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특발성 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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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자극적이네요.
임보 중인 낑낑이가 지난주에 극적인 일을 겪고 지금 입원 중입니다.
1월에 저희 집으로 왔고 대략 6-7개월령인 것 같아요.
3차 접종과 중성화수술까지 마친 수놈입니다.
몇 년 전에도 임보를 했었는데, 그때는 언제까지 꼭 입양을 보내 달라고 강하게 말했었는데,
낑낑이는 입양 가도 파양 당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강하게 요구도 못했습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썼었는데, 허피스가 계속 재발했고, 구토도 여러 번 했고,
사람을 사냥감으로 보고 엄청 공격적으로 대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기본적으로는 무릎냥이 개냥이 물냥이였어요.
기관지약을 먹으면 콧물이 멎었고, 구토를 하면 사료를 산더미같이 토해내고
(평소엔 그렇게 많이는 안 먹고, 운동량도 많고 대소변도 잘 봐서 다 소화시켜서 배출한 거 같습니다)
사냥하려 들면 이제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 피하는 게 가능은 했어요.
지난번에 댓글로 네뷸라이저 추천하신 분이 계셨는데, 마침 엄청 바빠지기도 했고
약 다 먹고 열흘 넘도록 콧물이 거의 안 나서 허피스는 어느 정도 잡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화요일에 매우 가벼운 구토를 했고,
목요일에 사료를 엄청 많이 토해서 다른 병원에 내원했는데
선생님이 예약 환자들로 엄청 바쁘신 와중에 보시면서 구토억제제 처방을 해주시고
미열이 있고 꼭 과식만이 구토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구토억제제를 먹으니까 토도 안 하고 이제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일요일 새벽에 갑자기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시간 넘게 계속 돌아다니면서 모퉁이에 서서 벽 위쪽을 쳐다보면서 계속 울고
(원래 하루에 한 마디도 잘 안 하고 낑 소리나 내서 낑낑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그래서 너무너무 걱정이 됐는데 24시간 병원에는 응급환자가 있어서 2시간 정도 대기해야 된다고 해서
집에서 상태를 보는데 식빵 자세로 좀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잠깐 놀라서 그랬나 보다 하고 있는데, 아침에 뒷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으면서
엄청 크게 비명을 지르듯이 울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시고는 보통 고양이의 행동이랑 다르다고, 너무 과민반응을 한다고,
뇌쪽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피검사,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 문제가 없었어요.
MRI를 찍어보라고 연계병원을 추천해 주셨는데 화요일까지 다 예약이 차 있어서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아서 집으로 왔는데, 갑자기 발작을 1-2분 정도 하더라고요..
너무너무 무서워서 인근에 MRI 있는 병원 여러 곳에 연락을 해서 병원에 가서 저녁에 찍었습니다.
뇌척수액 검사결과는 하루 지나서 나왔어요.
그런데 MRI도 이상 없고, 뇌척수액도 12종 바이러스가 다 음성이라고 나오고..
그래서 집에 데리고 왔는데, 마취도 하고 항경련제도 맞아서 밤새 푹 잘 거라던 애가
집에 오자마자 미친 듯이 물을 먹고 또 계속 돌아다니고 그러더니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불 다 끈 방에 안고 있었는데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고 뛰어올라서 방문을 열려고 하고 싱크대로 올라가서 빈그릇을 핥으려고 하고..
사지가 다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서 핥는데 진짜 너무 놀랐어요.
다리가 다 풀리거나 꺾이는데 사방에 머리를 박으면서 계속 돌아다니고
그러다가 싱크대로 뛰어오르고 ㅜㅜㅜ
MRI 찍은 병원도 응급실이 있어서 거기에 전화를 했는데 진료 중이라고 1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고..
그래서 피검사 한 집 근처 병원으로 급하게 갔습니다.
야간 선생님이 체온을 재 보니까 40.6도인가 그래서..
이 정도 열이면 열 때문에라도 발작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셨고요,
과하게 흥분했는데 사나워서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입원에 동의하고 집에 왔는데, 월요일 오후까지 거의 안 자고 흥분 상태로 있었다고 해요.
발작도 여러 번 하고 ㅜㅜㅜ
지금도 계속 주위 상황에 엄청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같습니다.
아까 잠깐 면회를 갔는데, 보고 좋아하더니 뒷다리가 떨리더라고요 ㅜㅜ
병원을 세 군데를 가게 된 셈인데요,
복막염이 뇌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신 분도 계셨고,
뇌수막염이나 뇌수두증을 염려하기도 하셨는데 MRI 결과가 깨끗해서 이건 아닌 거 같고요.
