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넘은 엄마의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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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도에 발행된 엄마의 학생증입니다 ^^
7공주 막내로 태어나셔서 온갖 사랑속에 커오신듯 합니다 ㅎㅎ
야학 봉사를 하던 중 제 아버지를 만나셨고,
석사 시절에 결혼을 하신걸로 압니다.
그리고 박사 진학 바로 전에 저를 가지셨고,
그 당시 분위기로는 아이 키우면서 박사과정 한다는건
꿈도 못꿀 상황이라 어쩔수 없이 학업을 중단하셨습니다 ㅠ
그렇게 20여년을 저와 제 동생, 둘만 바라보시며 살아오셨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왔을 때 단 한번도 엄마가 집에 안계셨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녀 교육에 헌신적이었던 지라, 저와 제 동생 모두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일생일대 목표가 다 끝나서였을까요,
엄마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무기력해보였습니다. ㅠ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늦은 군입대를 6개월여 앞둔 어느 날, 저는 엄마에게 제가 갖고 있던 캐논 300D 카메라를 건네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당시에는 블로그 같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인터넷 공간이 없었기에) 나모 웹에디터를 사용하여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어드리고, 웹호스팅 서비스에 가입하여 엄마의 취미 생활을 담아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군입대 후 틈틈히 집에 휴가차 나오는 날이면,
엄마는 그 동안 어디서 들었는지 포토샵이며, Flash 작업툴 구해달라는 요청부터 사용법 알려달라 하셨고, 홈페이지 구성을 변경하다 안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휴가나온 제게 몇날며칠을 물어보곤 하셨습니다.
엄마는 대학교때 생물학을 전공하셨고, 대학원때는 식물계통학에 대해 공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렸던 카메라를 통해 한국 야생화를 모두 담기 시작하셨고, 만들어드렸던 홈페이지에 그 모든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셨습니다.
20여년째 같은 홈페이지를 작업하고 계시며, 그 동안 카메라도 300D에서 5DMark3와 A7R2로 진화(?)하였습니다 ㅎㅎ.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전국 곳곳 안가보신데가 없고, 일흔을 넘기신 지금도 한달에 한번씩은 어딘가로 출사를 다녀오십니다.
<2년전, 출사중인 엄마 모습>
20여년전 무심코 알려드렸던 사진취미를 이렇게까지 활용하실거라 누가 알았을까요 ㅎㅎ 시간이 더 지나면 지금처럼 쉽게 돌아다니시지 못할 날이 오겠지만 ㅠ 오래오래 당신 좋아하시는 일 즐기면서 사시면 좋겠습니다 ^^
루나님의 댓글
저 시절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대학원까지 나오시고, 성북동에서 또 한번 끄덕끄덕 하게 되네요. 능력도 좋으시고 사진도 멋지고 아름답게 삶을 사시는것 같아 부럽고 저렇게 되고싶고 그렇네요 ^^
개살구님의 댓글
매일한가한님의 댓글
팡션님의 댓글
홈페이지 공유해주시면 가보고싶어요
BlackNile님의 댓글
런던프라이드님의 댓글
어머님의 빛나는 인생 화이팅
저도잘몰라요님의 댓글
82e1082a님의 댓글
winnt님의 댓글
좋은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께서도 오래도록 취미 생활 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대런님의 댓글
저희 어머님과 비슷한 연배 같으신데, 저희 어머님은 치매를 앓고 계세요. 무기력하게 누워있으신 시간이 많은데, 이 글을 보여드리면 잠시나마 젊으실적 하고 싶으셨던 것이 생각이 나실까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interIsComing님의 댓글
연대 동문회가 학교(세브란스 포함)에 힘을 좀 쓰는 편 입니다.
저나 동기들도 동문회 덕을 좀 본 적이 있습니다.
987654321님의 댓글
어머님이나, 자재분이나, 너무 멋지십니다
오다리기조님의 댓글
moonlit님의 댓글
http://www.mkwhome.com/
제비꽃이 58종이나 되는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 제비꽃은 으레 보라색이라 생각했는데 노란색 제비꽃도 있고! 그냥 주변에 쉽게 보이는 비슷비슷한 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르군요. 애정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피는 눈길이 홈페이지에서 느껴집니다. 어머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자야신님의 댓글
시네스트로님의 댓글
글쓰신분 어머님께서는 오래오래 취미생활 즐기셨으면 하네요
uniquelab님의 댓글
gentlegeek님의 댓글
/Vollago
롱테이크님의 댓글
등마루님의 댓글
괜시리 비슷한 연배이신 저희 엄마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뭔가 해드려야겠어요~^^
akaezwind님의 댓글
마음에 터칭이 있네요!!
소년은이소불이요 학난성이라...진장 멋진 어머니이시네요.!
브라이언9님의 댓글
그런데 홈페이지 하단의 124년은 뭐죠?
1900년부터 시작한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요?
고결님의 댓글
`시내` ..
대단하신 어머님을 두셨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해비바람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