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Triple S <Girls Never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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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아이돌그룹' 트리플에스가 멤버 전원(24인)을 공개하고 처음으로 낸 정규앨범입니다. 이전까지 멤버공개 및 유닛으로만 미니앨범 혹은 싱글을 냈었습니다. 올해 초에 멤버 전체가 공개된 후에 트리플에스는 정규 1집을 낼거란 발표를 했고 5월 8일 마침내 앨범과 뮤직비디오가 릴리즈됐습니다.


24인이라는 쉽사리 와닿지 않는 숫자는 아래 단체 티저 사진을 보면 그 위용이 드러납니다. 요즘 어지간한 학교의 한 반 인원보다도 많다는 24인의 멤버는 그 숫자로도 압도적이지만 다양한 출신 배경까지 고려하면 이 아이돌그룹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네, 그래서 트리플에스를 상징하는 문구가 "모든 가능성의 아이돌(the idol of all possibilities)"입니다. '이달의소녀'를 만들었던 정병기 프로듀서가 기획하고 만든 트리플에스는 팬들이 직접 제작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팬 참여형 걸그룹입니다.


이렇듯 정병기 프로듀서의 거대한 포부와 꿈이 실현된 트리플에스의 첫 앨범의 타이틀 곡은 'Girls Never Die'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현듯 007 네버다이라는 영화가 연상나기도 하는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사와 뮤비의 내용은 (소녀 어쩌면 소년까지) 절망과 새로운 출발이라는 테마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24명의 아름다운 소녀들로 꽉꽉 채운 이 뮤비의 내용은 스토리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뮤비를 씬 별로 분석하진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절망적 상황에 있는 소녀들이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옆에는 친구(혹은 동료)가 있고 둘 혹은 여럿이 하나가 되어 다시 비상을 준비한다는 것이 주내용입니다.

뮤비 중 몇 가지 짚어보고 싶은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까마귀로 상징되는 소녀들입니다. 알다시피 까마귀는 동서양에서 여러 중첩된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지혜로운 흰 새로 아폴로에게 조언하던 새였지만 저주를 받고 지금의 까만색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중세에는 마녀의 옆에 있던 마녀의 상징이기도 하며, 동양에서는 불행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까마귀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복잡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혜를 상징하면서도 불운까지 의미하는 다양한 의미값을 전달합니다.

삶 역시 이런 까마귀의 상징성처럼 다양한 절망과 희망의 범벅입니다. 우리는 역경에 몰리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를 도와주는 손길을 잡아 다시 일어나기도 합니다. 바닥에 몰렸을 때면 다 포기하고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나는 의지가 샘솟기도 합니다. 이 상황을 까마귀처럼 지혜롭게 극복한다면 뮤비의 마지막 장면처럼 다시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손을 맞잡았던 하나의 날개만 달고 있던 두 소녀가 하나의 까마귀가 되어 하강 끝에 상승하는 것처럼 우리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노래와 뮤비는 절망과 희망이라는 테마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녀로 대표되는 인물은 아재가 될 수도 있고, 소년이 될 수도 있고, 노년세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든 바닥으로 몰리는 시기가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 역시 인간이라는 것이 잘 보이는 뮤비입니다.

멤버 전원이 참가하는 무대 퍼포먼스는 이러한 주제를 마스게임같은 연출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멤버 전원이 참여하는 만큼 거대한 군중의 플래시몹같기도 한 트리플에스의 무대는 케이팝 그룹의 특징이라는 칼군무를 24인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내내 멤버들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지켜내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때로 보이는 자유로운(혹은 자유로워 보이는) 동작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카오스) 이후로 이어지는 질서잡히고 조화로운 칼군무(코스모스)는 감탄을 줍니다.

특히나 강렬한 걸스힙합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는 퍼포먼스 내내 강렬한 동작을 보입니다. 여기서도 24인이 주는 이점이 보입니다. 군무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구간별로 춤을 추는 멤버조와 잠깐 쉬는 멤버조가 존재합니다. 이 말은 전멤버가 무대 내내 강렬한 퍼포먼스를 할 필요 없이 잠깐잠깐 숨을 돌릴 수 있는 구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교대로 연출되는 무대는 역설적으로 전체 퍼포먼스 내내 강렬한 안무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소위 메가걸그룹의 위용이 느껴지는 대목이자 프로듀서가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프로듀서의 이런 욕심은 앨범의 트랙에서부터 드러납니다. 10곡으로 구성된 해당 정규 앨범에서 타이틀곡 <Girls Never Die>는 2번 트랙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앨범의 1번트랙 S를 들어야 비로소 프로듀서가 왜 두 트랙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렬한 일렉기타로 시작하는 S는 강조된 베이스와 비트로 이어집니다. 해당 트랙에서 보컬은 Girls Never Die에서 끌어온 것으로 S는 앨범의 인트로이자 타이틀곡의 인트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편곡된 S의 분위기는 타이틀곡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Girls Never Die 역시 강렬한 비트와 베이스가 중심을 잡아주고 그 위로 멤버들의 보컬이 얹어집니다. 이러한 편곡은 맥시멀하게 편곡되던 걸크러쉬 음악에서 탈피하여 미니멀하게 변화하는 현재의 트렌드의 반영이자 메시지의 간명성과 연결됩니다. 간명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강한 어조로 전달하겠다는 방향성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앨범 트랙 전체에서 조금은 과할 정도로 더해진 리버브는 아마 몽환성을 같이 전달하고 싶다는 프로듀서의 욕심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이 다소 몽환적 색채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가 더해진 뮤비입니다. 절망적 현실과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뮤비는 판타지 풍의 씬과 소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음악과 뮤비의 연출에는 현실적 메시지와 이야기를 몽환적 요소를 더해 전달하고 싶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 세계관 연출의 달인(혹은 뇌절)이라 평가받는 정병기답게 트리플에스가 가진 유니버스와 희망의 메시지를 잘 버무려서 전달하겠다는 연출방향이 읽히는 지점입니다.


