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전형에 환상(?)을 가진 분들이 많으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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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가 수시에 비해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사교육 유발도 덜하고, 부와의 상관관계도 덜하고 뭐 그런 생각이 널리 퍼져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능이 시행된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처음의 취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죠. 30후반~ 분들이 기억하실법한 수능/정시와 지금 수능/정시는 영 딴판입니다.
수능이 정의롭고 공정한가?에 대해서 할 말이 한 트럭 있지만 그냥 간단하게 수능성적과 출신지역, 부모의 경제력 사이의 연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 두 개만 올려보겠습니다.
(아, 뭐 그렇다고 수시가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울대 자료입니다. (https://admission.snu.ac.kr/materials/downloads/press?md=v&bbsidx=145752)
수시 합격생 중 서울시 출신자 비율과 비교해, 정시 합격생 중 서울시 출신자 비율이 50% 정도 높습니다. 지방 출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정시에서 더 불리하다는 뜻이겠죠.
정시의 서울 집중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됩니다. '개천에서 난 용'은 아마 정시가 아닌 수시 지역균형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서울대 정시 합격생의 60%가 재수 이상 학생입니다. 수능 응시자 중 재학생이 70%, 재수생이 30%를 차지하는걸 생각하면 서울대 정시는 그야말로 '재수생 초강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수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나가는 재수종합학원인 시대인재는 작년 연매출 3300억을 찍었습니다. 여기에서 의대, 서울대를 정시로 수백명씩 보냅니다. 시대인재 1년 학원비가 교재비, 급식비 등 다 합쳐서 3000만 원 정도 합니다. 기숙이 아니라 통학이 3000만 원 합니다. 지방에 살아서 기숙을 보내면 저거에 한 2000정도 더 얹으면 됩니다.
이게 최상위권 정시의 현실입니다. 서울에 살고, 차 한대 값 정도 되는 재수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집 자녀들이 정시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의대는 서울대보다 심하면 더 심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겁니다.
수시가 정의롭고 공정한가?라는 논쟁과 별개로, '거주지역과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 완화'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형은 수시입니다.
서울대는 수시로 2200명, 정시로 1300명 정도 선발합니다. (정원 내 인원) 수시 2200명 중 700명 정도는 지역균형, 기회균형 전형에 할당해 지방/저소득 학생의 교육격차 완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몇해 전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 지침이 내려오면서 정시 선발 인원이 늘었는데, 그때 온갖 욕을 다 먹으면서도 정시 지역균형 전형을 신설해서 지금은 정시 1300명 중 150명 가량을 지역균형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의대는 수시/정시 지역인재 전형으로 교육격차 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걸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정시 확대를 외치면 교육격차가 더 심화될겁니다.
물론 정시 전형에서 지역균형이나 기회균형 전형 비중을 대폭 늘려버리면, 거주지나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가 완화될 여지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재수생의 전형 응시를 아예 막는다던가, 하여튼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시'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전형이 나올겁니다.
좋구낭님의 댓글
크나빠님의 댓글
펀다이브님의 댓글
정시확대를 불러온 여론은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여론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때 덜 공정하다고 여겨진 수시는 학생부 종합전형입니다. 교과성적만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지역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건 맞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외의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데, 실제로 종합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은 정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이 높습니다. 일명 스펙이라고 하는 다양한 활동을 외부의 도움(학원, 부모)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아이들은 경험적으로 1%가 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외부의 도움에 의해서 수많은 활동을 하면서 내신을 채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이 있어서 그나마 지역간 편차가 줄어들지만 일반전형의 경우에는 합격생 중 서울 및 광역시의 비율이 64%로 정시보다 높습니다. 게다가 서울대를 제외한 인서울 상위권 대학은 지역균형이 없어서 지역간 편차는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정시가 최선의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미래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5지선다 시험이며, 등급을 나누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킬러문제들이 출제됩니다. 둘째로 한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영,수,사,과의 한정된 과목만으로 학생을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는 같은 문제로 똑같이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수시에 비해 객관적인 평가라는 여론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강의 발전으로 지방에서도 고득점을 받는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 만점자 분포를 보면 지방도 꽤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행 40%로 정해진 정시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시를 더 확대하는 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40%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글쓴님의 의견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 말씀 올렸습니다.
