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18.♡.227.59)
2024년 6월 30일 PM 04:40 · 수정됨(07. 01. 10:12)
아직은 해묵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 구원이 청산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 만행에 대해 반성과 사과는 커녕 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고 하고 있죠. 최근의 사도 광산 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도 광산에 끌려가 희생된 식민지 조선의 민초에 대한 건 부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의 과거 부정 때문에 국민 감정이 좋아질 리가 없는 겁니다. (윤통 정부의 실책을 일단 제외합시다)
금번 뉴진스 앨범 커버 디자인은 무라카미 타카시의 '웃는 꽃'을 활용한 이미지입니다. 무라카미 타카시의 예술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웃는 꽃이 상징하는 바는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들의 감춰진 무력감과 겉으로만 드러난 웃음'이라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원폭 피해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며 위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논한 기사 어디를 찾아봐도 원폭의 원인, 제국주의 전쟁에 나섰던 일본에 대한 해석은 없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다루고 있습니다만, 원폭에서부터 원전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일제 혹은 일본 정부의 잘못--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무라카미 타카시 관련 내용을 찾아보며 느꼈던 위화감은 여기에서부터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일본 정부의 태도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가 우익적이진 않지만, 일본 국민의 나이브한 이중적 태도--세계에 저지른 일본의 잘못은 흐린 눈을 하고 자신들의 희생자 성격만을 강조하는 것--가 보이니 어딘가 꺼림직해졌습니다.
여기에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의 주인공 마츠다 세이코는 80년도 전후로 전성기를 맞았던 일본 아이돌입니다. 푸른 산호초에 대한 소감을 보면 '버블 시대의 향수가 느껴지는 노래'라고 말하지만 사실 일본의 버블경제는 플라자 합의가 이뤄진 이후부터 무너질 때까지입니다. 즉 1986년부터 92년까지 급등한 엔화 가치로 인해 일본 국내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발생한 버블 시기를 뜻합니다. '버블 시대의 향수'가 느껴지기엔 1980년은 그저 일본 경제 성장의 시기일 뿐입니다.
여기에 마츠다 세이코의 성향에 대해서도 꽤 말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우익논란입니다. 마츠다 세이코는 2007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기미가요를 독창했습니다. 과거 조모 연예인이 기미가요를 들은 후 박수를 쳤다는 이유로 생매장을 당했던 그 기미가요입니다. 일본 국민에게 기미가요는 국가(혹은 황실)를 상징하는 노래로만 생각되겠지만 36년의 식민지를 겪었던 한국 국민에게 기미가요와 우익세력은 떼어놓을 수 없는 상징입니다. 그런 기미가요를 불렀던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를 픽한 것은, 오로지 일본 시장의 구매자--특히 80년의 경제성장시기를 그리워하는 세대--만을 고려한 선택입니다. 이런 팬미팅(거의 콘서트에 가까운) 구성을 보고 한국 국민은 어떤 감상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일제가 1940년 전후 베트남을 침공해 벌였던 참상과 그 여파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하니는 베트남 출신 호주 이민 3세대입니다.)
뉴진스 도쿄돔 팬미팅의 성과 홍보는 어도어가 맡았을 겁니다. 보도자료도 각 방송국과 신문사에 어도어가 보내줬을 겁니다. 그 와중에 jtbc 기사에서는 자막 번역 실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 일본여고생 인터뷰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BTS도 좋아하고 뭐 대박이다"라는 걸 'BTS에서 뉴진스로 갈아탔다'라고 오역하는 해프닝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민모씨가 타돌 머리채를 잡고 다녀서 뿔난 여러 팬덤에서 열을 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다소 과해 보이는 홍보성 기사에 (어도어 실수가 아니라 방송사 실수이지만) 오역 사고까지 터지니 어도어를 향한, 더 크게는 뉴진스를 향한 비토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 판국입니다.
잡덕입장에서 케이팝 아이돌이 세계 2위 음악시장 일본에서 성공하는 건 좋은 뉴스입니다. 하지만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사는 공연컨텐츠와 홍보자료를 구성할 때 조심스러워야만 합니다.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일본 경제 성장의 주역 세대(전후세대)에게는 매우 좋은 홍보방법이었겠지만(뉴지오지상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인의 눈에는 의문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신의 한수'라고 말하며 그 감정을 대리홍보하는 게시물을 보면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런 전략이 일본 시장에는 매우 잘 먹히는 선택지일 수 있지만, 한국 국민이 받아들이기는 아직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거사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 때문에 말입니다.
댓글 (59)
-
안안녕클리앙
24.06.30 · 115.♡.104.78
정확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 트
트레이드조
24.06.30 · 71.♡.138.204
좋은 분석글입니다. -
JJaekky
24.06.30 · 106.♡.196.73
잘 정리해주셨네요. 잘 봤습니다. -
JJaekky
24.06.30 · 106.♡.196.73
아니 근데...레벨이 왜 그러세요? -
Jjohndynamite
24.06.30 · 39.♡.28.150
마츠다 세이코를 마치 80년대만 활동하던 사람처럼 썼는데.. ㅎㅎ 몇년 전 딸 사망 직전까지 앨범도 내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전설적인 아이돌입니다. - 수
수필
→ johndynamite 작성자
24.06.30 · 218.♡.227.59
데뷔시기와 전성기가 80년 전후였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는데, 오독의 가능성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Jjohndynamite
→ 수필
24.06.30 · 39.♡.28.52
세이코 전성기가 어마무시하게 깁니다. 오독이라뇨 그냥 틀린거죠. -
까까만콤
→ johndynamite
24.06.30 · 211.♡.28.147
80년 전후면 러프하게 잡아도 한사람의 전성기때 인생 전체 입니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거 같습니다 -
다다니엘D
24.06.30 · 219.♡.225.19
기미가요는 그냥 일본의 국가입니다.
일본의 국가를 일본사람이 불렀다 해서 우익이라고 할수 없죠.
다만 외국인 특히 한국인이 기미가요를 부르는 순간 그건 부일매국의 의심대상이이 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 수
수필
→ 다니엘D 작성자
24.06.30 · 218.♡.227.59
그냥 일본 국가라고 하기는 그렇다고 봅니다. 제가 제이팝 아이돌 중 제일 좋아했던 아무로 나미에는 오키나와 출신이고 기미가요를 부르는 걸 거부했습니다. 왜냐하면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세력에 의해 침략당하고 식민지 취급을 받았던 역사가 있는 곳이니까요. 기미가요가 단순히 일본 국가로만 정의되어선 안 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