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SDV 전환은 오래걸리는 것일까? (뇌피셜)
쥐군

Lv.1 쥐군 (183.♡.77.249)

2026년 4월 14일 PM 02:46

조회 2,206 공감 0

안녕하세요 쥐군입니다.

왕년에 제조사에서도 근무해보고.. S/W 회사에서도, 기타 ICT분야에서 장시간 근무를 했습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많이 보고 겪었는데요.
아주아주 얉은 지식을 바탕으로 제가 생각하는 SDV 전환이 느린 이유를 한번 적어봅니다.
당연히 현업자분들이 보시기엔 헛소리일수도, 틀린 내용일수도 있는지라.. 그냥 뇌피셜정도로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박 시 제 글이 틀린게 아마 맞을겁니다.

1)제품을 만드는건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더라.

저는 스마트폰 제조사(글로벌)에서 근무를 했었고, 그 중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품의 초기 기획부터 완제품이 시장에 나와 TV에서 광고가 송출되는 것까지를 모두 겪었었는데요.
일단 고관여 제품으로 갈 수록 일반적으로 제품의 준비 시간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스마트폰 외에 생활용품도 업무를 해보았지만.. 비화학 생활용품이 보통 6개월 이내에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의 개발 기간은 대략 20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거기에 실제 로드맵은 통상 7~8년정도의 대략적인 목표 스펙과 폼팩터, 제품의 키 퓨처 및 미래의 타깃 페르소나까지 정의를 내립니다.
당연히 중간중간 어느정도 조정은 하지만.. 큰 틀은 쉽게 벗어나진 못합니다. (이유는 아래에서)

이를 대입해보면 아마 자동차는 최소 4~5년에서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금 도로에서 보는 아반떼 위장막도 사실은 대충2020~2022년 즈음에는 기획에 들어갔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러다보니 현재 시장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몇년 전의 기획으로 제품이 나오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개발기간을 줄이는건 사실 많이 어렵습니다.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비용보다는.. 안전 관련한 여러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테니까요.

2) 제품의 부품은 사실 기획 단계에서 스펙이 결정되어 있더라.

스마트폰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어떤 스펙 목표를 두고 제품 개발을 시작할때 개발 전에 칩 제조사와 미팅이 먼저 진행됩니다. 지금 칩셋은 애초에 논의되지 않고 차세대 칩셋과 그 다음세대의 목표 스펙 정보를 공유받죠.
그리고 우리 제품에 적합한 제품군을 어느정도 좁혀 놓습니다.
이 시점에 대략적인 칩 가격은 확인이 되고, 내부에서 1차 의사결정이 되면 1순위 칩셋, 2순위 칩셋에 대응 가능한 개발을 진행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 단계였던 것 중 소싱 가능한 부품에서 구현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제품에 패키징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 시점만 해도 사실 상당히 개발 초기 시점이지만.. 사실상 대략적인 스펙 자체는 이 시점에서 대부분 큰 줄기가 확정되는 시점입니다.

3) 시장이 변했다.

역시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면..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시점에 다른 제조사들이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가 위 언급한 로드맵의 영향이 큽니다.

보통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서 200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약 100억 정도의 개발비를 투입했었는데요. (제가 근무했던 제조사를 기준으로 이정도의 예산이 할당되었습니다.)
이렇게 투입된 개발비 중 상당 금액이 소진된 시점에서 개발을드롭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것은 제 목이 날라가는걸 전제로 말을 꺼내보는게 전부입니다.

당시 갤럭시 이전에 옴니아의 경우만해도 이미 로드맵 상으로 마소와의 여러 계약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자기들이 봐도 안되는 제품이라도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실정이었을거고.. 마케팅은 어거지로라도 말을 만들어야 했을테니.. 희대의 카피라이팅이 등장했던거죠.

그나마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의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지만.. 수많은 제조사는 이 로드맵을 뒤집을만큼의 여력이 별로 없었고.. 뭐 그래서 현재의 시장이 된겁니다.

자. 이제 자동차 회사로 와서 보면..

제 뇌피셜입니다만..
자동차 회사는 스마트폰 대비 거의 100배가 더 많은 부품을 사용해야합니다.
그만큼 복잡하기도 하지만 산업관점으로 볼때 엮여 있는 이해관계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의미도 되죠.
제품 개발 초기에 이미 다양한 부품 스펙을 검증해야 하고, 테스트 제품을 뽑아내는 과정이 자동차를 판매하는 브랜드사 단독으로 진행하는게 아니라 수많은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로드맵을 바꾸는건 어떤 회사의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요즘 레거시 브랜드 들이 정말 이악물면서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은 맞지만, 소비 관점에서의 속도는 정말 굼벵이가 굴러가도 이거보단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지부진하게 느낄만한 지점이 저는 이 지점에서 얽힌 이해관계와 계약들이라고 생각합니다.

4) 고성능 칩 하나 넣는게 그렇게 어려워?

네 어렵더라고요. (제 경험에서는요)
일단 윈도11 같은걸 돌리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 스펙과 칩 스펙, 소프트웨어가 모조리 커스터마이징 된 개발 결과물이다보니 칩하나를 바꾼다는건 사실상 신차를 다시 처음부터 만드는거랑 비슷한 형태가 될거라 봅니다. 그래서 페이스리프트에서 내장 모니터의 크기나.. 뭐 이런게 안바뀌는게 이런 이유고요.

물론 예외적으로이번 신형 EQS라던지 제네시스의 27인치 OLED 같은 내장 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칩성능의 변경은 제조사에게 상당한 부담을 가져오게 만듭니다.