학점암살자님의 댓글의 댓글
말씀하신대로 수시에 대한 불신이 결국 정시확대 여론을 낳은 것이기는 한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학종의 문제점들은 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입사관제 시절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스펙 쌓기가 만연했었죠. 그 후 입사관제가 학종으로 바뀌고, 사교육 방지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생활기록부 반영 항목, 자소서 내용, 제출 서류 등을 계속 칼질해내면서 지금은 뭐 그런 우려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대체 대학에서 뭘 보고 평가하란거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서울대 지역균형도 학생부 종합전형이고, 일반전형의 서울시 비율은 34%로 지역균형(21%)보다는 높지만 정시보다는 낮습니다. 물론 이것도 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고 일반전형 자사/영재/특목/국제고 비율이 70%인데 이 학교들이 전국에 흩어져있다 보니 그냥 통계적으로 그렇게 나오는 것이죠..
객관식 시험인 수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정시전형이 '객관적'이라는데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습니다만, '객관성이 공정성으로 등치될 수 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100m 달리기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를 선발하는데, 그 선발 기준을 100m 자유형 수영 기록으로 한다면, 일단 객관적이기는 하죠.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 없이 그냥 기록으로 뽑는거니까요. 그런데 달리기 능력과는 관계가 없는 수영 실력으로 뽑는 이 상황이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대로 수능은 한정된 과목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런 단순화된 객관식 시험으로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을 온전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학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부적합한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니, 정시는 객관적이긴 하지만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취지와 같이 그렇다고 수시는 완전 공정하냐라고 하면, 또 그건 아니지만요 ㅎㅎ)
펀다이브님의 댓글의 댓글
학점암살자님의 댓글의 댓글
컨설팅은 뭐 사실 저도 그쪽 업계에 잠시 발을 담갔던 입장에서 보면 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원래 모든게 걱정되고 뭐라도 더 하고 싶은 것이 학부모의 마음이겠지요
마루치1님의 댓글의 댓글
인서울 대학 입사관들이 제시한 통계를 봐도 수시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가난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수시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본적으로 입시제도로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착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클 샌델 말대로 공정이라는 착각이죠.
고슷케이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 기말고사 기간인데.. 잠 2~3시간 자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습니다만, 오히려 주문은 "자라, 자자"라는 말 금지에요... ㅠㅠ 옆에서 안아주는 정서적 응원 밖에 할 것이 없습니다.
알이랑님의 댓글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학생의 실력이고 그것이 유일한 잣대여야 한다는게 공정한 입학시험이라고 정의한다면, 서울에 그런 학생이 많은게 잘못된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디.
반면에 지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학생을 뽑는게 좋은 입학시험이라고 정의하면 서울에 합격자가 많은게 나쁨 거겠지요.
저는 공정한 입학시험은 전자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문제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서 지역과 상관없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학생을 뽑는게 공정한 입시라고 생각합니다.
bigegg님의 댓글의 댓글
완벽한건 없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보다 입시의 구멍이 작을때는 무조건 불공평이 존재할겁니다.
학점암살자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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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시험인 수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정시전형이 '객관적'이라는데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습니다만, '객관성이 공정성으로 등치될 수 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100m 달리기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를 선발하는데, 그 선발 기준을 100m 자유형 수영 기록으로 한다면, 일단 객관적이기는 하죠.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 없이 그냥 기록으로 뽑는거니까요. 그런데 달리기 능력과는 관계가 없는 수영 실력으로 뽑는 이 상황이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대로 수능은 한정된 과목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런 단순화된 객관식 시험으로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을 온전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학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부적합한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니, 정시는 객관적이긴 하지만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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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달았던 댓글 복사한 내용입니다.
