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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전거를 만나 나의 해방시대 시작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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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2025.06.08 11:52
분류 후기
2,361 조회
20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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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자전거에 관한 글입니다. 요즘도 즐겁게 타고 있습니다. 원래 편한 말투였는데 규정에 맞춰 경어체로 바꾸니 글 맛이 제대로 살지않네요.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덕분에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해방’이라는 단어가 자주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해방’이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엄숙하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 무겁고 엄숙한 해방의 의미가 좋은 드라마 한 편으로 인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구속과 억압에서 벗어난다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은 듯합니다. 해방! 그렇다면 요즘 저를 해방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 명품, 가족, 친구, 사랑, 명예. 사람마다 해방의 기준은 다를 것입니다. 요즘 저를 해방시켜 주는 건 바로 자전거입니다. 그것도 접이식 전기 자전거입니다.


▲ 전기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미니밸로를 구입 후 일 년 간 타다가 오르막길 구간이 힘들어 전기자전거로 바꾸었습니다. 에이유테크사의 스카닉 M20 36V 5A 모델입니다. 운동도 되고 오르막길 구간에선 전기의 힘으로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전기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미니벨로를 구입해서 1년 정도 탔습니다. 그런데 오르막길 구간이 힘들게 느껴져 전기 자전거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운동도 되고, 오르막길에서는 전기의 힘 덕분에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처음 자전거를 배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어른들이 타는 커다란 자전거의 프레임 아래로 다리를 넣고 페달을 굴리며 중심을 잡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시내에 있는 중학교까지는 비가 오는 날만 제외하면 매일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습니다. 마당과 담벼락이 없던 저희 집은 자전거를 자주 도둑맞기도 했습니다. 하루 밤에 자전거 두 대를 한꺼번에 도둑맞은 적도 있었는데, 그 자전거들은 다시 찾지 못했습니다.

만 보 걷기보다 재미있는 자전거

건강을 위해 하루 만 보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걷기는 운동이 되긴 하지만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반면 자전거는 운동도 되면서 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사르륵 하는 바퀴 소리도 기분 좋고, 지상에서 몸이 살짝 떠 있는 듯한 채로 자전거 안장에 몸을 맡긴 채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은 무척 상쾌합니다.

기어를 최대한 올리고 페달을 힘껏 밟으면, 앞쪽에서 새로운 풍경이 와락 제 품으로 달려옵니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은, 제가 여전히 살아서 지구의 한 부분을 당당히 점유하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 줍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사기로 결심하고도, 실제로 제 품에 들어오기까지는 1년이 더 걸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안전입니다. 안전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둘째는 오르막길이었습니다. 마트에 다녀오거나 외출 후 집에 돌아오려면 반드시 오르막길을 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뺐다를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지난해 가을,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헬멧도 함께 구입했고, 차임벨, 헤드라이트 등 자전거 악세사리도 챙겼습니다. 한 달간은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그리고 열 달이 지난 뒤, 결국 전기 자전거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일반 자전거도 좋았지만, 집까지 가는 오르막길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신나게 평지를 달리다가도 집 앞의 오르막길에 다다르면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무게중심을 조절하고, 팔과 허벅지에 힘을 주어 페달을 밟아도 체력과 중력의 한계를 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를 해방시켜주던 자전거가 다시 짐이 되어 버리곤 했습니다.


▲ 전기자전거 집까지 가는 오르막길 구간입니다. 일반자전거로는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전기자전거는 모터의 힘을 빌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기 자전거는 신세계였습니다

집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 구간은 일반 자전거로는 엄두도 내기 힘든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전기 자전거는 모터의 힘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 언덕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기 자전거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일반 자전거가 저를 신체적 한계에서 해방시켜 주었다면, 전기 자전거는 물리적 거리와 공간을 한층 더 넓혀주었습니다. 스로틀(시속 25km 이하로 주행 가능) 모드를 활용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요, 이는 자동차를 타고 액셀레이터를 밟는 경험과는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경사의 오르막길을 전기 모터의 힘으로 올라갈 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때로는 짜릿한 희열마저 느껴졌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것들

일 년 남짓 자전거를 타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는 크게 MTB(산악자전거), 싸이클(로드 자전거), 하이브리드(도심형 자전거), 픽시, 미니벨로, 전기 자전거 등으로 나뉘며, 용도에 따라 적합한 종류가 다릅니다. 출퇴근용, 배달, 마트 장보기, 장거리 여행 등 용도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를 선택합니다. 제 경우엔 취미와 운동이 목적이었습니다.

