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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돌풍’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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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2024.06.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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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진정한 힘은,

기소를 하고 수사를 하는데서 나오는게 아니라,

기소를 하지 않는, 그래서 수사하지도 않는데서 나오는 거라고 합니다.

와우!


드라마 돌풍을 보고 나니, 드라마 돌풍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구인 드라마에 정의로운 검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훌륭한 의사, 존경받는 종교인, 선생님, 공무원 등 수 많은 분들이 있어서 이 세상이 그럭저럭 굴러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판에박힌 평가를 하기조차 멈칫하게되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드라마 역시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주저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돌풍’은 그런 주저함이 없습니다.


‘돌풍’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들을 써보겠습니다.


예, 끝까지 다 봤습니다. (잠시 울컥- 내 시간- ㅜㅜ)


그러니까 이야기를 다 봤으니 이야기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상쓰지 않습니다. 웃으며 이야기하겠습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는 웃으며 화내는 거라고 에코 샘이 이야기하셨습니다.



1

세상에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바보같은 짓 많이 했고, 아직 바보일 수도 있는데 모르는 바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일도 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제 눈에도 보이는 바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때론 바보들과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분통 터질 때도 있지만,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그런 때가 있을 수 있고, 대부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바보와 사악한 것은 다르니까요.


저는 세상에 바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 ‘모두’가 바보라는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돌풍’을 쓴 작가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몇몇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바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더구나, 발전도 변화도 성장도 없는 그냥 평평한, 전형적인 바보. 그래서, 이 드라마를 무려 12화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아, 나도 바보 취급을 받았구나-라는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언짢고 기분 나쁜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꼭 이쪽 진영, 저쪽 진영의 문제가 아닙니다.


작가는 ‘대중’을 바보로 취급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존재, 동원되는 존재, 태극기부대와 민주노총은 진영이 다를 뿐 매한가지인 존재처럼 다루어집니다. 그나마, 한쪽은 45만명을 동원할 수 있고, 태극기는 30만 동원이라는 설정입니다만, 그러나마나 동원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에서 모여~ 하면 모이는 존재들. 촛불을 든 시위대는 정권을 위협하는 존재들입니다. ‘분노’는 조작이 가능하고, 왜 이런 뉴스가 나오는지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분석없이 행동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좀비이고, 옷 입은 개돼지들입니다. ‘돌풍’에 등장하는 대중은, 머리 좋고 조작에 능한 몇몇 인물에게 조종당하기를 반복하는 존재입니다. 한 번은 속은 거고, 두 번은 어리석은 것인데, 반복되는 건 공범 아닌가요? 대중은 공범으로 보입니다. 바보면서, 이제 공범인 수준입니다. 드라마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대중에게 보라는 것은 자기혐오를 부추기는 꼴입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 어이가 없어서 웃었습니다.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드라마라니. 작가는 스스로 ‘대중’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봅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대중’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대중’은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돌풍’에는 ‘대중’이 없고, ‘시민’이 없습니다. 주체적인 존재가 없고 생각하는 존재가 없고, 정치가 없습니다. 생활 속의 갑을 관계, 인간 관계의 꽤 많은 부분은 정치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없습니다. 세상은 평평하고 단순합니다. 세상은 악하고 주인공은 늪에 빠졌습니다. 아무도 구해줄 수 없습니다.




2

남자주인공이 독신인 줄 알았습니다. 거의 끝까지 가족관계가 나오지 않다가 정말 마지막 즈음에야 영정사진을 든 아들래미와 울고 있는 여인이 스쳐지나가며 등장, 아마 가족인가봅니다. 대통령 선거라면 대상이 되는 대통령 후보의 모든 것이 거론되고 조명받는 것이 통과의례인데 그냥 점프합니다. 가족 관계는 인물이 어떤 자인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장면들을 제공합니다. 인물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이해의 기본은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구축의 중요한 지점입니다. 그런데, 이 인물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왜 굳이 누군가를 죽여가며 굳이 스스로를 죽여가며 뜻을 이루려고 하는지 그 동기가 왜 나타나지 않을까, 그 절박함이 왜 드러나지 않을까? 의아합니다.


