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반려 캐리어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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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2024.06.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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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해외 여행이 아마도 7년 전인가, 8년 전인가.. 그 사이 제 여권은 만기가 되었고, 골방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한다고 구박하던 24인치 캐리어는 알던 (지금은 연락이 끊긴) 동생에게 빌려준 채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극 i.....인 성격 탓에 친구, 지인들과 같이 다니는 여행을 하고 나면 너무 피곤하고,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부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못난이라서 긴 연휴가 생겨도 집 안에서 쉬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았죠.   넷플릭스나 ebs 다큐멘터리도 보고, 여행 유튜브로 대리 만족도 하고..


그러던 어느날, ebs의 한 여행 다큐에서 스위스의 시골 마을 뒷산에 엄청난 폭포가 떨어지는 곳으로 여행하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게 됐어요. 그 동네는 일반 가정집 앞에 우유 자판기도 있어서 지나가던 사람이 몇 프랑을 넣으면 보틀에 갓 채집한 우유를 채워주는 것도 있었고, 카메라가 뭔 짓을 한 건지 83인치 OLED 화면 속에 펼쳐진 스위스의 시골 마을은 제 마음을 홀라당 뺏어가고 말았어요.


인터넷에서 그 영상 속 마을이 어디인지 찾고 찾아서 라우터브루넨이란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라우터브루넨과 그린델발트가 나오는 영상은 모조리 재생목록에 등록하면서 출퇴근 시간이나 잠깐 멍때리고 싶을 때 주야장천 틀어댔어요. 그리고 윈도우 쇼핑을 하는 기분으로 연휴가 생기면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서 스위스행 왕복 티켓을 검색해 보고 상상 속으로 취리히 공항에서 트램을 기다리는 제 모습을 상상하곤 했지만,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제가 스위스를 진짜 가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전 극 i…. 니까요.)


최근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한량스런 나날을 보내던 얼마 전, 또 윈도우 쇼핑을 하듯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 취리히행 비행기표를 검색하던 중에 스위스-인천 왕복 직항 티켓이 평소보다 60% 가격에 올라온 게 발견됐어요. 왠지 이건 남이 채가면 굉장히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티켓값이 저렴하다고 해도 몇 만원도 아니고, 여권도 재발급을 안했고, 메뉴판의 음식이 뭘 말하는지도 모르고...'


어?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이 제 멋대로 사진관에 들러 사진을 찍고, 구청을 들러 여권을 신청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마치 내 마음의 절반은 '설마 너 정말 스위스에 가려는 건 아니지? 그냥 이것도 스위스 여행을 가는 척하는 윈도우 쇼핑의 연장인 거지?'라며 절대 스위스는 갈 리가 없다는 생각과 '스위스가 별 거야? 이번 기회에 안 가면 난 평생 그 환상적이었던 스위스의 시골 마을을 못 가보고 죽을 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충돌하며 비행기 티켓 예매를 했고, 티켓 기간에 맞춰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비행기 티켓 구매 확정을 한 후에도 '조금 손해는 보겠지만 아직 취소하고 환불할 기회는 있어'라는 마음 속의 소리 때문에 숙소 예약을 하기 까지는 일주일이란 시간이 더 필요했어요. - 그 사이 멋지구리한 뷰를 볼 수 있는 곳이나 저렴하게 주방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샬레는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고요. 무엇보다 속상했던 건 제가 그리워하던 라우터브루넨에는 단 한 곳의 예약 가능한 숙소도 남지 않았다는 거죠.


그렇게 틈날 때마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에어비앤비 등에서 라우터브루넨에 숙소가 나왔나 검색해 보기를 1주일, 여기서 더 늑장을 부리면 정말 이도저도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또 예약 시점에 바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굵직한 동선의 베이스지점마다 숙소 예약을 시작했어요.


첫날은 취리히 공항에 16시 50분에 도착을 하니까 입국 검사와 짐 찾고, 프랑을 조금 인출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계산을 하고 SBB에서 검색하니 다행히 인터라켄까지 21시 정도면 도착을 하겠더군요.


"좋았어! 스위스의 첫날밤부터 4박은 인터라켄으로 정하고, 새벽과 황혼의 아이거 북벽을 보며 커피를 한 잔 때리고 싶으니까 다음 베이스캠프는 그린덴발트에서 3박 , 그리고 마지막 이틀은 오전 10시까지 공항에 도착하는 걸 고려해서 루체른 2박으로 잡자."

"문제는 라우터브루넨인데, 비가 살짝 내리는 풍경에서 라우터브루넨 시골길을 걷고 싶고, 쏟아지는 슈타우바흐 폭포를 배경으로 릴케의 시도 좀 중얼거리고 싶은데, 텐트 같은 걸 빌려서 노숙할 수는 없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쉴트호른도 가야하고, 라우터브루넨을 베이스캠프로 했을 때 뮤렌도 볼 생각이었던 지라 아쉬움을 접고 뮤렌 2박을 정했습니다.   


