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넋두리... 말할 데도 없어서...
마른하늘에돈벼락

Lv.1 마른하늘에돈벼락 (211.♡.105.164)

2024년 6월 23일 PM 07:09 · 수정됨(06. 24. 12:07)

조회 5,010 공감 0


저는 올해 50 입니다.

27살에 전공관련 직장에 취직해서 나름 업계에서 넘버 파이브라는 곳에서만

20년 넘게 일하고 지금도 나름 큰 직장에서 큰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있습니다.

사생활로는, 담배도 안피우고, 술도 안마시고, 취미라고는

읽기나 운동이나 게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는 일이 사람들을 관리하고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대외적인 업무를 관장하는 일이니까…

사람들을 대할 일이 많고 뭔가 외부에서 봤을땐 나름 있어보이는 직급에 업무에다가

도중 한 번도 안 쉬고 한길만 걸어와서 제가 잘 산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취업 3년차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적게는 1년에 2천만원, 많게는 4천5백만원까지 집에다 보내왔습니다.

부모님이 'XX야.. 급한데 00원 좀…' 'XX야… 이번달에 00가 필요한데 좀 보내줄 수 있겠니'

처음엔 집에서 진 빚을 갚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엔 그런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동생 빚을 갚는 데 쓴다는 것을 한 참 후에 알았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그렇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돈이 필요하다고 어머니가 울면서 말씀하시니 안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연말 상여금을 보내거나, 현금서비스로 보내거나, 돈이 없을 경우는 대출을 받아서

보내드렸습니다.

나중엔 동생이 제 카드를 하나 달라고 졸라서 한도 120만원짜리를 하나 줬는데

(이것도 어머니가 부탁하셔서 안 줄 수가 없었습니다)

바빠서 신경 못 쓰는 사이에 한도가 1000만원으로 올라가 있고 벌써 리볼빙으로

900만원 가까이 채무가 쌓여있었습니다.

카드를 빼았고, 천만원이 넘는 채무는 제가 갚고 다른 카드를 주었습니다.

한도 변경하면 그 날로 카드 해지해 버린다는 엄포와 함께 한도가 낮은 걸로 다시 줬죠. 

그 이후에… 자동차 사고를 냈는데 자차가 없어서 수리비를 대납해준다던지,

어머니가 큰 병으로 입원하셔서 입원비가 3천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이걸 낸다던지 그런 일이 있으면서 지금까지 지냈습니다.


중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비와 납골당 안치비용은 저 혼자서 댔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이 살던 집의 월세 계약이 만료되어 새 집을 구하는데 보증금이 천만원 올라서

그 천만원도 대출로 해줬습니다. (그만큼 돈이 없었거든요)


나중에 동생 회사 계약이 그만두어 백수로 지내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기간에는

제가 생활비까지 대줬습니다. 둘이서 사는데 생활비가 한달에 400만원이 넘게 나옵니다..

알고보니 스타일러스, 신형LG청소기와 다른 여러가지 제품들을 임대로 계약하고

기존에 현금서비스 등 리볼빙으로 막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때 우울증을 진단받아서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었고

(솔직히.. 우울증 안 걸리는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저렇게 빌려준 것들은 일부 갚고, 일부는 남아있어 수입의 거의 대부분은 어머니와

동생의 빚 갚는 데 쓰고 있었습니다.

나중엔 동생이 개인회생 신청까지 했는데 거기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제가 보낸 돈으로 갚고, 나중엔 전부를 거기다 갚고 있었더군요.


20년 동안 저렇게 살다 보니… ㅎㅎㅎ 당연히 모아놓은 돈은 없고

2009년에 계약한 보증금 500에 월세 50짜리 원룸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보증금 2000, 그다음 보증금 1000, 그리고 보증금 500.

 줄어든 보증금의 나머지가 어디로 갔는지는… 뭐 말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결혼? 그런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요.

저는 연봉이 업계 상위 15%정도에 속하지만

한 번도 좋은 차를 산다던지, 청약을 받아서 집을 장만한다던지 (청약통장 만들 돈도 없었습니다), 

좋은 가구나 좋은 전자제품을 산다던지, 비싼 요리를 먹는다던지 하는 일이 거의 없이

그냥 주중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책 읽고, 게임 하고, 운동 하고… (밤에 인적 드문 공원에서

달 바라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뭐라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생긴 돈은 대부분 빚 갚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소설속의 여러 주인공에서 제 모습을 보고 치유 받기도 하고

안마의자를 사서 (이건 큰 맘 먹고 샀습니다.) 하루 끝내고 집에서 안마의자 위에서 쉬는게 낙이었습니다.


