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암살자 (118.♡.176.2)
2024년 7월 1일 AM 01:27 · 수정됨(17:34)
정시가 수시에 비해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사교육 유발도 덜하고, 부와의 상관관계도 덜하고 뭐 그런 생각이 널리 퍼져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능이 시행된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처음의 취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죠. 30후반~ 분들이 기억하실법한 수능/정시와 지금 수능/정시는 영 딴판입니다.
수능이 정의롭고 공정한가?에 대해서 할 말이 한 트럭 있지만 그냥 간단하게 수능성적과 출신지역, 부모의 경제력 사이의 연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 두 개만 올려보겠습니다.
(아, 뭐 그렇다고 수시가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울대 자료입니다. (https://admission.snu.ac.kr/materials/downloads/press?md=v&bbsidx=145752)
수시 합격생 중 서울시 출신자 비율과 비교해, 정시 합격생 중 서울시 출신자 비율이 50% 정도 높습니다. 지방 출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정시에서 더 불리하다는 뜻이겠죠.
정시의 서울 집중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됩니다. '개천에서 난 용'은 아마 정시가 아닌 수시 지역균형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서울대 정시 합격생의 60%가 재수 이상 학생입니다. 수능 응시자 중 재학생이 70%, 재수생이 30%를 차지하는걸 생각하면 서울대 정시는 그야말로 '재수생 초강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수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나가는 재수종합학원인 시대인재는 작년 연매출 3300억을 찍었습니다. 여기에서 의대, 서울대를 정시로 수백명씩 보냅니다. 시대인재 1년 학원비가 교재비, 급식비 등 다 합쳐서 3000만 원 정도 합니다. 기숙이 아니라 통학이 3000만 원 합니다. 지방에 살아서 기숙을 보내면 저거에 한 2000정도 더 얹으면 됩니다.
이게 최상위권 정시의 현실입니다. 서울에 살고, 차 한대 값 정도 되는 재수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집 자녀들이 정시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의대는 서울대보다 심하면 더 심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겁니다.
수시가 정의롭고 공정한가?라는 논쟁과 별개로, '거주지역과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 완화'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형은 수시입니다.
서울대는 수시로 2200명, 정시로 1300명 정도 선발합니다. (정원 내 인원) 수시 2200명 중 700명 정도는 지역균형, 기회균형 전형에 할당해 지방/저소득 학생의 교육격차 완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몇해 전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 지침이 내려오면서 정시 선발 인원이 늘었는데, 그때 온갖 욕을 다 먹으면서도 정시 지역균형 전형을 신설해서 지금은 정시 1300명 중 150명 가량을 지역균형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의대는 수시/정시 지역인재 전형으로 교육격차 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걸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정시 확대를 외치면 교육격차가 더 심화될겁니다.
물론 정시 전형에서 지역균형이나 기회균형 전형 비중을 대폭 늘려버리면, 거주지나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가 완화될 여지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재수생의 전형 응시를 아예 막는다던가, 하여튼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시'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전형이 나올겁니다.
댓글 (31)
- 그
그리움둘
24.07.01 · 211.♡.185.201
-
RRebirth
24.07.01 · 116.♡.148.34
이런거 몰랐네요.
휴...
나라 꼴이 정말 산으로 가고 있었네요.
ㅠㅠ - 좋
좋구낭
24.07.01 · 39.♡.230.202
정시 확대 주장이 결국은 저것이지요 지역별 소득별 안배? 그딴거 개나 주고 실력순으로 뽑자.. 이 논리죠.. 과연 순수한 실력 및 잠재력 평가가 맞는지 판단이 어렵다는게 일차적인 문제일테고, 소득 / 지역 분배의 의의에 대해서 고민해봐야할듯 합니다 - 크
크나빠
24.07.01 · 223.♡.81.49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행 대학입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정시 수시 다 어짜피 줄세우기 입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수시가 다양하게 생겨서 줄이 여러개가 된 겁니다. 정시 확대하자는 것은 한 줄로 세우자는 얘기밖에 안됩니다. -
부부산혁신당
24.07.01 · 172.♡.95.0
제대로 공부를 해보긴 한건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꼭 그렇게 단정짓곤 하지요..ㅋ -
펀펀다이브
24.07.01 · 175.♡.45.7
정시 전형에 대한 환상을 잘 집어주셔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의견을 드립니다.
