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n (71.♡.140.229)
2025년 7월 21일 AM 10:25 · 수정됨(07. 22. 17:19)
여름이라 이른 아침에 나가서 더워지기 전에 얼른 들어옵니다.
주말이라 차도 없고 조용한데, 아침이라 그런가 유독 동물들을 자주 마주 칩니다.
사슴, 뱀이 흔하고, 여우, 그라운드 호그나 거북이도 종종 만납니다.
# 뱀
한번은 갓길에 검정색 로프가 굵은 게 떨어져 있길래, 걸리적 거릴까 치우려고 손으로 집으려는 순간 굵직한 검은 뱀인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우와악 했습니다. 쭈그리고 있던 저를 보고 다른 라이더가 '뭔 일있어? 괜찮냐' 하길래 '여기, 뱀! ' 그랬더니 그 분도 우와악 '왓더헥' 하면서 도망가시더군요.
로드 킬 당해서 머리가 납작하게 죽어있길래, 1초 명복을 빌어주고 나무 가지로 살살 밀면서 풀숲 옆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고이 잠드시길
# 거북이
어느 날은 집에서 나와 큰길로 합류하는데 도로에 거북이가 보이더라구요. 껍질속에 쏙 들어가 움직이지 않고 있길래 살짝 집어 들어보니, 차에 치였는지 등뚜껑에 깨진 금이 조금 보이고 발 쪽에서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옆쪽 수풀 사이에 다시 잘 놓고 왔는데, 많이 아프겠다 싶어서 마음이 좋질 않았습니다. 잘 회복해서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요? 차도에 또 거북이가 보입니다. 오늘은 거북이들이 도로로 나와 시위하는 날이었나 봅니다.

아까 본 녀석보다 좀 작은 거북이였는데 통행량이 많지는 않지만 갓길이 거의 없는 곳이라 그냥 두면 차에 치일 것 같아서 일단 또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놓아줄 만한 마땅한 곳이 안보이더라구요.
지도를 검색해 보니 한 5키로 정도만 가면 작은 개울이 있는 숲이 있길래 저지 주머니에 거북이를 넣었습니다. 손가락 물리지 않을까 조심조심 집어넣고. 거북이를 등에 업고 자전거 타니 기분이 이상하지만, 그래도 로드킬 안 당할 만한 곳에 잘 내려다 주고 싶었습니다. 적당히 개천이 나오는 숲속에 도착해서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던지기 조준을 잘 못해서 나무에 턱 맞고 떨어집니다. 헉! 미안하다 거북아.
그래도 비탈진 곳 아래로 떨어져서 도로로 올라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 아기사슴
요즘 동네 도로 재포장 하는 곳이 많습니다. 전날 밤 계획해 둔 루트 중간길 재포장 준비중이더군요. 도로 표면을 갉아낸(?) 상태였는데, 대체 루트가 따로 없어 그냥 가자 하고 가는데 5k 넘게 이어지네요.. 덜덜덜덜 진동을 견디느라 조금 고생스러웠습니다.
원래 계획은 대충 타다가 맘 바뀌면 집에 돌아가야지 했는데, 이 루트는 달리 돌아갈 길이 없더라구요. 다시 돌아가기엔 또 고생스럽고 그래서 그냥 루트대로 달렸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곳을 지나면 저 앞에 새끼 여우가 총총 가다가 쏙 숨어버리고, 그라운드 호그가 옆에 동상 처럼 서있다 수풀 사이로 스윽 들어가구요..
공원가서 간식 먹을 생각에 기운차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편에서 뭔가 후다다닥 달리는데, 처음엔 치와와인 줄 알고 놀라서 보니
정말 작은 아기 사슴이 제풀에 놀라서 마구 달리더라구요.
밤비 처럼 등에 하얀 반점이 가득한 것이 이렇게 작은 사이즈는 저도 처음 봤습니다.
그나 저나 이녀석이 무서워서 달리는 건 이해하겠는데, 풀숲 옆이 오른쪽은 막혀있고 왼쪽은 저에게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결국엔 저랑 나란히 달리게 됐습니다. 아직 아기라서 빠르질 않아서 이 웃긴 달리기가 연출되었는데, 너무 무서워 하는 것 같더라구요.
안 되겠다 싶어 제가 먼저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나갔습니다. (내가 이겼다!) 바로 길이 굽어져서 어찌됐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잘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그대로 달려서 도착한 커뮤니티 센터에 앉아 10원빵 먹으면서 잠시 쉬었습니다. 왠지 유치원생 뻘인 녀석과 경주를 한 것 같지만, 이겼으니까 좋습니다.
오늘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당 여러분도 오늘 하루 뱀 밟지 않고 안전하게 귀가하셨기를 바랍니다.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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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레인민트
25.07.21 · 110.♡.55.182
전 동네에서 고라니 자주 봅니다. ㅎㅎㅎ -
HHann
→ 레인민트 작성자
25.07.22 · 71.♡.140.229
고라니 멸종위기 종인데 한국엔 고르게 분포하고 있군요! -
SSmileMan
25.07.21 · 110.♡.36.42
거북이 ㄷ ㄷ ㄷ -
HHann
→ SmileMan 작성자
25.07.22 · 71.♡.140.229
거북이 등등등? 말씀이신가요? ㅎㅎ -
토토마토DH
25.07.21 · 222.♡.71.178
뱀도 무섭지만, 멧돼지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_< -
HHann
→ 토마토DH 작성자
25.07.22 · 71.♡.140.229
멧돼지가 나에게 달려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습니다. 개가 뛰어오는 것만 해도 무서운데요. -
노노말피플
25.07.21 · 122.♡.140.216
거북이는 취미로 키우던 사람들이 버린? 느낌인데요. 우리 나라에 거북이가 자연에서 아직 서식하는지 궁금합니다. -
HHann
→ 노말피플 작성자
25.07.22 · 71.♡.140.229
앗 죄송합니다. 미국 시골 인듯 아닌듯 변두리에 살고 있습니다. 거북이는 동네 호수 가면 흔히 봅니다. -
노노말피플
→ Hann
25.07.22 · 122.♡.140.216
앗... 그레잇 어메리카에 살고 계시는 분요!!! -
GGreenDay
25.07.21 · 220.♡.195.99
저도 월초에 아침 출근하다가 거북이 밟을뻔 했습니다.
외진곳이나 지방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 중랑천 장안교 인근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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