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 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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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입인사 이후 처음으로 글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으실 제

얘기로 시작해봅니다.


제 아르바이트 노트 중 일부 입니다.

40중반을 넘겼고, 2년전 여름 사업자대출

연장하러 갔다가 갱신되는 금리에 충격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1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결제일이

몰려있는 매달 20일쯤이 되면 정확히 15일쯤부터

이유을 알 수 밖에 없는 속쓰림과 끊임 없는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매장에 앉아있는게 매장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몸이 편하니 비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년전 여름에 주거래 은행에 사업자 대출

연장하러 갔다가 우선 한도때문에 일부 상환해야

하고 갱신되는 금리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겠어서 우선은 자전거로 쿠팡이츠와

배민을 시작합니다. 그때만해도 단가가 빠졌다곤 해도

나름 괜찮았어서 요령은 없었지만 새벽까지 하면

당장 어느정도는 보전되겠다 싶어서 새벽 2~3시까지

연남동, 홍대쪽에서 배달을 했습니다.

16인치 바퀴 달린 자전거로 40km 넘게

탈때도 많았습니다.

하다보니 자전거라 그런지 11시를 좀 넘어가면 단가가

너무 별로여서 고민하던차에 대리가 괜찮다고 해서

대리운전도 시작을 합니다.

졸지에 본업인 매장1 , 배달2, 대리2 이 되네요.

그래도 매장에 있던 썩어가는 자전거로 하고

그외의 비용이 들어가진 않았으니 괜찮았습니다.

어색한 남의 차에 거기에 각종 수입차.

오래된 제 차로 다닐땐 아무 걱정 없던 골뱅이

통로 등에 긴장타가며 단시간내에 여러 수입차까지

섭렵합니다. 다만, 몸이 이제는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는지라 새벽 4시까지 달리기를 몇번 하고

계속 달려주니 이명도 더 심해지고,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서 줄이고 줄여서 새벽 2시정도 마무리를 

목표로 했습니다.

축구를 보며 치맥을 달려줄 월드컵때는 날뛰는

배달단가와 경기후 역시 날뛰는 대리 단가에

치맥과 축구라는 호사따윈 남의 일이고 

돈을 버는데 행복했습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힘이 들어도

역시 날뛰는 단가에 감사히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7월부터는 감사하게도 전에

일했던 곳에서 일거리도 주시고, 다른 아르바이트도

추가하게 되면서 배달과 대리의 비중은 대폭

줄이고 수입은 오히려 올리게 되었습니다.

개인시간 따윈 있었을리 없었고, 일요일엔 아이들과

놀아주기엔 한없이 무거운 제 몸이었지만

당장 결제일이 다가올때의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들어서

살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매장세금 업무를 담당해주시는 세무사님

(제 아르바이트 수입도 다 알고 계세요. )께서

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에 정색하며 제게 묻더군요.

사장님, 그런데 매장을 유지하시는게 따로 목적이

있으신거죠? 가끔은 아르바이트 해서 번걸로 

매장에 보태기도 하니 그렇게 보실만도 했습니다.

늙고 바쁘기만한 아빠의 무기력함 앞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건 늘 엄마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둘째가 많이 아프게 되면서 ㅜㅜ

아내의 첫째 케어를 좀 덜어주기 위해 일탈을

시작했습니다. 늘 새벽 2시 퇴근이 픽스되어

있었는데 저녁때 냉큼 옵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전산 아르바이트와

추가 1개만 유지하고, 저녁때 하는 배달과

대리는 올스톱입니다.

그리고 6살짜리 첫째를 케어하는데 아빠와

다니는 것에 어색해하면서도 엄청 신나합니다.

뭘 사달라고 하면 아내에게 혼날까봐 우선 안돼

한번은 하지만 이 녀석 얼굴을 보면 그게 안됩니다.

아내에게 등짝이야 맞으면 되는거구요.

그러다 또 깨닫습니다. 내가 돈을 버느라 바쁜게

아니고 또 성실하게 나를 갈아 넣느라 바빴구나.

아이들 옆을 비우느라 바빴구나.

항상, 엄마 옆에서만 자려고 하던 아이가 자기전에

책 읽어달라고 8~10권 정도를 가져오고, 그걸

읽어주고 읽어주고 했더니 아빠보고 자기 옆에서

자랍니다.

근데...참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아이를 위해 이렇게

있는게 아니라 아이가 웃는것 그리고 손을 잡고

같이 가는것 특히, 이 어색한 시간대에 같이 있는

것이 너무너무 행복하고 달달합니다.

그래서 새벽에 퇴근해야 하는게 당연했던 저를

계속 두면 너무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탈같지만 계획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아니 사실 계획이 없었습니다. 우선은 일찍 와서

아이와 놀고, 책 읽어주고, 재우는 기쁨은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면 그때 집이나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려구요.

대출은 여전히 저를 뛰게 할테니까요.

그냥 뜬금 없지만 적어봅니다.

댓글 108 / 2 페이지

우주비행사버즈님의 댓글

너무 멋진 분이시네요. 힘내시구요. 화이팅 입니다.
일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도 힘들지만 이글을 읽고 같이 힘내봅니다.

나혼자한다님의 댓글

남일 같지 않아 더욱 응원합니다. 빨리 우리나라도 생활고에서의 자유가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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