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씨 (205.♡.233.53)
2025년 9월 12일 AM 05:59 · 수정됨(09. 23. 06:37)
(미리 알림: 여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입니다)
아래 리비안 얘기가 잠시 언급되어 저도 남겨봅니다.

(높이를 제일 낮춘 상태입니다. 14cm 정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15년쯤 된 오디세이를 최근에 리비안 R1S로 바꿨습니다. 원래 리비안을 눈여겨 보던 건 아니었는데, 현대/기아/캐딜락 등 돌아보다가 25년식 리스 프로모션이 있고, 타던차 가격도 가장 높게 쳐주고, 2주 안에 받을 수 있는 재고도 마침 있어서 잠깐 시승해보고 그냥 덥썩 계약했습니다.
제가 계약한 건 RS1 Gen2 Dual Standard 모델인데, 일종의 깡통입니다. 가장 낮은 트림이거든요.
- EPA 기준 259마일 (414km). 휠/타이어 때문문에 제일 거리가 짧은 옵션 구성인데, 제가 한달 동안 실사용한 수치 기준으로는 100%에서 0%까지 328km 정도 나옵니다. 실제로는 100%에서 30% 사이만 쓰니까 230km 정도 되겠네요.
- LFP 배터리 94kwh
- 533마력, 0-60 mph 4.5초
- 공차중량: 3,125kg (트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 차폭 2245mm, 전고1811mm - 1950mm (가변), 길이 5100mm, 휠베이스 3076mm, 최대 지상고 클리어런스 358mm
차가 거대합니다. 높이를 일부러 높게 해둔 리비안을 처음 본 집사람이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커' 했더랬죠. 혼다 오디세이랑 스펙상은 큰 차이가 안나는데, 디자인 때문에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주행중에는 자동으로 차고를 조정하고 주차하면 가장 낮게 높이를 맞추는 'kneel' 기능이 있는데, 그래도 타고 내릴 때는 약간 등산하는 느낌입니다.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라 즐기는 중입니다.
그리고 무겁습니다. 크고 무거운데 가속은 테슬라 모델 Y 롱 레인지보다 빠릅니다. 급하게 브레이킹 해보면 무거운 게 확 느껴집니다. 예전에 한국에 살 때 봉고 1톤 알바를 잠깐 했는데, 그때 모래나 철재 의자 같은 거 가득 싣고다닐 때의 그런 느낌입니다. 브레이크 디스크나 패드가 고성능이라 밀리지는 않는데, 접지력은 어차피 타이어 사이즈 문제이니 급하게 운전하면 스키딩 소리 듣기 쉽습니다.
전비는 포기했습니다. 디자인도 공기역학적이지 않고 무게가 상당한데다가 20인치 휠에 일반 픽업트럭용 오프로드 타이어입니다. 오프로드 때 공기압을 낮춰서 사용하기 좋은 옵션이지만 전비는 제일 정말 나빠요. 보통 2.3mi/kw 정도가 평균인데, 100km당 27kwh 수준이고, 출퇴근용으로 쓰는 모델 Y에 비해 같은 환경에서 1.5배 정도 전기를 더 씁니다. 그래도 집밥기준으로 오디세이가 먹던 기름값에 비해서 25% 정도 저렴합니다.
실내는, 1열 2열은 매우 쾌적합니다. 깡통 모델에는 2열 통풍이 안들어가 있는게 좀 아쉽지만, 이제는 애들도 다 커서 1열을 주로 쓰니 별 문제 아닙니다.
3열은 2열이 좀 당겨줘야 성인이 앉기에 무리가 없고, 2열 희생이 없다면 아이들나 태울 정도이고, 차 크기에 비해 좀 좁습니다. 이것도 디자인 때문인데, 후드/보닛이 길게 설계된 차들은 아마 다 비슷할 거 같습니다. 비스틱도 그래서 3열이 이거랑 거의 똑같아요.
3열을 접거나 편 상태에서 뒤로 생기는 화물 적재 공간은 매우 넓습니다만, 오디세이에 비해서는 천정 높이가 많이 낮고 (바닥 클리어런스가 높으니 당연), 좌우도 약간 좁습니다. 오디세이에는 차 내에 자전거를 세워서 마운팅할 수 있었는데, 이 차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2열/3열은 모든 트림에서 전동이 아닌 수동입니다. 차 가격에 비해서는 좀 납득이 안가는 점입니다.