남자주인공의 이름보다 기태라는 이름이 더 기억됩니다. 남자주인공의 친구인 기태의 죽음부터 기태의 묘소가 현충원이고 기태의 할아버지가 남긴 태극기는 광복군 태극기로 이 나라의 얼의 상징으로 나옵니다. 사실상 기태라는 친구가 남자주인공처럼 모든 정서와 캐릭터의 상징성을 나눠가졌습니다. 사법고시 1등인데 억울하게 내몰리다가, 하늘을 날다가 스스로 추락한 사람… 취미가 패러글라이딩인 분들이 보면 경악할 장면입니다. 여튼, 친구와의 그리 돈독한 동지애를 느끼는데 가족은 안 보입니다. 모든 고뇌와 번민의 시간에 혼자입니다. 아니면 비서실장만 함께합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얇은 습자지 수준입니다. 그러다보니 과연 친구 기태와 얼마나 깊은 고뇌를 나눴을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캐릭터에 공감이 잘 안 됩니다.


독재에 왜 저항했지? 그들도 산업화를 이뤘는데?!라는 질문을 정적에게 던질 때, 의아했습니다. 아니, 그럼 군부독재시절에 사법고시 준비하는 것 말고, 니는 뭘 했어요? 묻고 싶습니다. 독재에 반대도 안 해, 혼자 공부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도 안 해~ 대체반성과 성찰을 해 본 적이 있나? 산업화를 이룬 공이 있다면 독재에 저항하면 안 된다는 건가? 혼자, 공부만 한 캐릭터인가 봅니다.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친구 둘. 한 명은 사법고시 1등 안타깝게 간 깨끗한 검사, 다른 한 명 역시 정의로운 검사. 본인도 검사. 셋 다 정의롭답니다. 운동권의 정의로움보다 검사 셋이 더 정의롭다는 것인데, 그런 정의로움 대결보다 중요한 것은, 독재자에 대한 응징, 신상필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벌받지 않은 독재 잔재에게 분노하지도 질문하지도 않고, 당연히 죽이지도 않으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변호사이자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인 현직 대통령은 왜 죽이는지 묻고 싶습니다. 군사쿠테타를 일으켰던 반역자에게는 왜 그랬냐고 묻지 않으면서, 독재에 저항한 자에게 왜 저항했냐(너도 더럽다-) 묻는 건, 물을 대상이 잘 못 된 건 아닌지 묻게 됩니다.


‘정치를 하는 건, 깨끗한 나, 더러움과 타협할 수 없는 나, 더러운 자들에게 지배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기고백을 하는 자가 더구나 시간이 없다면서 서두를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체하고 아프게 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개인이 조직을 바꾸는 것이 정말 쉽지 않으며, 개인이 시대를 바꾸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해도 노력하는 건, 개인이 개인과 어우러져서 힘을 합쳐서 물방울과 물방울이 모여 파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잘 나도 개인은 물방울밖에 안 될 수 있는데, 드라마 ‘돌풍’에서는 개인이 일으키는 돌풍을 보여주고 싶었는가본데, 아무리 봐도 돌풍이랄 수 없습니다. 제목이 민망합니다. 태극기에 쓰여진 돌풍은 왜 그리 도드라져 보이는지요. 어우러지지 못하고 튀고… 그리고 그 태극기를 왜 태우나요, 역사 박물관에 들어가도 될만한 태극기 같던데, 드라마 상의 설정이라해도 엉성합니다.


남자주인공이 카리스마가 있는 매력이 있는 정치인도 아닙니다. 대중에게 추앙받는 면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노력을 해야하고 시간을 보내야합니다. 대중 정치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장점과 자신이 그리는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공유하고 함께 꿈을 꿀 수 있도록 설득하고 제안해야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대중에게 써야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없습니다.

정적에게 손 내밀고 타협하고 뒷통수 맞고 뒷통수 치기를 반복하며 권력의 최고 정점에 오를 뿐입니다.

인간 관계는 없습니다.



