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아범 (118.♡.15.168)
2026년 5월 2일 PM 11:06
사람의 노화는 체내 수분이 말라가는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우리는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충분히 젖은 채 태어난다. 세상에 처음 나올 때의 우리는 말 그대로 촉촉한 존재다. 울음도 크고, 피부도 부드럽고, 눈빛도 물기를 머금고 있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된다.
우리는 조금씩 마른다. 울음은 속으로 들어가고, 피부는 바삭해지고, 눈은 인공눈물을 찾는다. 세월은 찬란한 태양볕일까, 쓸쓸한 겨울바람일까. 어느 쪽이든 분명한 건, 우리는 각자의 세월 속에서 저마다의 온도로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몸은 마르는데 마음은 자꾸 젖는다.
웃어도 눈물이 나고, 울어도 눈물이 난다. 젊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장면에도 어느 순간 코끝이 시큰해진다. 길에서 본 아이의 뒷모습에도, 오래된 노래 한 소절에도, 냉장고 안에서 잊힌 반찬통에도 마음이 괜히 물러진다.
처음엔 삶의 모든 것이 무겁다. 사랑도 무겁고, 실패도 무겁고, 자존심도 무겁고, 남의 말 한마디도 돌덩이처럼 가슴에 얹힌다. 그런데 오래 살다 보면 이상하게 그 무게는 조금씩 가벼워진다. 잊어서가 아니라, 많이 울고 많이 웃는 동안 어디론가 빠져나간다.
대신 감정이라는 부레는 점점 커져만 간다.
몸은 말라가는데 마음속 어딘가에는 자꾸 둥실거리는 것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나이 든 사람들은 가끔 몸보다 마음이 먼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별것 아닌 일에 웃고, 별것 아닌 일에 눈물을 훔치고, 또 별것 아닌 일에 “살다 보면 다 그렇다”고 말한다.
어쩌면 늙는다는 건 마르는 일이 아니라 가벼워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젖은 채 태어나, 울고 웃으며 조금씩 물기를 잃고, 삶이라는 무게를 세월 속에서 조금씩 덜어내는 것.
그러니 우리는 말라가는 중이 아니라, 어쩌면 가벼워지는 중이다.
물론 그 과정이 꽤 바삭하긴 하지만.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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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휘소
05.03 · 121.♡.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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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벗님
05.13 · 59.♡.164.189
물을 마십니다.
시원한 물을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면, 전 보다 더 많이 물을 마시는 것 같습니다.
한 켠에 주문해서 쌓아놓은 물통들이 가득 있으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비상 식량을 바라보듯, 언제라도 뚜껑을 따고 마실 수 있다는
그런 안도감이 듭니다.
쓰신 글을 읽고 보니,
저 역시 말라가고 있는 중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하고 자문해봅니다.
마음이 동하면 울컥 눈물이 흐르곤 하는데,
이런 횟수가 잦아질 수록 물을 더 찾았던 게 아닐까,
그렇게 저렇게 비상 식량인냥 물을 쌓아두고 있는 게 아닐까..
아.. 다시 목이 마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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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가사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