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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입장에서 보는 현 의료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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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meba0 123.♡.39.51
작성일 2024.06.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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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딘가의 상급의료기관의 고위험산모신생아 센터에 소속되어 어제도 당직을 선 하찮은 산과의사입니다. ㅇㅁㅇ

당직서고 아침에 바로 집에 가는게 아니라 학회 주최 교육 멘토링 참여하러 가야 해서 집에도 못가고 하루종일 뺑뺑이 돌아야 하는데 아침에 산 삼각김밥에 청양고추가 들어간걸 모르고 생각없이 먹었다 매운맛에 맘상하고 같이 산 밀키스 제로 딸기 바나나 맛이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조금 치유된 상태로 그냥 괜히 감수성이 촉촉해져서 써봅니다. 

뭔가 정책이 옳다 그르다 그런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것도 아니고, 산부인과나 필수과를 대표해서 쓰겠다는게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밥그릇적인 이야기로 제 개인 상황을 현재 사태에 맞춰 이야기 해봅니다.


일단 올해 남은 기간은 나간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오긴 힘들것 같습니다.

현재 쟁점은 전공의들의 사직 시점을 2월로 인정하느냐 6월로 인정하느냐의 싸움인데…

현행 수련지침상 중도 사직한 전공의들은 1년간 수련을 못받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아마 전공의 빼가기 방지차원에서 만들어진 지침으로 알고 있는데….

2월 사직으로 인정되면 그나마 내년 3월 부터 다시 수련재개가 가능하지만 6월 사직으로 인정되면 내년 9월 까지는 수련재개가 불가능해집니다.

얼마전 내려온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졸업해서 인턴 근무전인자, 인턴 수료후 전공의 수련 시작전인자, 전공의 4년차들까지는 민법상 2월 사직을 인정해줄수 있지만 나머지 전공의는 6월 사직 혹은 계약조건에 따라 사직인정 불가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인기과들이야 이렇게 내팽겨쳐지면 알아서 어디선가 뛰어와서 수련받겠다는 사람들이 널렸겠지만…

저희같은 비인기과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나간 전공의들이 기다렸다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희박하기에….

적어도 몇년간은 전공의 없이 꾸려나가야 하는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몇몇 교수님들은 이기회에 아예 전공의가 들어오든 말든 그냥 과가 굴러가게 셋팅해두고 전공의가 들어오면 일별로 시키지 말고 적당히 수련만 시키고 내보내자는 이야기도 많이 하시네요. 


여기에 맞물려 병원 입장에서는 전공의가 없어서 병원 진료가 지연되고 그에 따른 손실이 막대해지고 있습니다.

뉴스에 나온것 처럼 의사외 직군들은 무급휴가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인건비를 줄여가고 그외 진행중이던 여러 사업들을 최소화하거나 취소해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중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나마 안줄이던 의사들, 쉽게 말하면 대학교수급들도 임금 삭감의 여파를 피할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병원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진료수익 보전을 하기위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한달에 몇번씩 임상과장 회의를 비롯해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문의 중심병원이라는게 전공의 빈자리를 전문의, 즉 병동전담의, 입원전담의같은 다른 전문의를 고용하는게 아니라 대부분이 일반 간호사들을 전문간호사 소위말하는 PA로 만들어 과별로 잔뜩 꼽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될거 같습니다.

최근에 나온 계획안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전문의들이 야간당직을 돌아가며 서는데 그 당직비도 아까워서 전문의가 병원에 남아서 환자를 보는 당직을 없애고 일있을때 병원에 나오는 온콜 당직으로 전환하고 야간 1차 진료를 PA가 하는 식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도 있더군요. 

(참고 : 병원에 밤새 남아 있는 당직은 무조건 당직비를 줘야 하지만 집에서 대기하다 일있을때 불려나오는 당직은 일없이 대기만하면 당직비를 안줍니다. )

결국 전문의 중심병원 이라는건 PA중심 병원이 될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겠지요.


저도 이번에 분만실 전담 PA한분을 배정받았습니다. 당장 월요일 부터 출근하시는데 이러면 혼자서 외래보다 뛰어 올라와서 진통중인 산모 지켜보다 수술방 뛰어내려가고 짬짬히 처방내고 차팅하고 하는 부담은 좀 줄거라 예상이 됩니다만….

어디까지 업무범위를 주어야 하는가? 에서는 아직도 고민이 큽니다. 

다만 이분이 이쪽에 오래 계실생각으로 조산사 자격증까지 따시겠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업무 범위를 정해드릴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수익면에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사태 이후 더 많은 지원금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앞에 '임시'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서 사태가 종결되면 모두 사라질 각종 수당들입니다만…..

그 덕분에 사태가 벌어지기전인 연초 월급이 로컬 에서 저 스카웃 해가겠다고 제시한 월급의 절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8-90퍼까지는 따라왔습니다. 물론 제일 크게 부른곳에 비하면 아직 2/3정도긴 합니다만….( -_-);;

다시 생각하면 그때 가겠다 했으면 이고생은 안하는데 싶은 마음이 한번씩 불쑥 불쑥나옵니다만, 어쨌든 통장에 이런저런 이름으로 수당이 꼽히면서 전공의 수련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없는 한두달을 보내 보니 마음이 풍족해지네요.