대신 프렁크가 모델 Y에 비해 상당히 넓습니다. 코스트코 피자가 그냥 쑥 들어가고도 좌우로 공간이 많이 남아요. 게다가 전동 프렁크라 모델 Y에 비해 훨씬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승차감은 에어서스 달린 픽업트럭에 돌이나 흙좀 실어둔 느낌입니다.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soft는 배타는 느낌이고, 제일 단단한 firm도 테슬라 모델 Y에 비해서는 엄청 부드럽습니다. 차고가 높다보니 모델3/Y나 독일차들에 비해서는 바디 롤이 많고, 좁고 구불구불한 길 다닐 때 적응이 좀 필요합니다. 저한테는 생소한 승차감인데, 이게 오히려 맘에 듭니다. 식구들 모두 매우 만족해하구요. 신호대기하면 차가 알아서 높이 조절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럼 주변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T.T
문제점들은,
12v 배터리 방전 문제: Gen1 (2024년까지 모델)에서 12v가 방전되서 주행중에 벽돌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Gen2에서는 해결된 걸로 보입니다. 그동안 차량 모니터링을 해보니 팬텀 드레인도 없고, 12v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자잘한 완성도 문제: 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에서 리비안도 자유롭지 않겠죠. 근데 테슬라에 비하면 엄청 양반입니다. 인수받고 9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먼지 막는 고무 패킹이 떨어지거나, 후면 게이드 단차가 한군데 좀 어긋났다거나, 모두 그런 류인데 서비스 예약해서 모두 해결했습니다.
소프트웨어: 15년된 오디세이랑 비교하면 먼 미래에서 온 차이고, 테슬라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멉니다. 주행 보조는 지도에 미리 반영된 고속도로에서만 되고, 성능은 3-4년전 쯤 오토파일럿이랑 비슷합니다. 고속도로 돌아다니는 데는 큰 문제 없구요.
앱: 이것도 갈 길이 멉니다.
충전 네트워크: 수퍼차져도 쓸 수 있고 각종 다른 충전망도 사용 가능하지만, 그냥 꽂기만 하면 되는 테슬라에 비교하면 제일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새로 깐 충전 앱만 몇 개인지 ㅎㅎㅎ
이 차의 특징은 "오프로드 캠핑" 딱 두 단어로 설명됩니다. 용도는 주인 마음이지만 이 용도로 쓸 때 정말 빛이 나는 찹니다. 예를 들면, 울퉁불퉁 돌 튀어나오고 흙탕물 고인 길을 한 참 지나서, 슬쩍 기울어진 야영지에 주차한 다음 '수평' 기능을 이용하면 에어서스를 조정해서 정말로 차를 수평으로 만들어줍니다. 캠핑 안가더라도 전통적인 대형 SUV 느낌의 전기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차구요. 트럭이라면 F150도 있고 실버라도 같은 것도 있으니 R1T와는 좀 위치가 다르구요.
이제 두 달 다 되가는데, 현재까지는 식구들 모두 매우 만족하고 있고, 제 출퇴근용 모델 Y보다 이 차를 훨씬 더 편애합니다. 리스 끝날 때까지 별 문제가 없다면 아마 인수할 지도 모르겠네요.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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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altime
25.09.12 · 75.♡.15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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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과씨
→ Realtime 작성자
25.09.12 · 15.♡.0.172
익스페디션이 맘에 드셨다면 R1S보다 더 큰 차인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를 사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ㅎㅎ
저도 차를 사야하는데 마침 프로모션이 있어서 지른 건데요 아니면 저야말로 팔려갔을 지도요. 로드트립 가실 거면 깡통 말고 Large나 Max 트림 추천 드립니다! -
RRealtime
→ 사과씨
25.09.12 · 75.♡.158.112
에스컬레이드는 무서운 형님들만 타실 수 있는 차 아닌가요?
언젠가 LA 어디 험악한 동네 지나가다가 줄 지어 선 에스컬레이드들에서 내리는 덩치 큰 형님들을 본 이후로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
사사리사욕충족
25.09.12 · 106.♡.196.230
저는 이런 디자인이 너무 좋습니다. 실내도 궁금합니다. 시간되시면 인테리어 사진도 부탁 드립니다. ㅎㅎ -
사사과씨
→ 사리사욕충족 작성자
25.09.13 · 47.♡.8.76
네, 나중에 올려볼께요 ㅎㅎ -
11_2_3
25.09.12 · 223.♡.181.133
저는 리비안 사용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생소한 차여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
사사과씨
→ 1_2_3 작성자
25.09.13 · 47.♡.8.76
감사합니다 -
둠둠칫두둠칫
25.09.12 · 203.♡.149.209
희귀한 차량 리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어서스 달린 픽업트럭에 돌이나 흙좀 실어둔 승차감이 무척 궁금하네요 ㅎㅎ -
사사과씨
→ 둠칫두둠칫 작성자
25.09.13 · 47.♡.8.76
묵직한데 씽씽 움직이고, 그래서 서로 잘 어울리지 않지만 뭔가 안정감 있는 느낌입니다. - 돼
돼지사우르스
25.09.12 · 119.♡.165.7
한때 주식 몇개 가지고 있었는데, 리비안 실사용기는 처음 보네요. 차가 참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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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스바루 포레스터 2017 한대 달랑 있습니다만.... 내년엔 샌디에고-덴버를 차로 이동해야 할 상황이 생길 것 같아서.... 이래저래 알아보고 있네요.
빈털털이인 제 맘도 모르고 저희 와이프는 익스페디션이 좋아 보인다고;;;; 남편 팔아도 못 사는데;;;;;
특히 잘 사는 처형네가 이 리비안과 아우디 전기차를 모는지라 더더 비교가 되네요 ㅠㅠㅠ 그래도 리비안 몇 번 얻어 타 보니 좋긴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