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뛰는 사장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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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네트 175.♡.133.110
작성일 2024.09.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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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6개월 연속 감소 - xx신문"

그리고 오늘, 제 차례도 왔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의뢰 없음 6일 연속.


의뢰가 줄어가는 걸 체감하긴 했는데 갑자기 뚝 끊겨 6일 이상 지속된 적은 처음입니다.

잘 될 적엔 3개월 전에 예약된 작업을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와서 그런지 부랴부랴 아르바이트 구직 앱을 설치하고.

당근마켓, 알바몬, 알바천국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9만의 소도시라 눈 딱 감고 이걸로 돈 벌러 가야지 하는 마음 편한 공장 생산직 같은 일은 없습니다.

사람 상대하기 어려운 식당, 카페, 주점 같은 일자리들뿐입니다.

그래도 한참을 들여다보니 솔깃한 일자리들이 보였습니다.


제약회사 환경미화 - 주 5일 근무 / 7시간 근무 / 시급 1만원

편의점 광고물 교체 프리랜서 - 단기 5일 / 주간 내 자유 근무 / 건당 4천원 / 유류비 조금 지원

발전소 내 입주 업체의 사무보조원 - 주 5일 / 9시간 근무 / 월급 228만원

다이소 물류 입고 도우미 - 월 수 금 / 2시간 근무 / 시급 1만원

생수 배달하실 분, 택배 기사하실 분, 펜션 청소하실 분...


위에 나열한 네 종류는 신청해 봤고.

그중에 다이소 물류를 신청한 지 2분 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출근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군데에 지원한 상황이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그만두게 되면 번거로우시겠지 않겠냐 여쭈어보니.

괜찮으니 편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온 적이 없어서 일단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시간대에 맞춰서 일하러 가는 경험은 7년 만인 것 같습니다.

단지 2시간짜리 아르바이트였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제가 지원한 곳은 이마트 내 입점한 다이소입니다.

시내에 있는 곳은 7시에 물류 작업을 시작하고, 이마트점은 9시 30분에 시작합니다.

아침 7시는 절대 무리라서 이마트점을 지원했습니다.


7시 알람에 일어나 준비하니 의외로 시간이 남습니다.

이마트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텅 비어있고.

이마트 내부는 오픈 준비 중인 직원들로 바쁜 아침이 한창입니다.


이마트 외부로 나가 하역장으로 돌아가면, 게이트에서 이름과 전화번호와 출근 시간을 적고 들어갑니다.

다이소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보여 인사드리고, 오늘 할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류 탑차가 막 들어와서 서로 눈인사만 하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다이소에 들어오는 물건은 너무 크거나 너무 무거운 건 없었습니다.

오늘 들어본 것 중 가장 무거운 건 2L짜리 워셔액 6개들이 박스 하나였습니다. 대략 12Kg 정도겠지요.

다이소 직원분들이 모두 여자라서 그런지 무거운 물건에 대해 특히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는 풍경입니다.

이 정도면 여고생도 할 수 있습니다.


물건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부피만 특히 큰 것들, 합포장 된 것들, 한 가지 물건으로 평범하게 포장된 것들.

각각의 종류에 따라 실어야 하는 수레의 종류도 다릅니다.

첫날이라 긴가민가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잘 싣고 옮겼습니다.


물건을 옳긴 후에는 각 해당하는 상품의 위치로 상자들을 옮겨줘야 합니다.

매장의 배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상자를 하나둘씩 옮기는데.

기억력이 그런대로 좋은 편임에도 첫날은 영 익숙지 않아 해매는 경우가 조금 있었지만.

다음 근무 때는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가을의 날씨에 물건을 내리고 싣고 옮기고, 또 분류하여 옮기고.

1시간 30분 정도 일하니 땀으로 온몸이 젖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순수한 육체노동입니다.

첫날인데 '너무 힘들지 않았냐'라고 물으시는데, 그런대로 할만하다고 답변드렸더니.

'할만하면 안 되는데? 힘들지 않아요? ㅎㅎ' 라고 재차 물어보시는 걸 보니.

앞으로 힘들 일은 없을 거란 예상이 들어 몹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에 꼭 나와주셔야 돼요.'라는 말까지 듣고 보니.

주 5일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던 생각이 줄어들고.

월수금에 겹치지 않는 오후 시간대나 주말 아르바이트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수영장으로 가서 운동하고 집으로 갔습니다.

오전에 2시간 근력운동한 셈 치는 일 하고 돈도 벌고, 수영장 가서 또 운동하고.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한 것만 제외하면요.


새로운 일을 체험해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보람 있던 하루였습니다.

댓글 12 / 1 페이지

요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요시 (211.♡.137.39)
작성일 09.13 22:31
멋지십니다

YBman님의 댓글

작성자 YBman (223.♡.211.30)
작성일 09.13 22:32
그...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에요. ㅎㅎ

metalkid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talkid (123.♡.64.233)
작성일 09.13 22:35
이런 글, 좋아요.
따봉 100개 날려 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래비티님의 댓글

작성자 래비티 (220.♡.99.52)
작성일 09.13 22:46
화이팅입니다!

피키대디님의 댓글

작성자 피키대디 (211.♡.169.67)
작성일 09.13 23:02
멋지셔요!!! 홧팅입니다!!

MERCEDES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RCEDES (223.♡.78.161)
작성일 09.13 23:06
당근알바도 꽤 나오든데 참고하시면 좋지 싶습니다 ㅎ

같이놀아요님의 댓글

작성자 같이놀아요 (125.♡.98.224)
작성일 09.13 23:15
고생하신만큼 보럼도 있으셨겠네요.

포니님의 댓글

작성자 포니 (112.♡.175.146)
작성일 09.13 23:18
긍정 마인드가 럭키비키 수준이신거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노동 후 수영이라니 체력도 좋으시네요 ㄷㄷㄷ

마틸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마틸다 (211.♡.28.123)
작성일 09.14 01:48
정당한 노동으로 돈을 벌고 이런 분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이 오면 참 좋겠습니다

싸이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싸이먼 (59.♡.231.106)
작성일 09.14 03:47
체험 삶의 현장..실사판이네요.. 멋진 삶이 계속 이어지시길 빕니다. 응원합니다.

비타민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비타민밤 (175.♡.110.184)
작성일 09.14 04:46
고생하셨습니다 하루빨리 본업만하셔도 문제없으실 세상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단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단아 (49.♡.59.243)
작성일 09.14 08:04
응원합니다^^ 저도 오전 알바 생각이 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체력상 병원비가 더 나갈까봐 그냥 버티고 있습니다. 건강 챙기며 일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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