특발성 발작(간질)이라고 말하신 분도 계셨어요.
지금 선생님은 아직 면담을 못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어요.
허피스가 잘 안 떨어졌을 때 다른 병원을 가봤으면 더 나았을까..
몇 가지 전조증상이 있었는데 왜 가볍게 넘겼을까.. 자책도 많이 되고..
키울 자신이 없어서 임시보호만 한 거였는데..
이제 평생 약을 먹어야 될 애를 맡을 자신은 더더욱 없는데
정말 큰일입니다 ㅜㅜ
애교도 많고 사람도 엄청 좋아하는 애한테 정말 너무 가혹한 거 같아요.
빨간맛포도님의 댓글
피 검사도 이상무였고 뇌에 이상있을거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MRI는 못찍었네요. (돈 없는 학생이었어서..)
결론은 비슷한 나이(몇 개월 정도된)의 친구 고양이를 한마리 더 데리고 왔더니 발작이 없어졌어요
저랑 동일한 상황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시도하시면서 고양이가 잘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순정대학찰옥수수님의 댓글의 댓글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
저도 위에 아기고양이 님의 말처럼 이건 임보자가 아니라 구조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일로 보여집니다. 구조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큰 책임을 지는 것이구요. 아픈 아이 오래 돌본 입장에서 집사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순정대학찰옥수수님의 댓글
작은방에 가둬놓고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새벽에 자꾸 뛰어올라서 문 열려고 하면서 몸도 부딪치고 떨어지니까 걱정도 되고 층간소음도 걱정되고 ㅜㅜ 우선 퇴원할 때까지 보고 또 글 남기겠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Simlady님의 댓글
저는 고양이를 키워본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과 비슷한 상황들이 많기도 하고 오랜동안 냐옹이당의 글을 읽으며 주워들은 이야기들까지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아프면 뇌 발달이 잘 되지 않을 수 있고, 특정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다 못해 발작성 반응이 올수도 있을 거에요. 이건 어린 아이들도 그럴수 있는데요, 어린아이들도 뇌전증(간질)이 점점 자라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약을 먹으며 조절을 평생하는 경우도 있고, 난치성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 월령이기때문에 MRI로 잘 증상이 보이지 않을수 있습니다. MRI로 보이지 않으면 급성 염증은 아닐가능성이 높구요.
그렇다면 뇌기능의 저하(선천적 또는 구조 전 여러 상황 때문에)가 있거나, 말그대로 간질일 수 있는데요...
임보하시는 분이 떠안으실 문제는 아닌것 같아요. ㅠㅠ
임보하시는 찰옥수수님은 좋은 뜻으로 하시는 걸텐데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ㅠㅠ
순정대학찰옥수수님의 댓글의 댓글
노을빛몽환님의 댓글
맥페란 (구토억제제) 관련 찾아본 참였는데,
낑낑이가 보인 증상들이,
일단은,
구토억제제 부작용 증상과 유사하네요.
구토억제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 관찰하며 원인을 찾는 한 편, 약물부작용 가능성도 한 켠 염두하심이 좋겠어요.
참고로, 울 집은, 열댓마리 냥이들이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구토억제제 처방받아 왔지만,
부작용을 의심할만 한 이상증세는 보인 적 없었어요.
& 냥이들도. 크고 작은 약물부작용 꽤 있어요.
걔중 흔한 건 진통제 부작용이죠.
울 집 애들만 해도 몇 번이나............ ㅠㅠ
안 그래도 냥이들에겐 사용 가능한 진통제 숫자가 두서너가지 뿐인데,
그 두서넛 진통제 모두 심각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있는 터라;;
그렇다고 진통제를 안 먹이며 고문할 수도 없으니.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는.
아기고양이님의 댓글
저도 제가 다른 분들이랑 같이 구조한 고양이가 죽을 병 걸린 줄 알고 한동안 눈물을 쏟았는데 그때의 막막함이 다시 생각 나네요.
임보자이신 찰옥수수님은 최선을 다 하신 거예요. 원래 허피스 잘 안 떨어지는 경우도 많구요. 넘 자책하진 마세요.
특발성 발작에 대한 글은 여러번 봤지만 저렇게 이상한 경우는 못 봤는데 낑낑이의 병세가 깊은 건지… 마음이 너무 아프시겠어요. 토닥토닥
앞으로의 치료나 거처에 대해서는 구조하신 분과 잘 말씀 나누시면 좋겠어요. 뭐라 표현하기도 힘든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부디 마음에 상처 덜 받으시고 마음 잘 추스르실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