죽었다는 점에서 인간이기는 했구나 싶은 정도지, 자신의 죽음을 향해 맹렬하게 치달아가는 모습에서, 인간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가족이 있고 최소한의 자기애가 있는 인간이라면 있을 법한 번민, 고뇌가 보이지 않습니다. 외로워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나마도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혼자 있네 정도이지, 지지자가 되기도 어렵고 애청자가 되기도 어렵고, 보는 내내… 이건 인간관계 없는 게임, 그냥 핑퐁게임 같은 것의 NPC인 듯합니다.




3

기득권, 대한민국의 기득권은 무엇입니까? ‘돌풍’ 속에서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운동권 핵심 간부들의 추한 모습, 악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무너뜨리려고 했던 강고한 성, 성벽, 성주는 어디에 있습니까?



가만히 두어도 대진그룹 왕회장은 곧 가겠던데, 그를 하루바삐 제거(?!)하는데 자신을 던집니다. 그런데, 대진 그룹만 재벌인가요? 현실에서도 여러 그룹 여러 재벌이 있고, 대진을 없애면 세상은 깨끗해지나요. 또다른 대진 새로운 대진은 부상하지 않나요. 그냥 대진 그룹의 후계구도 바꾼 것 정도 아닌가요? 세 아들 중 누구에게 가는지 정해져있던 게 변화된 것 아닌가요? 그것에 목숨을 던진다구요. 재벌 개혁이 재벌 총수 하나, 재벌 그룹 하나 타켓하면 된다는 발상자체가 단순합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추려면 대진그룹이 어떠한 짓을 했고, 어떤 거대한 악의 결정체인지 좀 더 설명해야했습니다. 북에 총 쏴달라고 요청했다는 거 나오던데, 그건 재벌그룹에 갖다붙일 죄가 아니라, 현실에서 모 정권이 했던 죄 아니었나요. 재벌들이 했던 나쁜 짓이 왜 전면 등장하지 않는지. 악행이 등장해야 응징이 정당성을 갖지요. 디테일이 없습니다. 뇌물 주는 것만 나옵니다. 먹이고 입히는 거니 어쩌면, 재벌이 호구형이네~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법부와 검찰이 뭐가 문제인지 왜 개혁을 해야하는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개혁을 해야해라고 나오는데, 왜 개혁해야하는지 나오지 않으니 동력이 떨어집니다. 주인공이 검찰을 움직이는게 아니라 정의로운 검사 1인을 움직이고, 그 마저도 개인의 신념, 개인의 인성,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로 이해해야합니다. 절차의 정당성과 법의 효용성은 모두 도구로 전락하여 몇 명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졸개 말에 불과해집니다. 검찰이 했던 나쁜 짓,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처벌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법대로 하기 위해 검찰이 바쁩니다. 검찰은 착한 검사와 나쁜 검사가 있는데 둘은 저울에 올라와 있는 마치 대등한 존재 같습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왜 해야하는걸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썩었다라고 취두부와 홍어를 먹는데, 그 비싸고 맛있는 홍어가 무슨 죄인가 싶고, 세상이 뭐 어찌 썩었는지는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저 그 장면에서, 남자주인공도 썩어가는 존재라는 묘사밖에 더 되나 싶고, 더욱 더 감정이입은 어려워집니다.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바뀌지 않는 대한민국. 기득권은 ‘돌풍’에는 전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진그룹 회장은 온갖 비리가 있고 비자금이 있다는데, 대진그룹만 나쁜놈이고 제거하면 세상이 꽃밭인지 의문입니다.

야당 대표 태극기 동원하는 국회의원은 전직 공안 검사이고 독재정권의 개 였는데, 개만 제거하면 되는 건지 의문입니다.

전 경제부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회의원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에 재벌과 결탁하여 제거대상이 되는데, 이자의 가장 큰 죄는 재벌과의 결탁 자기 이익 도모가 아니라 살인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를.


그런데 이 죄는 남자주인공도 마찬가지로 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라 지칭할만한 이를 죽이면서 이 드라마가 시작됩니다. 대체 누가 누구를 응징한다는 것인지 모호해지면서, 모두가 나쁜놈이야! 라는 것이 결말이고 주제인건가 싶어집니다.


모두가 분열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고 정치인은 모두 협잡꾼이고 거짓말쟁이입니다. 이런 불신시대 덕분에 혐오시대 덕분에 기득권이 조준되지 않고 맹점에 머물며 요행히 살아남는 것 아닐까요? 구태의연한 악행을 저질러도 전직검사와 전직운동권이 피튀기며 싸우느라 바빠서 기득권의 성채는 더욱 높아지고 있고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궁금해집니다.