처음 트리플에스의 멤버 전원이 공개됐을 때 일반 대중이 느꼈을 당혹감은 제가 가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도 대규모의 걸그룹은 있었습니다. 아이서티부터 시작됐던 대규모 인원의 걸그룹은 소녀시대-트와이스-아이오아이-아이즈원-이달의소녀 등으로 면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그룹들은 많아 봤자 10명 전후입니다. 이들을 뛰어넘은 24인이라는 멤버 구성은 그 숫자 자체로도 압도적입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이렇게 준비했어'를 넘어서 '네가 모르는 것까지 준비해봤어'라고 보일 정도죠.

이런 대규모의 인원이 디렉터에게 주는 강점은, 정말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24인이 주는 다양성은 어떤 성질의 유닛도 만들 수 있는 동시에 무대에서도 어떤 욕심이라도 부려볼 수 있습니다. <Girls Never Die>에서 보인 강렬한 안무는 남돌 안무가로 유명했던 최효제가 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4인이 교대로 연출하는 강렬한 안무는 어쩌면 이러한 인원의 많음에서 가능했던 것일 겁니다.

애초에 '팬 참여형' 그룹을 표방하고 나왔지만, 어쩌면 프로듀서가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서 이런 멤버구성을 짠 것이 아닐까요. 정병기 프로듀서는 머글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래의 두 링크에서 볼 수 있듯 과거 정병기 프로듀서가 연출했던 '이달의소녀'는 다종다양하고 복잡한 세계관 구성으로 유명했습니다. 정병기 프로듀서는 이달소에서 못다했던 '유니버스의 꿈'을 트리플에스에서 이어가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달소의 '루나버스'를 정식계승한 5인조 걸그룹 아르테미스도 같은 소속사에 있어서, 두 유니버스가 교차하는 어셈블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https://theqoo.net/square/3195583900

https://docs.google.com/document/u/0/d/1JL6nzfCI5HVPZfY3JAm9QfncDfSb6k5QRtkaBaLSsek/mobilebasic?pli=1

요는 24인이라는 멤버 숫자는 뇌절로 보일 수도 있지만, 프로듀서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멤버들의 매력, 극적으로 연출하고 싶은 음악과 뮤비를 위한 숫자로 보입니다. 아이돌 그룹이란 멤버들의 노래, 안무, 매력을 전달해는 것이 기본 덕목이고, 그 방법론으로 세계관이란 도구를 선택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도구를 잘 사용하기 위해 24인의 멤버가 필요했던 것일 겁니다. (이렇게 쓰면서도 여전히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24인의 트리플에스. 프로듀서가 세계관 덕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험이자 KPOP에게는 하나의 테스트입니다. 24인의 숫자는 유닛으로 만들기도 좋고, 전체로 활동했을 때 압도적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케이팝 시장은 끝없이 나오는 떡밥으로 돌아가는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24인이 지속적으로 떡밥을 던진다면 빠져나올 수 있는 팬은 없을 겁니다. 관건은 이 세계관으로 어떻게 빠져들게 만드는가입니다.

<Girls Never Die>는 그 입덕의 대문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요. 먼저 '24인조 걸그룹의 앨범'이라는 확실한 세일즈포인트부터 압도적 칼군무와 대중적인 메시지, 곳곳에 숨어있는 세계관의 힌트들까지. 트리플에스의 첫 정규앨범은 입덕 포인트가 될 요소를 곳곳에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 포인트에 얼마나 많은 덕후들이 포섭되는가일 것입니다.


이달소의 제작자 정병기가 선보인 뇌절 거대걸그룹 트리플에서의 첫 정규앨범 ASSEMBLE 24와 타이틀곡 <Girls Never Die>, 케이팝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부디 잘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댓글 5 / 1 페이지

GENIUS님의 댓글

제가 어제 들었던 곡이군요.
뭔가 올 듯 말 듯 하다 안 와서, 다시 한 번 들어보고 다운로드는 일단 받지 않았습니다.
방금 다시 들어봤는데 역시 뭔가 마음에 들 듯 말 듯 해서
일단 나중에 다시 한 번 들어보거나 뮤비를 함 봐야겠네여.

매튜벨라미님의 댓글

저도 S8 공유빈팬입니다
타이틀 Girls Never Die외에 가시권이나 다른 수록곡들도 퀄리티 좋네요 정병기 대표가 제대로 준비한듯 보입니다 이달말 데뷔하는 artms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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