(이전까지는 다양한 명목으로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거나 신혼초기 여유있을때 모아둔 적금이나 그동안 들어놨던 연금보험들 다 깨면서 마이너스 충당중이었....)

이래서 다들 로컬가나보다 하고 와이프랑 웃으면서 이야기 해봤습니다. 


수도권 빅5를 비롯해 몇몇 상급종합병원들이 산모 신환을 못받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전엔 파리만 날리던 제 외래가 가득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야간에 응급분만, 응급제왕도 많이 늘어서 사태 이전에 비해 제가 올린 병원 수익이 1.5배 이상 증가했더랬습니다. 

워낙 진료수익이 크게 올라갔다 보니 이번 월급 삭감의 여파를 진료수익 인센티브로 메워서 도리에 40만원정도 인상된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

총무팀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저같이 진료수익으로 삭감 메워낸 사람이 10%미만이라고 하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 삭감의 칼바람이 꽤 컷나 보더라구요.( -_-);;


여하튼 이대로 PA들 보충좀되서 어느정도 일이 익숙해지기만 하면 차라리 이사태 그대로 주욱 가는것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나쁜 생각도 불쑥불숙듭니다. 비상진료, 응급의료관련 수당들도 쏠쏠하고, 개인 진료수익에 따른 인센티브에 각종 당직비, 보조금등등…. 몸이 좀 갈려나가서 헛소리 하는 경향이 좀 있긴하고, 때때로 서서 졸기도 하고, 정신줄 놓고 멍때리기도 하긴하는데…. 그래도 그나마 몸이 좀 멀쩡할때 바짝 달려서 돈좀 벌어두면 나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다만 계속 대학병원에 남아있으려면 결국 논문을 써야 하는데, 전 고위험 산모 진료보는게 좋아 대학병원에 남은거라 논문 쓰는게 안그래도 고역인데, 요즘은 너무 바빠서 정말 손댈 틈이 없네요. 총 4개를 써내면 임용 시켜주겠다 하는데 현실은….

PA셋팅되고 여유좀 생기면 chatGPT유료버전구독 해서 도움을 받아서 뭐라도 써봐야 하나 같은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주제, 연구데이터, 통계결과치까지 다있는데 단순히 쓰기가 싫어서 짱박아둔게 많다보니….(…)


사실 제일 좋은건 전공의들 돌아와서 좀 여유있게 일할수 있으면서 내 연구할거 편하게 하고 각종 수당도 지금 만큼 나오는거겠지만.... 세상이 다 내마음대로 되나요? 그냥 힘들더라도 돈이나 많이 꼽아주는 지금 상황에 일단은 만족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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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 1 페이지

오렌지스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오렌지스콘 (61.♡.208.153)
작성일 06.29 08:44
늘 고생 많으십니다. 참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Order66님의 댓글

작성자 Order66 (218.♡.41.41)
작성일 06.29 08:47
가뜩이나 세수도 부족한 판인데 지원금으로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Icyflame님의 댓글

작성자 Icyflame (211.♡.240.220)
작성일 06.29 08:54
고생이 많으십니다ㅜ 해결의 기미는 안 보이고 난리네요

테디박님의 댓글

작성자 테디박 (58.♡.246.136)
작성일 06.29 09:00
작금의 정부는 정치는 실종되고 폭력만 남았네요. 의료, 교육, 국방, 치안.. 모든 부분에서요..

중3들은 새로 바뀌는 대학입시에 대한 세부가 확정이 안되어서 입시 설명회 가면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한탄만 나온다고 합니다. 심지어 내년 고1 통합사회, 통합과학 교과서도 확정이 안되어 있데요. 특목고나 일반고 중에 어디가 대학입시에 유리할지 가늠도 안되어 있어 멘붕이라네요..

진짜 빨리 끌어내리는 수 밖에 없어요
1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dustku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dustku (211.♡.207.30)
작성일 06.29 11:54
@테디박님에게 답글 와 1포인트 넘 하심
32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테디박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테디박 (58.♡.246.136)
작성일 06.29 13:41
@dustku님에게 답글 헉!! 1포인트 댓글에 32포인트라뇨!!! ㅎㅎㅎ

9623099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96230991 (106.♡.66.67)
작성일 06.29 13:25
@테디박님에게 답글 특목고나 일반고 중에 어디가 대학입시에 유리할지 가늠할 필요가 없는 제가 위너입니까 TT
40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지미니쓰님의 댓글

작성자 지미니쓰 (58.♡.174.6)
작성일 06.29 09:04
고생 많으시네요.
이젠 누가 이기는지도 모르겠고, 걍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병원에 장비 납품하는 회사인데, 올 해 인센티브 없다고 이미 매니지먼트가 공표를 ㅠㅠ
회사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도 더 났습니다.
더 지속되면 감원까지도…