드라마 ‘돌풍’에는 없습니다. 기득권의 몰락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기득권이 아닌 자들끼리 열심히들 싸웁니다. 정의로움을 내세우며, 살인을 불사하며.


군부독재의 개를 부리던 군부독재시절의 권력자들과 그 떨거지들이, 아마도 드라마 설정 상 야당세력일 듯한데, 대부분 이야기 중심에서 빗겨있습니다.

독재자와 그 주변인들이 얼마나 많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자금을 저수지에 쟁여놓고 한국 정치를 농락했는지는 전혀 건드리지 않습니다.


뿌리깊은 친일파들의 인맥 혼맥 네트워크 그 후손들이 잘 먹고 잘 살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 건드리지 않습니다. 최소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 에서 등장한 친일파에 대한 장면만큼만이라도 나왔대도 칭찬했을 것입니다.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문제의식도 없습니다.


언론… 하… 이건 뭐. 언론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고 그냥 언론이라고만 나옵니다. 주인공들의 협잡에 스피커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 역시 이 썩은 세상의 개 수준인데, 비판도 없고 어떤 입장도 없습니다. 언론은 그냥 언론이라고만 나옵니다. 그 해악과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비판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4

벽에 새겨진 민주주의 만세에 오열하는 여자주인공에, 과거 고문당하고 갇혀있던 젊은 날 운동권 시절에 대한 회상에 같이 슬퍼지기는커녕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해 별 생각도 견해도 없었던 드라마 흐름, ‘대중’에 대해 무뇌아 취급을 하던 중에 무슨 민주주의…


우리가 누군가에게 예의를 차리고 예절을 지키는 것은, 대상에게 대한 예우도 있지만 스스로의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켜야 한다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들은 대개 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드라마 ‘아저씨’를 3회까지 보다가 몇 번을 끄고, 망설이다가 뒷부분을 보기 시작했는지 모릅니다. 드라마 캐릭터들이 당하는 고통과 수모가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괴롭기도 하고 못 보겠어서 끄고, 망설이고 했던 것입니다. 아무 연관이 없는 허구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에도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인간이고 사람이고 전 그렇습니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르고, 전대협, 고문당하는 대학생, 전직 대통령이 추락하는 바위, 잘 가세요~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라는 대사… 이런 것들이 건드리는 것은 허구가 아닌 살갗이고 폐부입니다.


예, 저는 80년대 학번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이미 대학을 들어갔을 때는 운동권은 끝물이고 곧 퇴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꿨고 바꿔가는 데 희생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지니고 있는 존중의 마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 ‘돌풍’은 기득권은 건드리지 않고 기득권에 저항해 세상을 이마만큼이나 살만하게 만들었던 이들을 정조준하고 긁는 정도가 아니라 살해하거나 갈갈이 찢습니다. 그걸 돌풍이라고 이름짓고 광복군 태극기를 꺼내들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죄에는 경중이 있습니다. 전 운동권 현 구태한 작자는 그에 맞는 죄값을 치르도록 하면 됩니다. 전 인권변호사 현 구태한 작자 역시 그에 맞는 죄값을 치르도록 하면 됩니다. 대한민국 내내 기득권 처벌받지 않은 군부독재 잔재와 떨거지들과 족벌언론과 재벌들, 그리고 뿌리깊은 친일파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민족반역자 무리의 무시무시한 죄에 대해서 묻지 않고 말하지 않으며 대체 어떤 면죄부를 주려는 건지 궁금합니다.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처벌하지 않는 것, 딱 그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한 공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작가 스스로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기도 할테니까요.




5

긴 글 죄송합니다.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웃으며 화내느라 애썼습니다. 저 스스로도, 그리고 글 읽느라 고생하신 분들께도,

토닥토닥.


댓글 14 / 1 페이지

혈압요정님의 댓글

작성자 혈압요정 (220.♡.227.24)
작성일 06.30 17:32
전 이 드라마 작가분 작업물을 처음봐서 이전 작품을 모릅니다

돌풍을 비판하는 저에게 어떤분이 그러시더군요. 이전작품을 보면 그럴사람이 아니다.
문재인 캠프에도 있던 사람이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관심없고요. 한 두사람입니까..)