드럼행님님의 댓글
지금 한국교육제도는 수술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걸 약으로 고치려고 하니 아무 변화가 없다고 생각해요.
펀다이브님의 댓글의 댓글
또한 모든 대학을 지역관계없이 똑같이 만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학 교수나 시설을 똑같이 한다고 해도 졸업후 취직 준비에 유리한 사회 인프라(인턴하기 좋은 직장이 있는 지역, 자격증 공부하기 좋은 지역, 스터디 모임하기 좋은 지역)를 가진 지역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특정 지역이 집값 상승을 가속화시킬겁니다.
현행 교육문제는 사회 문제(사회 제도, 인구 구조, 산업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기반산업이 생산의 중심이 된 우리나라 산업 구조,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 보장의 취약성, 좋은 직장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라는 요인에다가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 큰 균열을 가지고 올 요소가 저출산, 인구감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우리나라에서 교육 성공을 통한 계급의 고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치열한 교육 경쟁으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는게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는 교육 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그 한계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산업 구조,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쉽다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교육 제도를 손놓고 있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교육 제도를 아무리 훌륭하게? 바꾼다고 해도 문제는 거기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의견입니다.
결론은 교육 제도를 틈만 나면 뜯어 고치는 게 최선이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변화로 인해 학생, 학부모의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교육 제도만 바꾸면서 해결을 기대할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사회 보장, 주거 비용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드럼행님님의 댓글의 댓글
학점암살자님의 댓글의 댓글
결국 다른 분 댓글에 방법이 공정한지에 대해서도 쓰긴 했습니다만.. 저는 방법 자체도 공정하지 않다고 봅니다. 객관식 시험인 수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정시전형이 '객관적'이라는데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습니다만, 객관성이 항상 공정성과 등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예로 100m 달리기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를 선발하는데, 그 선발 기준을 100m 자유형 수영 기록으로 한다면, 일단 객관적이기는 하죠.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 없이 그냥 기록으로 뽑는거니까요. 그런데 달리기 능력과는 관계가 없는 수영 실력으로 뽑는 이 상황이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은 한정된 과목과 문제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런 단순화된 객관식 시험으로 인간의 다면적,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을 온전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적 능력의 아주 일부분만 판별할 수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부적합한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니, 정시는 객관적이긴 하지만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드럼행님님의 댓글의 댓글
유니세스님의 댓글
1. 돈이 많던 적던 과외를 하던 말던
일단 자기 손으로 시험봐야 합니다.
2. 학생부, 입학사정관 등과 같이
도대체 기준을 알 수 없는 요소들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정시가 최고의 제도라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나마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돈으 돈대로 드는
제도하에서는 그나마 문제집 달달 풀면
고득점 나오는 정시가 학부모나 학생에게는
덜 부담일 수 있습니다.
마루치1님의 댓글의 댓글
MERCEDES님의 댓글
인구가 이미 한국의 반인 서울의 기이한 현상을 볼때 주장의 근거로는 부족하지 않나 싶네요
현타의훨윈드님의 댓글의 댓글
베니와준님의 댓글
임금격차 특히 일부 직업군(의대나 특정 대기업)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상황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을 합니다 ㅠㅠ 답이 없어요,,, 차라리 홍사훈 경제쇼에 이범이 나와서 제시한 대안이 조금은 현실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학점암살자님의 댓글의 댓글
어쩌다님의 댓글
살살타님의 댓글
객관적 데이터 제공에 고맙다는 말씀 드리게 됩니다. ~
미피키티님의 댓글
교육은 우리 한민족의 가장 핵심중의 하나의 요소로서
어느 시대든 공명정대한 기준이 마련이 필요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움둘님의 댓글
저도 강남학생들은
정시확대를 바란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