자전거는 단순한 속도감 이상의 체험을 안겨줍니다. 뿌연 먼지, 매캐한 연기,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이 일상인 도시에서 자전거는 속도감을 즐기면서도 편안함을 주고, 가까이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공원, 놀이터, 아파트 단지, 동네 골목을 누비다 보면 예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모습들이 새삼스레 보입니다.

또한 자전거는 고물가 시대에 교통비 절약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루 3천 원씩 교통비가 든다고 하면, 여섯 달이면 전기 자전거 가격을 충분히 넘깁니다. 고급 자동차처럼 ‘승차감’이나 ‘하차감’은 없지만, 은근히 사람들의 시선도 받습니다. 횡단보도나 오르막길에서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나아가는 전기 자전거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생각이 단순해진다는 점입니다. 잡념이 사라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전거와 제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고, 앞서가는 라이더를 따르거나 추월하며 곡선과 직선으로 펼쳐진 길을 신나게 달리게 됩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바로 안전입니다. 자전거 도로나 일반 도로를 주행할 땐 반드시 교통수칙을 지켜야 하고, 헬멧 같은 안전 장비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가까운 거리라도 헬멧은 필수입니다. 사거리나 좁은 골목에서는 어린이, 오토바이, 자동차 등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골목에서 나오는 차량과 몇 차례 부딪칠 뻔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자전거 동호회도 많습니다. 저는 주로 혼자 라이딩을 하지만, 후배에게 함께 타자고 열심히 권유 중입니다. 최근 새로 알게 된 친구는 제 말을 듣고 바로 다음 날 전기 자전거를 구입했습니다. 넓게 보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분들도 마치 <나의 해방일지> 클럽처럼, 자전거라는 매개로 묶인 일종의 ‘해방 클럽’ 멤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굳이 말을 나누지 않아도, 잠시 마주치는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자전거 두 바퀴가 주는 긴장감과 짜릿함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특히 오르막길을 오를 때 허벅지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과 그 끝에서 맞이하는 희열을 함께 알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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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YBman님의 댓글

작성자 YBman
작성일 06.08 21:07
한편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오우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06.08 22:02
@YBman님에게 답글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지74님의 댓글

작성자 디지74
작성일 06.08 21:44
전기자전거는 전기차 보다 더 혁명적이죠...
가볍게 페달만 밟아도 고바위는 거뜬히 올라가니까요...
차야 전기로 가든 기름으로 가든 엑셀밟으면 가는건 똑같으니까요

김오우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06.08 22:03
@디지74님에게 답글 정말 그렇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배터리 용량이 작아서 장거리를 가지 못합니다.
조만간 큰 용량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러쉬님의 댓글

작성자 러쉬
작성일 06.08 22:27
제가 전기자전거로 시작해서 로드로 넘어 갔어요 ㅎㅎ 자전거 너무 잼나요.

김오우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06.08 22:48
@러쉬님에게 답글 답답할때면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에 있는 공장의 경사로에서 속력을 제법 내는데, 안전하게, 약간의 짜릿함과 함께 답답하던 속이 뻥 뚫립니다.  로드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언젠간 넘어갈수도 있겠죠^^

롱숏님의 댓글

작성자 롱숏
작성일 06.08 23:21
우리나라처럼 고개가 많은 지형에,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함께 이용할수 있다는 장점까지....
전기자전거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저는 아직까지 따릉이 유저지만)

김오우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06.09 08:27
@롱숏님에게 답글 맞습니다.^^

토마토DH님의 댓글

작성자 토마토DH
작성일 06.09 07:52

입문? 축하드립니다. ㅎㅎ

김오우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06.09 08:25
@토마토DH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열심히 들락날락 하겠습니다.

Usta님의 댓글

작성자 Usta
작성일 06.11 18:25
20인치 미니벨로 18단짜리 타고 있습니다. 전 반대로 업힐 도전 격파 재미로 탑니다...

과연 얼마나 고단으로 (더 작은 스프라켓) 업힐에 성공해볼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만약 10%이하 경사도에서 허벅지가 끊어지게 아프다면 기어비로 해결이 되기도 하더군요.

심박계/케이던스/속도계 있으면 자전거 넘 재미있어지는거 같습니다.

김오우무아님의 댓글

작성자 김오우무아
작성일 06.12 13:29
오 업힐 도전 격파라니...대단하시네요. 전 엄두가 나질 않네요.
지금은 배터리 용량이 작아서 엄두가 나지 않지만, 배터리 용량 키우고
남한산성 업힐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안전하게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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