2년 쯤 전에… 더이상 어머니와 동생에게 휘둘릴 수 없어서 동생에게서 카드 회수하고

동생이 진 빚까지 전부 회수하고 집에 보내려고 다른 사람에게 빌린 2천만원 까지 합쳐서

1억원의 빚을 떠안고 금전적인 관계는 가족들과 끊었습니다.

1년에 3천만원 정도의 빚을 갚으면서 지금은 4천만원 정도 남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또 동생이 빚을 잔뜩 졌다고 합니다.

아마도 동생의 사고방식은 '돈이 없으면 무언가를 안한다' 가 아니라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무언가를 한다' 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두 달 전에도 울면서 사정하길래 천만원을 장기대출로 받아서 보내줬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 천만원 갚고 있는데 자신이 사고를 너무 크게 친 것 같다며

울면서 도와달라는데 이번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도 제가 고생한 건 알지만 이번만 어떻게 안되겠니 하고 말씀하셔서

더이상은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전화 끊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가 제 입장이었으면 당신께서 인생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저희들을 져버리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제 인생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그냥 정년퇴임 후에

(정년퇴임도 기껏해야 앞으로 10년이네요) 비참하게 골방이나 노숙자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있는 빚 다 갚고 나머지는 좀 모아놓아야 할 것 같아

더이상 도와드릴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착한아이 증후군은 아니고, 그냥 착하게 살고싶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치관이 있었고

(이 가치관은 어머니께서 심어주신 것입니다) 효도를 하고싶다, 효도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더이상은 그러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연 끊고 저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아도 되겠죠….?


아무런 의미 없는 질문이지만, 그냥 너무 답답하고 우울해서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못 살 거 같아

여기다 남기네요.


혹시 저보다 나이 어린 후배분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쳐해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해드리고 싶네요.



 


































댓글 (178)

  • 꿈의대화

    꿈의대화 Lv.1

    24.06.23 · 124.♡.26.184

    토닥토닥~~~
  • 서채 Lv.1

    24.06.23 · 118.♡.80.188

    힘내세요 백세시대랍시다
    이제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조금씩 노력해보세요
    고생하셨습니다
  • 에르메스 Lv.1

    24.06.23 · 118.♡.3.102

    읽으면서.. 느낀 점은
    하실만큼의 상태를 넘어.. 너무 많이 해주시고, 희생하신 것 같습니다

    더이상은 그러지 마세요..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하실만큼의 레벨을 넘어 과도할만큼 하셨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 훈제계란

    훈제계란 Lv.1

    24.06.23 · 125.♡.154.181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신입니다
    내가 있은 후에 가족입니다
    지금부터의 삶은 온전히 글쓴 님을 위해...
    그리고
    닉언일치 기원합니다!!!!!!!!
  • 마이너스아이

    마이너스아이 Lv.1

    24.06.23 · 183.♡.95.227

    저와 비슷한 년배 이신데 고생이 무지 많으십니다.
    저는 가족은 아니고 친구 한녀석이 딱 동생 같은 녀석이 있었는데
    돈 빌려준거 다 잊고 손절 했습니다. 그랬더니 온 동네 방네 제 욕을 하고 다녔더군요.
    돈 빌려준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냐고...
    그저 제가 잊어 버리는 것이 손절 하는 것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결 같습니다.
    이제라도 나만을 위해 살아 보세요~ 저처럼.
  • 그락실리우스

    그락실리우스 Lv.1

    24.06.23 · 211.♡.206.24

    하실만큼 충분히 하신것 같아요
    앞으로 본인을 위해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인생 짧아요
  • DUNHILL

    DUNHILL Lv.1

    24.06.23 · 220.♡.36.59

    에고... 정말 너무하시네요. 보는 제가 화가 납니다.
    동생분도 문제지만 어머님이 더 문제입니다. 진작에 끊으시거나 단호하게 대처하셨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철저하게 본인만을 위한 삶을 꾸리시길 바랍니다.
  • 출출할땐

    출출할땐 Lv.1

    24.06.23 · 121.♡.116.164

    하… 가슴막히네요 이제 놓아주셔도 될것같습니다 할만큼 이상 히신것같아요
  • 남극백곰

    남극백곰 Lv.1

    24.06.23 · 114.♡.188.135

    남의 돈 빌리는 버릇 절대 못 고칩니다 인연을 끊어야 해요 독하게 맘 먹고 해야 합니다
  • Leslie

    Leslie Lv.1

    24.06.23 · 110.♡.75.72

    정말 잘 하셨습니다
    하고 싶은거 하고 쓰고 싶은데 쓰면서 사세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남한테만 통하는게 아닙니다
    어쩌면 가족이라 더더욱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쓰신 내용중에 저도 일부 경험한 내용들이 있어서 더 안타깝네요
    회원님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니 회원님을 위해 쓰시면 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