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72.♡.34.49)
2024년 4월 5일 PM 01:10
(이전 사이트부터 종종 정치관련 글을 적어왔는데, 이제부터 '안되는 칼럼'이라는 말머리를 붙여봅니다. 하지만 이 말머리는 조변석개하는 작자의 변심에 의해서 언제든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현 시각 수많은 시민들이 근질거렸던 투표근을 풀면서 투표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재외국민의 높은 투표율에 부응하듯이, 대선급에 준하는 사전투표율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위 정치 무관심층도 나오는 대선과 달리 총선은 정치고관여층과 소극적 관심층까지만 나오는 선거입니다. 보통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이는 사전투표 추세는 소극적 관심층을 넘어서 무관심층까지 이번 총선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최종 투표율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그만큼 지지정당을 떠나 현재의 판세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방증일 겁니다.
한편 이런 높은 시민의 정치참여와 정치 수준에 맞지 않는 선관위의 삽질이 오늘도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윤가놈이 농협마트를 방문해서 875원의 대파면 참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병크를 저지른 이후, 대파는 이번 선거 태풍의 눈이 됐습니다. 윤가 정부 이후 고물가를 상징하는 건 원래 사과였습니다. 사과 한 개에 만원이라는 스위스는 저리 가라할 정도로 비싼 물가는 이번 정부 들어서 경제지표가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지, 특히 서민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상징은 '사과'였습니다. 윤씨가 농협에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어떤 이유에선지 알 수는 없지만 윤씨와 일당들이 연출한 '저렴한 물가'의 상징은 대파였고, 시중 가격에 절반도 되지 않는 대파 가격, 875원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윤가 정권의 삽질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새로운 상징물이 됐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에 의해서 말이죠.
이수정 후보를 비롯한 국힘의 후보들이 이걸 받은 건 부차적인 겁니다. 윤가놈이 상징을 옮겼고 이것은 프레임의 전환이 아니라 재(再)프레임에 가까운 행위였습니다. 비싼 상징의 사과를 뒤집으려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것이 없으니 프레임이 뒤집어지기는 커녕 프레임 속의 프레임이 돼서 얼마나 경제가 폭망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가 됐습니다. 프레임 전환의 실패였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왜 대파일까 하는 점입니다. 경인일보의 한 칼럼에서는 대파가 현재 대한민국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현재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중 외국인 노동자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농촌의 초고령화로 인해 매년 더욱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그들의 노동력 없이는 국내 농업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외국인을 혐오하고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힘과 수구세력 입니다만 선진국 대한민국은 여타의 선진국이 그러하듯 외부에서 공급되는 저렴한 노동력이 없이는 지금의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인간적인 대우와 근로환경을 보장해서 대한민국의 경제 한 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세세한 부분을 터치하는 것이 정치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예산 삭감과 더불어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대파는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농산물입니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살 때 마트에서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대파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대파와 유사하게 생긴 Leek이란 채소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생긴 Leek은 대파와 생김새는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채소이기 때문에 대파 대용으로 샀다가는 음식을 망치기 십상입니다. 지금이야 Green Onion이라고 불리는 대파가 꽤나 많이 보급됐고 과거보다 쉽게 구할 수 있지만 10-20년 전만 해도 한인마트나 중국인마트를 가야 살 수 있었던게 대파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타향에서 한식을 해먹으려면 대파는 핵심 재료이고 그만큼 한국인의 식탁에 떨어져서는 안 되는 농산물입니다. 가장 사소하고 일상적이지만 중요한 채소 중 하나가 대파입니다.

아마 이러한 대파의 일상성과 필요성 때문에 대파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을 겁니다. (이 정도 식견 있는 참모가 한 명쯤은 있겠죠...?) 한국인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대파, 그 일상성을 이용한 프레임 전환은 꽤나 좋은 아이디어였겠습니다만 현실과 워낙 동떨어진 가격을 제시하니 대파가 조롱과 비판의 상징이 된 겁니다. 대파는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몸값이 높아졌고 정치적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우리 식탁의 흔한(하지만 지금은 비싸게 된) 대파는 정치적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누구에 의해서요? 대통령과 그 일당, 국힘 세력에 의해서요.
다시 선관위가 제시한 대파의 정치성에 대해서 논해볼까 합니다. 대파는 일상적입니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채소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정치화한 건 지금의 집권세력입니다. 그것을 투표소 내로 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파가 집권세력 비판과 조롱의 상징이 되니 투표장에 들어갈 수 없는 정치적 산물이 돼버렸습니다. 마트나 시장에 잠깐 들려서 비싼 대파를 사서 들어가는 유권자는 자신의 일상성이 부정되게 됩니다. 이런 사소한 것조차 정치의 영역으로 만들어버린 그들 때문에 말입니다.
이렇듯 정치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깟 대파를 정치의 영역으로 만들어버리고 친민주세력의 상징이자 국힘/윤가 정권 비판과 조롱의 대표주자로 만든 건 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그들에게 빼앗기고 정의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투표가 살 길입니다. 평범하지만 중요한 우리의 대파, 우리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투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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