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st (112.♡.34.62)
2024년 6월 28일 PM 12:30 · 수정됨(13:40)
저는 이 시가 심심하면 생각납니다.
계속 살아냄을 강요받는 현실이 이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독(毒)을 차고
- 김영랑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 세대(億萬世代)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虛無)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댓글 (14)
-
LLeslie
24.06.28 · 110.♡.75.72
[https://s3.damoang.net/data/editor/2406/comment_1846299464_svJTxtob_39ce75cf79c6a09663d458d86f5c48467ab3b4c4.jpeg] -
Bblast
→ Leslie 작성자
24.06.28 · 112.♡.34.62
어차피 돌아가도 못 놀 팔자입니다~ -
TThinkMoon_Official
→ Leslie
24.06.28 · 1.♡.185.253
저는 반대로 *나 공부할걸 이라고 후회 하고 있습니다. ㅜ
*나게 놀다가 중소기업행 ㅜㅜ - 당
당무
24.06.28 · 114.♡.198.95
목련
-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
Bblast
→ 당무 작성자
24.06.28 · 112.♡.34.62
인디언, 티벳 사자의 서로 뵙던 그 분의 시네요. - 당
당무
→ 당무
24.06.28 · 114.♡.198.95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 꽃 -
FFV4030
24.06.28 · 210.♡.27.130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 릴케, 인생(Du musst das Leben nicht verstehen) -
Bblast
→ FV4030 작성자
24.06.28 · 112.♡.34.62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도 생각나네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간할 수 있도록... -
상상아78
24.06.28 · 50.♡.106.16
저는 요즘 한용운님의 알 수 없어요 가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
끼끼융끼융
24.06.28 · 222.♡.246.58
나보기 역겨워 가실때에는.....사뿐히 즈려 밟고....꽃이 되었다. 아흐동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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