단순 개발비의 문제보다는.. 너무 많은 검증이슈가 생기다보니.. 소위 신차 출시 사이클 자체를 못맞추는 상황이 제조사에겐 더 큰리스크가 될거라서, 제품의 출시 시기는 최대한 안전하게가져가는 스탠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자동차 회사가 테슬라같은 행보를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5) 원가절감

모든 상품기획이 비슷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최종 제품이 등장할때 기획자가 원하는 목표 스펙이 있습니다.
이건 칩 성능이 어쩌고.. 이런 개념은 아니고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에서 잡는 스펙입니다.
정성적으로 접근하면 아이가 있는 40대 부모 가족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SUV 같은 개념인거죠.
여기에 정량적으로 이러이러한 기능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스펙테이블이 존재하고요.

여기에서 성능의 척도는 기능이 "구현" 되느냐에 잡혀 있습니다.
기능이 "원활하게 구현"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 온도차가 굉장히 클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자동차의 개발비용은 스마트폰과 다르게 수천억의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만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최대한 제조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그 결과가 아마 현대의 렉걸리는 내비게이션 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결정적으로 제품 기획자가 지정한 세부 스펙도.. 소싱팀 구매팀에서 구현 가능하다 판단되면 스펙을 조정해서 원가를 줄이는 전략을 짜는건 또 그들이 그 연봉 받는 이유다보니..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들은 매우 안좋게 보는입장이지만.. SDV 시장이 본격화 되면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냥 뭐.. 아마 대부분 틀린 뇌피셜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하기 싫어서 뻘글 써봤어요.

댓글 (49)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04.14 · 223.♡.56.5

    저도 스마트폰 제조사(글로벌)에서 근무를 했었고, 그 중 H/W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

    디자인 -> 설계 -> 양산까지 대략 18개월정도 걸렸던거 같아요....

    제가 있던 회사는 안드로이드 넘어가는 시점부터 너무 많은 종류의 폰을 만들다 보니

    폰의 정체성?이 모호해졌고 물론 이때 당시는 한 두 종의 볼륨 모델로 먹고사는게 아니라

    피쳐폰의 습성 (다양한 모델)이 남아 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아직 소비자들도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신개념으로 접근해야 했기에....

    물론 성능도 구렸죠 ㅋㅋㅋ 아이폰의 비해 떨어지는 터치감/SW동작...... 등....

    나름 미국의 뿌리깊은 회사였지만 결국엔 안되더군요....

    지금 자동차 회사도 비슷?한 경로인거 같아요

    엄청난 종류의 차종과 소프트웨어.....반면 테슬라는 애플과도 같은 접근이죠 적은 차종으로 집중하고

    물량 뽑아내고....

    이 기로에서 선택을 잘해야 하죠

    tier별로 나눠서 어느 정도 묶어서 개발해야 하는게 맞을거 같긴 합니다만

    전 차종 동일한 sw를 가져가기엔 hw 비용이 추가되니.....

    참 고민이 많겠어요

  • 쥐군

    쥐군 Lv.1 → 하드리셋 작성자

    04.14 · 183.♡.77.249

    팔려나간 그 회사 근무하셨었나보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ㅎ

    말씀하신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 혼란한 시절의 경험이 있다보니.. 각 제조사의 판단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제일 불안한 회사는 폭스바겐 그룹입니다 ㅎ;;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 쥐군

    04.14 · 223.♡.56.5

    구글에 팔렸다가 레노버에 팔린 그 회사죠 ㅋㅋㅋㅋ

    저는 한국 철수할때 국내 취업했고요 ^^

  • 쥐군

    쥐군 Lv.1 → 하드리셋 작성자

    04.14 · 183.♡.77.249

    저는 강남구청 마지막 멤버 중 한명이었습니다 ㅎ
    하이브랜드로 갈때 전 없었어요.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 쥐군

    04.14 · 223.♡.56.5

    아~~ 그래서 못뵈었군요 ㅎㅎㅎㅎ

    하이브랜드에서 마감? 했죠 ㅎㅎㅎㅎ

  • 곡마단곰탱이 Lv.1 → 쥐군

    04.14 · 211.♡.11.111

    동의합니다. 폭바는 LG전자에 목메는 듯한 상황에서 갑질시전하다가 목 매달릴지도... ㅎㅎㅎ

  • 라이센스

    라이센스 Lv.1 → 하드리셋

    04.17 · 59.♡.166.52

    모토롤*신가요? ㅎㅎ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 라이센스

    04.17 · 223.♡.56.3

    넵 ^^

  • 매일한가한

    매일한가한 Lv.1

    04.14 · 221.♡.127.159

    좋은 통찰이세요. 한 십몇년전쯤 모 자동차회사 CIO 및 임원진 모시고 미국에 EBC가서 들었던 이야기가 이런거였어요. 생명이 달린일이라 전장을 제어하는 Chip 을하나 개발해도 수년간 별의별 테스트 부터 안정성 검증을 거쳐야해서 생각보다 오래걸린다고 하더라구요..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 매일한가한

    04.14 · 223.♡.56.5

    지금 나오는 chip들은 성능이 모바일용 2~3세대 전꺼인데 모바일용이랑 전장용 패키지가 완전 다릅니다

    전장용 chip package는 더 크고 ball도 많고 그래요..안정성 때문에....

    전화기 폰 죽어봐야 별 지장없는데 ADAS용 Chip죽어버리면 사람도 죽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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