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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에 부쳐 조금 주절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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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ischer 118.♡.10.236
작성일 2024.04.15 23:13
42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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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커뮤니티에 글을 거의 적지 않는 사람입니다.

클XX도 10년 넘게 검색을 위해서 아이디 만들어 놓고 덧글 하나 없이 눈팅만 했었죠.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에 흔적을 남겼던 게 7년 전에 동명이인이 저지른 일 때문에 모 사이트에 해명하는 덧글을 단 거였는데... 개인 신상이 너무 드러나니 이정도로만 해 두기로 하고요.

다모앙이 생기고 댓글을 조금 쓰기는 했는데 그것도 이제는 또 자제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온라인 묵언수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다시 묵언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세월호에 대해서 지난 10년간 생각한 바를 조금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또 그중에 혹자들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쓴 짐승들은 또다시 자기들의 바닥 밑의 바닥을 보여주고 있고요.

그렇다면 과연 세월호의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건에나 음모론을 내세우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잠수함 충돌, 심지어는 제물이라는 끔찍한 소리까지.

하지만 저는 이미 밝혀진 사실들만으로도 세월호의 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충분히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참사에는 참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조금씩 작용했습니다.

과적, 급격한 변침과 침몰 과정에서의 주요 승무원들의 직무유기, 구조의 방관 등등...

다른 참사 다큐들을 봐도 아주 사소한 원인들이 모여서 엄청난 참사를 낳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과적을 하지 않았더라면, 급격한 경로변경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만 있으라 하지 말고 선장이 탈출을 지시했더라면, 방관하던 해경이라도 나섰더라면...

지금까지는 뭔가가 빠져 있죠?

네, 맞습니다. 503의 청와대요.

저는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 없는 게 당시 503의 청와대의 누군가입니다.

누구라고 이름을 거론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글을 조금 더 읽어보시면 그게 누군지 대부분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해경이 출동할 때까지는 우리가 접한 다른 참사와 참사가 될 뻔한 상황의 외줄타기였을 겁니다.

그런데 많이들 들으셨겠지만 해경과 청와대의 통신 대화...

딴짓 말고 인원파악이나 서둘러라. (배가 완전히 침몰되고 나서) VIP께 보고했는데...

이걸 들은 순간 엄청난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죠.

몇백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침몰된 배에 갇혀 죽게 생겼는데 내뱉는다는 소리가 VIP 보고 타령이라니요.

그리고 이걸 통해서 전 이런 시나리오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많이들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503은 관저에서 자빠져 자고 있었고, 청와대로 세월호에 대한 보고가 올라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503의 총애를 받는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지요.

503이 카메라 앞에서 구조 명령을 내리고, 그 순간 일제히 해경을 비롯한 구조대들이 세월호 승객들을 구출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방송하자.

그런 쇼를 하고 언론들이 잘 마사지하면 503을 영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요.

그래서 현장에 전화해서 저런 소리들을 한 겁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원이나 파악하고 대기하고 있으라고요.

하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503은 관저에서 머리만진다고 나오지 않고 있었고, 청와대 인원(사람 인짜 쓰기도 싫지만)들은 초조해집니다.

그럼에도 계속 현장과 연락하면서 계속 인원파악이나 하라고 대기하라고 닥달을 했던 거죠.

지금 세월호가 침몰해가는 것도, 이러다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건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503이 빨리 나와서 구출명령을 내리고 그걸 정치적으로 써먹을 생각 뿐이었죠.

하지만 뭉기적대던 503은 끝내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떼같은 아이들을 비롯해서 수백명이 수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이게 청와대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발뺌하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들 아시는 대로입니다...

보상금 논란을 비롯한 유족의 악마화, 폭식투쟁, 인양 비용 운운하는 짐승들의 악다구니들...

어떤 분들은 더 뭔가를 저지른 게 아니라 그냥 해경을 대기시키기만 한 것인가? 그것뿐인가? 라고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악이란 사실 매우 평범합니다.