여툰 그 말들이 사실이라면
저는 작가님께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타락하게 했나요?

여담으로 극중 김희애가 타락한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군요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6.30 18:19
@혈압요정님에게 답글 타락. 함부로 사람에게 들이밀기에는 다소 무겁고 무서운 단어입니다.
옛날은 늘 빛나보일 수 있고 추억은 윤색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자칫 초라해보이는 현실에 불만족스럽다못해 조급해질 때
추하게 변할 수도 있겠죠.
어찌 변하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한때 동지이고 뜨거웠으나
헤어질 때가 있고 차가워져야할 수도 있겠죠.
변하면 변하는 대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맞는 듯합니다.
조급하게 굴지 말았으면 합니다. 인생이 꽤 긴 듯하니, 언제고 또 만날테니까요.

혈압요정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혈압요정 (220.♡.227.24)
작성일 06.30 18:37
@핑크연합님에게 답글 10년 검사하다 정치발들여서 전직대통령 시해하고 통된 사람에게 노무현대통령을 암시하는 ‘시계’ ‘바위절벽’ ‘절벽투신자살‘ ‘‘박동호가 만든 세상이 오면, 그자리에 박동호는 없을꺼야’’ 를 사용한것만해도

‘타락’ 이라는 단어는 고르고 고른 순하디 순한 표현입니다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6.30 18:54
@혈압요정님에게 답글 혈압요정이라고 하셔서, 혹시나 혈압 높으신 건 아니시죠.
살랑살랑 혈압 낮아지도록 쉬시고 맘 편히 지내시길 바라요.
그 맘 저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시청에서 운구차 보낼 때가 떠오르고 참… 기분이 거시기… 했습니다. 참나.

혈압요정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혈압요정 (220.♡.227.24)
작성일 06.30 21:53
@핑크연합님에게 답글 뭔 아이디를 가지고 치졸하게 비꼬시나요?

타락 단어가 그리 맘에 안드시는지...

ㅎㅎ 참... 그냥 서로 차단합시다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7.01 05:40
@혈압요정님에게 답글 @혈압요정
아침에 일어나 댓글 보고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비꼰 것 아니었습니다.
혈압 높은 것은 제 이야기입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서 드렸던 말씀입니다.
드라마에 대해서 거시기하고, 참나,라고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마음 상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평범한가요님의 댓글

작성자 평범한가요 (118.♡.215.183)
작성일 06.30 17:36
제가 드라마를 보며 느꼈던 불편함의 이유를 글로 잘 드러내 주셨네요.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6.30 18:15
@평범한가요님에게 답글 고맙습니다

엘바토님의 댓글

작성자 엘바토 (175.♡.11.23)
작성일 06.30 17:39
없는 사실도 만들어서 기소하는 검찰을 지대로 물고 빨고 핥는 드라마네요.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6.30 18:15
@엘바토님에게 답글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JamesC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JamesC (211.♡.158.187)
작성일 06.30 17:56
검찰의 진짜힘은 불기소로 그냥 덮고 묻어버릴수 있는 권한이죠...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6.30 18:13
@JamesC님에게 답글 공감합니다

ESECC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ESECC (59.♡.147.204)
작성일 06.30 18:25
정말 불편했던 지점들을 정확히 말씀해주셨네요.
검찰도 썩었지만 결국 정의로운 검사가 해결한다는 내용도 불편하지만 군중을 무슨 래밍스처럼 그려낸게 어이가 없더군요. 그냥 드라마의 한가지 도구일뿐...적어도 삼식이 삼촌에서는 깨어있는 대중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편적이나마 보여주는데 돌풍은 모든게 가치 판단없는 단순한 장치에 불과하네요. 게다가 운동권 출신들이 과거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더 썩어간다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건 기계적 중립 외치는 것보다 더 선을 넘어버립니다. 끝까지 보면서도 정말 새로운 막장을 마주친듯 불편한 경험이었습니다.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06.30 18:32
@ESECC님에게 답글 막장,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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