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캣 (218.♡.223.19)
2024년 6월 27일 AM 01:54 · 수정됨(07. 02. 00:12)
안녕하세요.
글은 자주 못쓰지만 한번 쓴 글이라면 조회수와 추천수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뒤틀린 욕망에 어떻게든 자극적으로 어그로를 끌어대는 못된 습관이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人입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리플은 글 작성의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좋아요와 알람설정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
다모앙에는 처음으로 자랑글을 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무래도 요즘 좀 여러 일들이 있어 글 자체를 쓰지 못했기 때문도 있지만,
다모앙에는 좀 제대로 된 강좌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
프로젝트를 좀 준비하겠답시고 원기옥을 모으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원기옥도 원기옥이지만, 오늘 자랑하지 않고는 못배길만한 일이 있어
간만에 늦은 시간에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시작합니다.
변호사를 제대로 고르는 것이 왜, 얼마나 중요할까요.
작년 초, 저는 다른 모 사이트에 자랑을 여러 스푼 담아
변호사를 제대로 고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구체적 사건을 근거로
이야기를 한번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다음 글을 다모앙에 쓰게 될 줄은 몰랐죠.
그리고 오늘, 이제는 어제죠.
저는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판결을 받는 일은 워낙 흔한 일이면서도
동시에 영 적응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동안 받은 판결의 수를 생각하면
이제 슬슬 무심해질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판결문 하나하나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뿌듯해하는걸 보면 여전히 저는 이 판결이란 녀석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죠.
이 글은 실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특성상 일부 각색이 이루어졌다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은 두 사건의 판결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두 사건이 좀 기묘한 관계가 있었죠.
A사건은 2022년부터 2년이 넘게 끌어왔던 사건이고,
B사건은 겨우 2개월 전에 수임했던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건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판결이 났습니다. 물론 법원은 달랐지만.
A사건은 판결 직전 조정기일을 거쳤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이루었기에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고,
판사는 조정기일에 양 당사의 대리인, 그러니까 변호사들에게
판결 전까지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사건 자체가 2년이 넘게 지난 사건이었으니 중간에 담당판사가 바뀌기도 했고,
워낙 쌍방이 낸 서류도 많고 관련서류들도 많고 하니 정리하는
서면을 제출하는 일은 제법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마감일까지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하루 지나서 판사가 요구한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의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상대방인 제 판단이니 조금 왜곡되었을수는 있지만, 생각보다 꽤 성의없는 서류였죠.
무엇보다 판사가 제출하라는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거나, 혹은 이해했더라도
귀찮았나? 싶은 정도의 서류였습니다.
저는 물론,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열심히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죠.
그리고 오늘. 생각보다도 훨씬 더 저희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금전만이 문제가 되는 사건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금전만으로 보더라도 약 4억 가까운
금전적 성과가 있는 판결이었고, 그 외에도 여러 부분 저희쪽에 유리한 판결이었습니다.
당사자가 울면서 전화해서 2년동안 너무 고생많으셨다고 말하는데, 제가 다 울컥했죠.
그리고 몇시간 후
B사건의 판결문이 빠르게 올라왔습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B사건입니다. 진짜 기묘한 사건이었거든요.
사실 B사건은 2021년부터 시작된 사건이었어요. 3년이 넘은 사건이고,
이번 판결은 1심이 아닌 항소심, 그러니까 2심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2개월 전에 수임했느냐.
제가 항소심이 종결된 이후 사건을 수임해, 다시 변론을 재개한 사건이었거든요.
종결 이후 사건을 수임해 변론을 재개한 사건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이 사건 당사자의 자녀분이 기존에 제게 여러 차례 법률상담을 받았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소송을 당하게 되었고, 처음에 제게 다시 상담을 요청하셨었죠.
그래서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을 드리고, 충분히 해볼만 한 사건이라고 안내를 드렸는데,
소위 '전관' 출신인 다른 변호사를 소개받아 그 변호사를 선임하셨던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제법 유명한 변호사였으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꽤 고액을 지급했을겁니다.
생각보다 그런 일은 많으니, 별로 놀라거나 슬프지도 않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하며, 한참을 잊고 있었죠.
그런데 3년이 지나 다시 자녀분에게 연락이 온겁니다.
그 전관변호사를 썼는데 1심에서 완전히 패소하고, 항소심 진행중인데
항소심도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무조건 이길 사건 까지는 아니어도, 변호사가 제대로 된 논리로 대응하면
완전히 패소할만한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물었죠.