저들은 그저 503의 정치 쇼에 필요한 "각하의 영도하에 극적으로 구출된 승객들"이 필요했을 뿐이고, 그것이 어그러지자 바로 발뺌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이 참사의 각각의 단계에서 단 한 명의 송곳이라도 나타났더라면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과적때, 변침때, 가만있으라는 방송을 할 때, 해경에게 대기하라고 했을 때, 누군가가 나서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외치고 나섰더라면 수수방관하던 사람들의 인간성이 발휘되었을 수도 있겠죠.

그런 송곳이 단 한 명도 없었기에 악의 평범성은 참사의 화룡점정을 찍고 말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감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각별한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마지막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노제때 서울광장에서 쥐새끼를 향해서 욕지거리를 퍼부었을 만큼 강경한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그런 저에게 IMF와 총풍을 거치면서 저들은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되는 무리로 인식되었습니다.

차떼기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거치고는 정치에서 추방해야 할 무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쥐새끼 당선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면서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 세월호를 거쳐서 저것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생각은 평생 변치 않을 거 같습니다.

 

암울하고 힘든 시기에 그래도 총선 승리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 또 슬프고 먹먹한 감정을 금할 수 없는 날이 찾아왔고, 아마도 이 분위기는 5월에도 이어지겠지요.

다음에 언제 또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싸우시는 분들께 경의를 표하며 모두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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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1 페이지

loveMom님의 댓글

작성자 loveMom (245.♡.118.180)
작성일 04.15 23:16

fischer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scher (118.♡.10.236)
작성일 04.15 23:29
@loveMom님에게 답글 (삭제된 이모지)

시커먼사각님의 댓글

작성자 시커먼사각 (59.♡.1.218)
작성일 04.15 23:16
제게는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분노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ㅠ

fischer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scher (118.♡.10.236)
작성일 04.15 23:30
@시커먼사각님에게 답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세월호, 이태원 세 가지가 저에게도 최악의 트라우마입니다.

장군멍군님의 댓글

작성자 장군멍군 (58.♡.46.177)
작성일 04.15 23:24
그래서 저는 국짐당 패거리들을 지지하고 그 당에 입당하고 추종하는 무리들을 아예 사람 취급을 안 합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생긴 배우든 축구를 잘하던 선수든 노래를 하는 가수들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 종자로 취급 안 합니다
사람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저 금수만도 못한 집단으로 들어 간다는 자체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그리고 멀리는 광주 학살까지 깡그리 무시하고 은폐하는 저런 집단을 어떻게 추종할 수 있단 말입니까?

fischer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scher (118.♡.10.236)
작성일 04.15 23:32
@장군멍군님에게 답글 본문에서 518 이야기를 5월에 에둘러서만 언급을 했네요.
사실 저는 민주화"운동"이라는 노태우 정권이 붙인 명칭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민주"항쟁"이고 "학살"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시위로 시작했지만 중간에는 항쟁이었고 마지막에는 학살이었으니까요.
이를 가리기 위해서 맨 앞의 전개인 "운동"만을 부각시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명님의 댓글

작성자 무명 (175.♡.223.49)
작성일 04.15 23:39
(삭제된 이모지)

fischer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scher (118.♡.10.236)
작성일 04.15 23:49
@무명님에게 답글 (삭제된 이모지)

하늘기억님의 댓글

작성자 하늘기억 (113.♡.175.7)
작성일 04.15 23:48
저는 ㄱㄱㅊ이 의심됩니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날 당일 유병언 보도를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후 언론에는 유병언 이야기만 연일 보도합니다.

세월호에 대해서는 모든게 의문이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누가 이 모든 것을 지휘했는지 알수 있다고 봅니다.

fischer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scher (118.♡.10.236)
작성일 04.15 23:49
@하늘기억님에게 답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실 거고, 저도 그렇습니다.
단지 저는 본문에도 적은 대로 진상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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