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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굴산사지 당간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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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2024.06.28 12:49
841 조회
1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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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당간지주가 있습니다..

바로 굴산사지 당간지주입니다..


당간지주는 참 특이한 유물입니다...

예전에 절에는 의식이나 행사를 알리는 큰 깃발을 내걸었습니다.

그걸 당(幢)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깃발을 거는 깃대를 세웠죠 그걸 당간(幢竿)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간을 옆에서 지탱하는 기둥을 세웠으니 그걸 당간지주(幢竿支柱)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도 당간도 더이상 거는 곳이 없고.. 지줏대만 남아있는 거니..

어찌보면 불완전한 유물이죠..


그런데 항상 쌍으로 대지에 솟아난 그 모양새는 전혀 불완전해 보이지 않고.. 

그 자체로 안정되고 완전해 보입니다..

중간에 당간이 들어갈 공간을 두고 좌우에 솟은 돌떼기 두개라는

그 더할것도 뺄것도 없는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국토 여러곳에 남아있는 당간지주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세련되기 짝이 없는 것들로부터, 심플하기 짝이 없는 것들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가감없이 드러냅니다..


그 중 제 마음속의 베스트는 바로 이 강릉 굴산사지 당간지주입니다..

사람 키를 두배는 족히 넘기는 대책없는 거대함인데..

세련된 당간지주의 대명사로 흔히 영주 부석사의 당간지주를 꼽는데..

굴산사지 당간지주는 투박하지만 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명구였던.. "돌덩이가 제게 말하네요"를

감은사탑이 아니라 굴산사지 당간지주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크기뿐만이 아니라 질감도 거석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거칠게 쪼은 정자국을 그대로 남겨놨죠..

하다 만 듯한 마감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이 당간지주에 제일 잘 어울리는 표면 디테일입니다...

이 돌땡이가 그라인더로 곱게 간 요즘 석조조각 같으면 얼마나 없어보였을까요..

그저 조각솜씨가 미약해서가 아니었단 건.. 근처에 있는 굴산사지의 부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굴산사지 당간지주는 거석으로 된 유물 그 자체가 가진 임팩트가 대단하지만..

너른 논 한 가운데에 멀리 태백산맥을 배경으로 깔고 홀로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의.. 그 풍경이 주는 맛이 또 남다릅니다...

당간지주를 둘러싼 시계에 눈을 거스르는 모습들이 하나도 없어서 고마운 곳인데..

다행히.. 참으로 다행히도..이 곳은 아직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죠..

굴산사지 당간지주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주변의 굴산사지 승탑, 석불좌상이 함께 볼 만 합니다..

우선 이 주변 풍경의 한가로움이 너무나 좋은 곳입니다…


10년도 전에 다녀오고 올 해 봄에 다시 다녀왔는데..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참을 머물렀습니다..

부디 이 풍경이 계속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56%

댓글 11 / 1 페이지

랑랑마누하님의 댓글

작성자 랑랑마누하 (222.♡.12.217)
작성일 06.28 12:54
당간지주 크기 보니 사찰 규모가 어마어마 했겠네요.

게으른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06.28 12:56
@랑랑마누하님에게 답글 네 당간지주 크기를 보면 절의 위세를 알 수 있다고 하죠ㅎㅎ 예전에는 무지 큰 절이었을 겁니다..

gift님의 댓글

작성자 gift (180.♡.248.31)
작성일 06.28 12:56
깃대와 깃발이 얼마나 거대하길래 저 정도 지주를 이용한다는 거죠? 상상이 안가네요.

게으른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06.28 13:01
@gift님에게 답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당간지주로 알려져 있습니다ㅎㅎ 아마 높고 곶게 뻗은 태백산맥의 나무들이 있어서기도 하겠지요

보릿자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보릿자루 (180.♡.144.154)
작성일 06.28 12:57
저도 한 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빠져서 당간지주며 솟대며 구석에 숨어있는 소소한 유적들 많이 찾아 다녔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게으른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06.28 13:01
@보릿자루님에게 답글 네 ㅎㅎ 답사가 주는 즐거움이 있죠.. 특히 남들 잘 안가는 매력적인 곳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파이프스코티님의 댓글

작성자 파이프스코티 (115.♡.216.39)
작성일 06.28 13:08
저도 좋아하는 곳 입니다.
한달에 한 번은 방문 하는 곳이구요.
동지(?)를 만난거 같아 기분 좋네요 ^^

게으른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06.28 13:13
@파이프스코티님에게 답글 반갑습니다.. 자주 방문하실 수 있다니 복받으셨네요ㅎㅎ 저는 올 해 10년 만에 다시 보고 왔는데.. 여전히 주변 풍경이 예전과 달라지지 않아서 정말 안도했습니다... 요즘 강릉이 나름 힙한 곳이 되면서 이 주변도 뭔가 많이 들어서지 않았을까 걱정많이 하면서 방문했었거든요ㅎㅎ

파이프스코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파이프스코티 (115.♡.216.39)
작성일 06.28 13:49
@게으른고양이님에게 답글 진입로 쪽에는 전원주택들이 많이 둘어섰는데, 당간지주쪽은 아마도 개발제한 뭐 이런구역 일거라 그렇습니다.

여름숲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06.28 13:30
와 멋있습니다.
제가 당간지주를 직접 또는 책을 통해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저정도 규모는 상상이상이네요.

게으른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06.28 13:34
@여름숲1님에게 답글 높이 5.4m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당간지주기는 합니다ㅎㅎ 실물로 보시면 임팩트가 더 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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