억정도.. 취미생활(?)에 태우기에는 너무나 비싼 금액이긴 합니다. 얼마전 취득한 학위는 뜻밖의 장학금까지 받아서 몇백만원밖에 안들었네요) 1년동안 쉬는텀 없이 빡세게 하는 과정이다보니 조금 고민이 되네요.

집에서 편하게 쉬다보니 살이 조금씩 찌고 있습니다. 1년에 한 1~2키로씩 나잇살이 찌는거 같네요. 건강이 젤 중요하니 운동을 해야하는데 천성적으로 움직이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맨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몇년전에 PT를 몇달 받았던 적이 있는데 이때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근육(?)이라는걸 제 몸에서 보았었습니다. 지금은 다 물렁살로 돌아갔지만... 다시 PT를 받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여러가지 기술의 발달로 정체되지 않고 계속 늘어날것 같습니다. 아직 50이 안되었으니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도는 순간인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 절반은 뭘 하고 살지 계속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것을 다 떠나서 젤 중요한건 제가 즐겁게 하고싶은것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보았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1) 지금 천억원을 받는대신 내일 죽는것, 2) 돈은 안받지만 내일 눈뜨고 일어나는것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미치지 않고서야 모든 사람이 2번을 선택하겠죠.
어느정도 적당히 벌어서 생활이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본인의 인생과 시간이 돈과 바꿀수 없이 소중하다는 일화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하기 직전까지도 경제적인 부분의 해결이 안되는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조기 은퇴하여 파이어족이 될 수는 없어도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마다 다 다른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정답이 있는것도 아니고, 방법이 같을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저나 제 주위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보고는 있습니다.
향후에 정리가 어느정도 되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2 / 1 페이지

무념무상이었음님의 댓글

너무 멋지시네요 ㅎ 전 인생에서 가장 많이 벌어야할 2-30대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날리고(?). 나이는 비슷한데 빚에 허덕(?)이다 보니 부러은 마음이 더 앞섭니다.

좋은 글을 읽어서 일요일 밤이 울적하지 않아서 좋고, 또 남겨주실 글이 기대됩니다. 마음 같아선 쪽지로 이것저것 여쭈고 싶지만 참아 봅니다 ?
/Vollago

페르마님의 댓글

배당소득으로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시다니 참 부럽습니다. 원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라고 가끔 글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현이이이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30대 후반 실직 파이어족입니다 월 쓰는돈은 20만원 언더 입니다 헤헤~ 가끔 개발 알바나 배달, 커피숍 알바로 때우며 삽니당~

Pazz님의 댓글의 댓글

@현이이이님에게 답글 와.. 그쵸 본인이 생활비정도만 커버되면 마음먹기에 따라 누구든 파이어 가능하다고 봅니다. 외국에는 생활비를 정말 최소로 해서 돈이 많지 않아도 파이어 하는 사람들이 꽤 되더라고요

MrSunday님의 댓글의 댓글

@Pazz님에게 답글 혹시 국가가 어디신지요..? 대략 300만원으로 한달을 사는건 위치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Pazz님의 댓글의 댓글

@MrSunday님에게 답글 300만원은 그냥 예시로 든 숫자일뿐이고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사는 곳은 이것보다 생활비가 몇배는 더 듭니다.

모모디님의 댓글

오늘 만수르가 되도 내일 죽으면 그냥끝입니다. 건강 꼭 챙기세요. 50넘기전에 저도 파이어 하고싶을때 참고하겠습니다.

봄바람이님의 댓글

부러우면서 멋지시고 그렇네요.
파이아~ 외치고 싶지만, 아직은 좀 더 버텨보려합니다.
준비를 너무 안했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솔티리치님의 댓글

여러모로 존경스럽습니다.

파이어족을 꿈꾸지만 아직 확신이 없어 멈추지 못하고 있네요.

게다가 해외...

게다가 아이가 대학까지...

제가 바라는 3가지를 이루셨네요.

곧 따라가겠습니다.
현금을 패시브인컴으로 만드는 중인데 쫄보라 아직 대부분 현금이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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