이제 11박 13일의 모든 숙소는 예약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턴 사라진 24인치 캐리어를 대신해서 앞으로 나와 함께 세계를 누빌 새로운 아이가 필요해졌어요. 더불어 유튜버들이 입을 모아 공통으로 추천했던 납작하게 접히는 전기주전자와 비행기 여행을 편하게 해 줄 발받침, 수면안대, 습기마스크, 에어목베개, 김치통조림, 김치사발면, 햇반, 100ml 이하의 위생용품들… 


"자! 지금부터 지름의 시간입니다. 다들 양말 벗고 소리 질러!!~"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전 오프라인에서는 극 i…… 입니다…


그렇게 지름신에 정신을 빼앗긴 지 며칠이 지나, 어제부터 이런저런 택배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조금 전 드디어 '저의 새로운 반려 캐리어'가 도착읋 했습니다.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빼박 스위스를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가 뭔 짓을 저지른 건가 싶어 정신이 순간순간 아연해집니다. 한 편으론 제 눈에 담길 외시넨 호수로 가는 곤돌라와 호텔 창문으로 바라볼 카펠교, 피르스트에서 하강 하이킹을 하며 맡아볼 스위스의 푸른 향기가 상상돼 너무 흥분되기도 하고요. - 그리고 또 문득문득 '세계 여행? 뭐 별 거 아니네?' 하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이제 열흘 남았는데 아마 그 사이에 마음이 최소 100번은 오락가락할 것 같습니다만, 부디 무사히 취리히 공항에서의 인증샷을 이 곳에 남길 수 있길 바라 봅니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스위스  #진짜가냐  #얼떨떨  #6렙삽니다  #infj  



댓글 21 / 1 페이지

추적자의노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추적자의노트 (223.♡.165.158)
작성일 06.22 20:53
우와 부럽습니다아~ : ) 여행 잘 다녀오세요! 호옥시 여행기 연재해주시려나요? ㅎㅎ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0:54
@추적자의노트님에게 답글 이번에 포켓3로 잘 촬영해 볼 생각인데, 가능하면 다모앙에도 여행 후기 올려 보겠습니다.

마리에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마리에 (122.♡.188.143)
작성일 06.22 21:00
캐리어 색깔 넘 상큼하고 이뻐요~ 어디건가요 ㅎㅎ
스위스 넘 좋죠 전 인터라켄베이스로 융프라우 다녀오는길에 그린델발트지역 지나갔는데 그땐 눈으로 덮여서 초록초록풍경은 못본게 넘 아쉬워요.
길게 머물면서 볼 가치가 있는곳입니다 ㅎㅎ 루체른도 참 이쁜도시였어요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1:06
@마리에님에게 답글 밤켈이라는 국산 브랜드 제품입니다.
저도 루체른 구시가지가 너무 기대돼요

ThePhi500님의 댓글

작성자 ThePhi500 (223.♡.22.144)
작성일 06.22 21:04
메모: 극 i + 오렌지색 조합 !!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1:07
@ThePhi500님에게 답글 ㅎㅎㅎ 온라인에서는 파워E 입니다~

ThePhi50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ThePhi500 (114.♡.202.106)
작성일 06.22 21:11
@가을무렵님에게 답글

갈매동아재님의 댓글

작성자 갈매동아재 (58.♡.45.202)
작성일 06.22 21:14
즐거운 스위스 여행 되세요~~~~
저도 내년에 갈끕니다 ㅎㅎㅎㅎ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1:16
@갈매동아재님에게 답글 제가 어디쯤에다가 갈매동아재님 찾아 보시라고 보물찾기 해놓을까요?

갈매동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갈매동아재 (58.♡.45.202)
작성일 06.22 21:21
@가을무렵님에게 답글 몽트뢰, 뽀흐발레 즈음에 숨겨두심 찾을  수 있을검다. ㅎㅎㅎ
(아들 학교가 뽀흐발레에 있어서..ㅎㅎㅎ)

Whinerdebriang님의 댓글

작성자 Whinerdebriang (124.♡.66.173)
작성일 06.22 21:16
멋진 여행하고오실거에요!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1:19
@Whinerdebriang님에게 답글 얍~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작성자 에스까르고 (183.♡.123.226)
작성일 06.22 21:51
잘 다녀오세요~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2:47
@에스까르고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Leslie님의 댓글

작성자 Leslie (110.♡.75.72)
작성일 06.22 21:55
글만 봐도 부럽습니다~
몸 조심히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ㅎㅎ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2:48
@Leslie님에게 답글 네넵.  사진이랑 영상 많이 찍어서 보여 드릴게요

gksrjfdma님의 댓글

작성자 gksrjfdma (58.♡.220.53)
작성일 06.22 22:18

이쁘네요~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2 22:48
@gksrjfdma님에게 답글 저요?

다리미님의 댓글

작성자 다리미 (14.♡.4.89)
작성일 06.24 04:06
이거 오렌지는 안보이던데 어디서 사셧는지 알수있을까요? ㅜㅜ

가을무렵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가을무렵 (121.♡.10.106)
작성일 06.24 06:16
@다리미님에게 답글 네이버쇼핑에서 주문했는데 지금도 주문 가능하네요.
https://brand.naver.com/bamkeloutdoor/products/8467222854?NaPm=ct=lxs1sv8i|ci=checkout|tr=ppc|trx=null|hk=0863c6f11a2d7560e3fbfd7da645ec7492bc8630

다리미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다리미 (14.♡.4.89)
작성일 06.24 08:39
@가을무렵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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