정시확대를 불러온 여론은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여론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때 덜 공정하다고 여겨진 수시는 학생부 종합전형입니다. 교과성적만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지역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건 맞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외의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데, 실제로 종합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은 정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이 높습니다. 일명 스펙이라고 하는 다양한 활동을 외부의 도움(학원, 부모)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아이들은 경험적으로 1%가 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외부의 도움에 의해서 수많은 활동을 하면서 내신을 채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이 있어서 그나마 지역간 편차가 줄어들지만 일반전형의 경우에는 합격생 중 서울 및 광역시의 비율이 64%로 정시보다 높습니다. 게다가 서울대를 제외한 인서울 상위권 대학은 지역균형이 없어서 지역간 편차는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정시가 최선의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미래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5지선다 시험이며, 등급을 나누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킬러문제들이 출제됩니다. 둘째로 한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영,수,사,과의 한정된 과목만으로 학생을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는 같은 문제로 똑같이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수시에 비해 객관적인 평가라는 여론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강의 발전으로 지방에서도 고득점을 받는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 만점자 분포를 보면 지방도 꽤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행 40%로 정해진 정시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시를 더 확대하는 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40%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글쓴님의 의견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 말씀 올렸습니다. - 학
학점암살자
→ 펀다이브 작성자
24.07.01 · 118.♡.176.2
저도 이건 뭐 손대기 너무 어려운 문제라 근본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 같고 현행 수준에서 유지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저출산과 인구감소가 계속되면 뭐 알아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말씀하신대로 수시에 대한 불신이 결국 정시확대 여론을 낳은 것이기는 한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학종의 문제점들은 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입사관제 시절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스펙 쌓기가 만연했었죠. 그 후 입사관제가 학종으로 바뀌고, 사교육 방지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생활기록부 반영 항목, 자소서 내용, 제출 서류 등을 계속 칼질해내면서 지금은 뭐 그런 우려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대체 대학에서 뭘 보고 평가하란거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서울대 지역균형도 학생부 종합전형이고, 일반전형의 서울시 비율은 34%로 지역균형(21%)보다는 높지만 정시보다는 낮습니다. 물론 이것도 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고 일반전형 자사/영재/특목/국제고 비율이 70%인데 이 학교들이 전국에 흩어져있다 보니 그냥 통계적으로 그렇게 나오는 것이죠..
객관식 시험인 수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정시전형이 '객관적'이라는데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습니다만, '객관성이 공정성으로 등치될 수 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100m 달리기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를 선발하는데, 그 선발 기준을 100m 자유형 수영 기록으로 한다면, 일단 객관적이기는 하죠.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 없이 그냥 기록으로 뽑는거니까요. 그런데 달리기 능력과는 관계가 없는 수영 실력으로 뽑는 이 상황이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대로 수능은 한정된 과목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런 단순화된 객관식 시험으로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을 온전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학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부적합한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니, 정시는 객관적이긴 하지만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취지와 같이 그렇다고 수시는 완전 공정하냐라고 하면, 또 그건 아니지만요 ㅎㅎ) -
펀펀다이브
→ 학점암살자
24.07.01 · 175.♡.45.7
말씀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스펙이라고 말씀 드린 부분에서 예전에 비해 학생부에 기재되는 분야가 많이 줄었지만(자율동아리, 봉사활동, 수상기록, 독서 등) 그 만큼 학생들이 교과세특이나 진로, 자율 특기 및 동아리에 기록되기 위한 활동들에 많은 노력을 쏟고 많은 자원(학원, 부모)가 들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생기부 컨설팅에 엄청난 비용이 지불됩니다. 그런 점에서 현행 학종이 사교육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했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종에 유리한 차별화된 생기부를 만들 수 있는 특목고 진학이 과열되는 결과를 낳은 것도 현행 학종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
학점암살자
→ 펀다이브 작성자
24.07.01 · 118.♡.176.2
그부분은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특목자사고 문제의 원흉이죠.. 고교학점제와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가 엎어진 마당에 해결이 요원해보입니다.
컨설팅은 뭐 사실 저도 그쪽 업계에 잠시 발을 담갔던 입장에서 보면 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원래 모든게 걱정되고 뭐라도 더 하고 싶은 것이 학부모의 마음이겠지요 - 마
마루치1
→ 펀다이브
24.07.01 · 211.♡.64.111
현직 고교 교사입니다. 수시 공정성 강화의 일환으로 외부 활동이나 외부 수상 내용, 외부 봉사활동, 논문 활동 등은 학생부에 기록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명박 때는 정말 논문 저자, 거짓 외부 봉사활동 등으로 대학 잘 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오직 학교 내 활동만 학생부 기록 대상이 됩니다. 학교 내 활동이라 하더라도 가정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치면 수행평가라고 행해지고 있는 공교육 내용도 모두 가정 형편의 영향을 받습니다.
인서울 대학 입사관들이 제시한 통계를 봐도 수시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가난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수시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본적으로 입시제도로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착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클 샌델 말대로 공정이라는 착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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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강남학생들은
정시확대를 바란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