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팅 잡설 - 이 차를 어항으로 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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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조금 일찍 퇴근한 김에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공지천변, 마음에 들었던 중국집에서 이번에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산책까지 마치니
주변 카페는 슬슬 마감 시간이 다가오더군요.
삼악산 케이블카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우고, 평일 저녁 8시면 운행을 마치는 빨갛고 하얀 등불 아래서
바람을 쐬며, 오랜만에 우리 집 파란 모델Y를 주인공으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작년 9월에 출고했고, 운전 경력 20년만에 처음으로 1년 2만km를 넘을 기세로 잘 타고 다닙니다.
이 차는... 아, 오늘은 틴팅 얘기를 하려고 글을 쓰는 거지요.
예전에 언급한 적도 있었지만, 이 차는 노틴팅, 그러니까 차 유리에 아무 것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어항'이라고 하죠. 보통은 틴팅하기 전 (일시적인) 상태를 의미하지만요.
수 년 전 처음으로 외제차를 출고할 때,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틴팅 농도로 고민했습니다.
전면 40 측면 15를 요청했는데, 담당 영맨은 전면 30으로 해 왔어요. 변명인지 장담인지 모를 말과 함께요.
조금 타고 다니다가 너무 불편해서 다시 40으로 바꿔 재시공했습니다. 그때 알았죠.
아, 소위 '국민 농도'는 다 개소리구나.
다음 차는 다둥이들을 위한 SUV였는데, 영맨과 틴팅으로 또 티격태격하다가 과감히 전면을 포기했어요.
아무 의미 없는 10년 보증서가 아직 폰 앨범에 남아 있네요.
측면 1열과 파노라마 썬루프 35, 2/3열과 후면 15
그리고 한여름 땡볕을 대비해 팔토시와 전면 가림막을 준비했죠.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밝았구나. 서울의 밤 거리가 이렇게 화려했구나.
이제 테슬라 모델 Y 차례인데, 뭐, 다들 짐작하시겠죠.
기다리던 새 차를 틴팅샵에 맡기기도 싫었고, 마침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었기에
몇 번 샵에다 견적도 받았지만, 전 더 게을러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증명해 보고 싶었어요. 틴팅 그까잇거 전혀 필요 없다는 걸.
곧 여름이 되겠죠. 천장은 알리에서 구한 선셰이드로 얼마 전부터 막아 뒀습니다.
그러나 창은 그대로예요. 아내와 아이(들)도 그대로구요(!)
운전자로서 저는 너무 편합니다. 아마 최근에 업데이트된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영향도 있을 거예요.
어두운 국도에서도 언제나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셈이니까요.
물론 한낮에는 열감이 없지 않지만, 자외선은 대부분 차단된다고 하니 실내 온도로 맞추는 거죠.
그리고 저보다 더 중요한 동승자들은…
필요하다면 2열에 커튼이나 가림막 같은 거라도 할까 했는데,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것에 별 신경 안쓰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선을 즐기고 있는 듯. ㅋㅋㅋ
그렇습니다. 세상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프라이버시'는 혈기 왕성할 때나 의미 있지, 이제 와서 뭐 숨길 게 있다고 ㅠㅠ
결정적으로, 이제 노안이 확실한 저는 시야 불량으로 인한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틴팅 고민은 접기로 했습니다.
거기다 자동차 카페마다 들어와 '국민 농도'와 '프라이버시'를 홍보하는 틴팅샵들의 행태가
못마땅하기도 했구요.
인생에 집 다음으로 큰 돈을 쓴다는 차 구매에는 온갖 훈수와 참견이 난무하지만,
저는 제 인생의 경험을 통해 (나에게) 틴팅은 불필요하다,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노틴팅 스포츠카에서 한강의 야경을 즐기며 드라이브할 그날을 위해,
내일도 어항 차를 타고,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으면서, 얌전히 출근하겠습니다.
모두들 편안한 밤 보내세요!
느린시간님의 댓글의 댓글
히타기새님의 댓글
칼쓰뎅님의 댓글
차에서 뭐하실라공....;;; 끽해봐야 코파는거 말곤 없지않나요 ㅎㅎ
(물론 더한거 하시는분도 계시긴하겠지만...ㄷㄷㄷ)
카페타님의 댓글의 댓글
까망꼬망1님의 댓글의 댓글
타오름달열어드레님의 댓글
stevechoi님의 댓글
밖어서 훤히 보이지만 뭐 어때요 운전 말곤 할게 없는데요. 코나 좀 파죠 ㅎㅎㅎ
달의용님의 댓글
구매시 틴팅을 고민했지만 인수 하고 처음 차를 탈때 시야가 왜이렇게 좋아 하면서 틴팅 생각이 없어지더군요.
가끔 횡단보도 앞에 서있으면 보행자와 눈 마주쳤다고 말하던 와이프도 더이상 그말 안하네요 . 테슬라가 흔해져서 그럴수도...
바람에눕는풀님의 댓글
가로등 없는 국도 많은 시골에 살기도 하고, 노안이 와서(ㅜㅜ) 밝은 시야 확보는 필수이고요 ㅜㅜ
근데 지붕 있는 주차장은 좀 갖고 싶습니다. ㅜㅜ
별멍님의 댓글
사방을 어두운 유리로 하는 것은 운전자 본인과 탑승객 모두의 안전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전도 해치는 아주 부적절한 행위입니다. "자동차 애호가라면 틴팅을 하지 맙시다"
Drac02님의 댓글
느린시간님의 댓글
CaTo님 말씀처럼, 틴팅 없는 밝은 창으로 보일 내 모습이 부끄러워 뻔뻔하게 얌체짓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순기능이랄까요.
레스님의 댓글
자외선은 알아보니까 요즘 차는 측면도 기본적으로 90프로 이상은 다 차단 된다고 하더라구요.
Noobie님의 댓글
뜨겁지도 않고 보이는 것도 잘 보이고, 너무 좋아요.
연한 파랑 계열인데 색상도 너무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