귀가부부부장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귀가부부부장 (118.♡.12.44)
작성일 06.29 14:00
@지미니쓰님에게 답글 +1 이쯤되면 굥정부는 그냥 사보타주만 하고 있는거같습니다. 어느 쪽으로라도 해결이고 뭐고 그냥 진흙탕 상태로 손놓고 있는 듯하네요. 최악의 상황입니다

groov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groove (221.♡.173.15)
작성일 06.29 09:09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Regen님의 댓글

작성자 Regen (39.♡.230.44)
작성일 06.29 09: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222
3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앙크띵님의 댓글

작성자 앙크띵 (222.♡.48.227)
작성일 06.29 09:28
고생이 많으시네요. 비의료인이라 글이 온전하게 와닿지는 않지만... 정부와 의협 그리고 전공의, 일부 의료인들이 벌이고 있는 이 사태에서 그나마 대한민국 의료계를 안무너지게 잡아주고 계셨네요. 앞으로도 많은 고생을 하시겠지만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자주 있길 바랍니다
2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median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dian (211.♡.72.207)
작성일 06.29 09:31
이런 모습이 앞으로 약 5년, 약 10년 뒤에는 폭증한 의사들로 인한 부작용까지..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죠.ㅠ
21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SD비니님의 댓글

작성자 SD비니 (172.♡.79.144)
작성일 06.29 09:39
고생이 많으십니다.
48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어제의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어제의꿈 (106.♡.128.2)
작성일 06.29 10:38
고위험 산모 돌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아내도 고위험 산모여서 출산전 4달간 입원하였는데, 돌봐준 의사선생님 성함을 지금도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14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Eugenestyle님의 댓글

작성자 Eugenestyle (175.♡.209.233)
작성일 06.29 10:48
저도 덕분에 아이러니 하지만 월급은 올랐습니다 당직이 배로 많아져서 그렇지만.... 근데 주변 병원이 안돌아가니 아기들이 모두 여기로 오는 바람에 죽을것 같네요 ㅜ ㅜ 일할맛 나는데 정신적으로는 안힘들어지는데 몸이 힘들어지는 이상한상황입니다 잘버텨봅시다 선생님 대문을 잘 지켜주시니 저희들도 뒤에서 아기들 살릴수 있습니다
전 논문 배 쨌습니다 논문때문에 자르시려면 자르시지요 라고 했습니다 쓸 마음의 여유도 지적여유도 체력의 여유도 없습니다 ㅜ ㅜ

RubyBlood님의 댓글

작성자 RubyBlood (121.♡.217.95)
작성일 06.29 10:54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과 몸이 고단하실텐데도 시간 내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49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DannyPark님의 댓글

작성자 DannyPark (61.♡.75.198)
작성일 06.29 11:28
건강하십쇼.
본인이 건강해야 환자들도 기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0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champ3님의 댓글

작성자 champ3 (118.♡.176.225)
작성일 06.29 12:27
응원합니다.
8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치즈샌드님의 댓글

작성자 치즈샌드 (119.♡.63.167)
작성일 06.29 12:40
과도기엔 늘 혼란하기 마련이겠죠. 잘 이겨내시길 바라며 응원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어야만 의대 정원 확대가 가능한 일이구나 싶습니다.
1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이제다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제다시 (39.♡.91.235)
작성일 06.29 13:13
고위험 산모를 돌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신데 생각을 나누어주셔서, 의료현장이 보다 더 잘 이해가 되었어요.

"결국 전문의 중심병원 이라는건 PA중심 병원이 될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겠지요." 이라는 말씀에,
PA 간호사가 합법이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알아보았습니다.

아직 PA 간호사는 아직 합법이 아니지만, PA 합법을 포함한 간호법이 6월 20일에 국힘에서도 당론발의 되었더군요;;;
https://m.medicaltimes.com/News/NewsView.html?ID=1159381

민주당도 국힘도 자신들의 간호법을 당론 법안으로 밀고 있는터라, 22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가 될수도 있겠어요.
의사분들의 반발도 더욱 커질 듯 하구요..
집안에 아픈 어른이 계시는데, 현 의료사태가 당분간은 더욱 지속될 듯 해서 걱정입니다ㅠㅠ
21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토토님의 댓글

작성자 토토 (223.♡.219.107)
작성일 06.29 13:28
산부인과 의사시라고 하셔서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제 아내가 애 낳을 때마다 죽을고비를 넘겼거든요. 첫 출산 때는 응급실에서 오늘을 버티기 어렵다고 가족, 지인들 부르래서 모였었어요.. 응급실 선생님 및 진료, 수술 봐주신 담당의사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27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carg님의 댓글

작성자 carg (172.♡.54.209)
작성일 06.29 13:48
고위험 산모를 진료하는 분들은 로컬에서 스카웃 제의 못할만큼 많이 드려서라도 모셔야합니다.
부디 좋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보람느끼며 지켜주세요

비가오려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비가오려나 (118.♡.192.249)
작성일 06.29 19:55
고생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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