그런데, 제가 처음에 잡았던 변론방향과 완전히 다른 이상한 방향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는겁니다. 당사자가 저와 상담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무시하고 자기 논리가 맞다며 그 방향으로
진행을 해나갔다더군요. 그리고 결과는 1심 참패였고, 이미 항소심도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안타깝지만 제가 뭐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인지라,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변호사의 업무에 참견할수는 없다고 말하고
몇가지 팁을 드리고 방향성을 다르게 잡아보는 걸 제안해보라는 식으로
좋게 돌려보냈죠.
그런데 계속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조정기일이 또 열린다는데, 변호사가 항소를 취하하는 게 어떠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더군요. 그냥 포기하자는 이야기인거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사건번호를 물어 사건진행상황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심지어 이미 변론이 종결되고 판결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변론 종결되었는데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더군요. 아직 재판 한참 남았다고.
그래서 변론이 종결되었다는걸 보여주니 깜짝 놀랍니다. 변호사는 그런 이야기를 안했대요.
다시 이야기 잘 해봐라, 사건 마무리 되는 분위기다. 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변호사가 사임했답니다.
중간에 이상한 다른 이야기들이 있지만, 여기서 말하긴 좀 뭐한 것들이고
조정기일이 한번 남긴 했지만 판결을 코앞에두고 사임을 했다는거죠.
그래서 혹시 저한테 이 사건을 맡아줄 수 없냐고 묻더군요.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남이 망쳐놓은 사건을 맡는건 정말 싫은 일이거든요.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몇배는 어렵습니다. 특히나 이미
한번 패소한 사건은 더 어렵죠.
그런데 이미 변호사가 사임을 했다니 방법은 없고,
결국 정말 변호사 생활에 별일이 다 있구나 싶게
항소심에서 변론종결된 사건을 맡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3월 27일에 변론종결된 사건을
4월 18일에 변호사로 선임되었고
4월 29일에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홰
5월 1일에 변론재개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건기록을 검토해, 이 말도안되는 진행을 싹 다 날려버리고
처음 제가 생각했던 논리대로 다시 주장을 펼쳤습니다.
변론기일에 판사가 이야기하더군요.
왜 1심에서 이 내용들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당사자는 그래서 변호사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6월 26일.
오늘이죠.
저희 당사자는 피고였고,
원고 패소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은 총 29억이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사건을 담당하고 정확하게 2개월 10일만의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건을 담당하며,
이기는 사건도 있고, 지는 사건도 있습니다. 당연하지요.
제가 최선을 다해 이기는 사건들도 있지만, 제 능력과 무관하게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사건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정말 변호사로서 무기력함을 느끼죠.
그래도, 매 사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경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그냥 좀 특이한 두 개의 사건이었겠지만
두 명의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뒤바뀔만한 사건이었을겁니다.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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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ekky
24.06.27 · 106.♡.197.76
잘 봤습니다. 자랑할 만 하신데요...{emo:damoang-emo-008.gif:100} -
미미니캣
→ Jaekky 작성자
24.06.27 · 218.♡.223.19
감사합니다(_ _) -
삼삼진에바
24.06.27 · 116.♡.97.106
성공보수 많이받으셨으면 메로나...아 아닙니다. -
미미니캣
→ 삼진에바 작성자
24.06.27 · 218.♡.223.19
판결난지가 얼마 안되어서, 아직 성공보수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긴 합니다... -
이이루리라
24.06.27 · 14.♡.227.59
자랑하실만 합니다.
이리 능력 있으시다니요!!!! 멋집니다 변호사님{emo:damoang-emo-003.gif:100} -
마마당이형
24.06.27 · 116.♡.216.2
법적인 일에 경험이 없고 문외한이라서 잘 가늠이 되지는 않습니다만 충분히 자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얼핏 들어도 일이 잘 되었을 때 보람만큼이나 스트레스가 클 것 같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도 좋은 변호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
무무명
24.06.27 · 183.♡.3.86
{emo:damoang-emo-008.gif:100} -
비비천사
24.06.27 · 106.♡.196.254
훌륭하십니다. 좋은 변호사 한분 알게 된것으로 알겠습니다.^^ -
LLife2Buff
24.06.27 · 59.♡.207.48
먼저 승소 축하드립니다!
계속 안 보이시길래 다모앙으로 안 오신 줄 알았네요.
좋은 글 가끔씩 부탁드리겠습니다. :) -
미미드나잇
24.06.27 · 59.♡.89.198
{emo:damoang-emo-008.gif: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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