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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주 생각나는 '시'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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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last 112.♡.34.62
작성일 2024.06.28 12:30
174 조회
1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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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시가 심심하면 생각납니다.

계속 살아냄을 강요받는 현실이 이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독(毒)을 차고

- 김영랑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 세대(億萬世代)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虛無)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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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란 학생이라기보단 극장의 관객에 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흥미가 없으면 극장에 들어가지 않고, 재미가 없으면 극장을 떠난다. - 나대일(1993). 아인슈타인과의 두뇌대결

대중이란 학생이라기보단 극장의 관객에 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흥미가 없으면 극장에 들어가지 않고, 재미가 없으면 극장을 떠난다. - 나대일(1993). 아인슈타인과의 두뇌대결

댓글 14 / 1 페이지

Leslie님의 댓글

작성자 Leslie (110.♡.75.72)
작성일 06.28 12:34

blas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last (112.♡.34.62)
작성일 06.28 12:36
@Leslie님에게 답글 어차피 돌아가도 못 놀 팔자입니다~

ThinkMoon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ThinkMoon (1.♡.185.253)
작성일 06.28 12:57
@Leslie님에게 답글 저는 반대로 *나 공부할걸 이라고 후회 하고 있습니다. ㅜ
*나게 놀다가 중소기업행 ㅜㅜ

당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당무 (114.♡.198.95)
작성일 06.28 12:36
목련
                    -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blas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last (112.♡.34.62)
작성일 06.28 12:39
@당무님에게 답글 인디언, 티벳 사자의 서로 뵙던 그 분의 시네요.

당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당무 (114.♡.198.95)
작성일 06.28 12:43
@당무님에게 답글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 꽃

FV4030님의 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06.28 12:36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 릴케, 인생(Du musst das Leben nicht verstehen)

blas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last (112.♡.34.62)
작성일 06.28 12:39
@FV4030님에게 답글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도 생각나네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간할 수 있도록...

sanga78님의 댓글

작성자 sanga78 (50.♡.106.16)
작성일 06.28 12:41
저는 요즘 한용운님의 알 수 없어요 가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끼융끼융님의 댓글

작성자 끼융끼융 (222.♡.246.58)
작성일 06.28 12:46
나보기 역겨워 가실때에는.....사뿐히 즈려 밟고....꽃이 되었다. 아흐동동다리

이적님의 댓글

작성자 이적 (183.♡.246.161)
작성일 06.28 13:14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김소월의 먼 훗날이 생각이 많이 나요.

Steve님의 댓글

작성자 Steve (116.♡.43.179)
작성일 06.28 13:15
지금은 기형도 시인의 '전문가' 생각이 나네요.
---
전문가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 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 끼우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 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 담장을 떼어냈을 때,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시슬리아님의 댓글

작성자 시슬리아 (220.♡.25.200)
작성일 06.28 13:34
저는  유치환의 바위요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시슬리아님의 댓글

작성자 시슬리아 (220.♡.25.200)
작성일 06.28 13:40
윗분 댓글보니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이랑 두개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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