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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현실] 학교폭력 신고를 악용하는 부모들(feat. 감정의 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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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222.♡.1.19
작성일 2024.07.0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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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제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신고 당했습니다."

"음.... 그래요?"

"그런데, 소장님, 제 아들이 잘못한 것은 인정합니다. 충분히 아들의 표현 방식이 상대 학생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것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그런데 소장님, 한편으로는 너무 억울합니다."

"어떤 면이 억울한가요?"

"상대 학생 측 부모가 해당 학교폭력을 주도했던 학생은 신고하지 않고, 제 아들만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학교폭력을 주도하고, 상대 학생에게 수치심을 주었던 학생은 놔두고, 그냥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맞장구만 쳤을 뿐인데, 마치 제 아들이 그러한 학교폭력을 주도한 것처럼 매도하면서 제 아들만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습니다."

"학교폭력은 그렇게 선택적으로 신고할 수가 없을 텐데요?"

"그런가요?"

"그래서 지금 진행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총 7-8명의 아이들이 연루되었는데, 그중에 몇 명은 가담 정도가 낮다고 빼고, 나머지 몇 명은 사과를 했으니 빼고, 제 아들만 남은 겁니다."

"아니, 그러면 어머님과 아들은 상대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하지 않았나요?"

"사과했죠, 처음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바로 상대 엄마에게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럼, 상대 학생 측 부모가 나머지 학생의 사과는 다 받아 주었나요?"

"네, 소장님"

"음................"

"이렇게 신고할 수 있나요?"

"정식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면 이렇게 선택적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학교전담기구에서 판단한다면 일정 부분 피해 학생 측 부모의 입장을 반영하겠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면 그렇게 선택적으로 신고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어떤 이유요?"

"아마도, 상대 학생 측 부모는 오랜 시간 동안 어머님과 아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래전에 반대로 학교폭력 피, 가해 학생으로 연루되었거나, 아니면 그전부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거나 말입니다."

"초등 3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것은 아니지만, 그 학생이 계속적으로 우리 아들을 때리고 괴롭혀서 그 부분에 대해서 그 어머님께 항의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사과를 하셔서 별도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지 않았고, 그냥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게 요인이 되었을 겁니다."

"설마요?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인데요. "

"그 당시의 기억이 상대 학생 측 엄마에게는 치욕으로 기억되었을 수도 있겠죠."

"전 그냥 항의를하고 사과만 받았을 뿐인데, 그걸 치욕으로 생각했을까요?"

"그랬을 수 있죠, 실제로 제가 상담한 사례에서는 부모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감정의 앙금이 남아서, 추후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제 예상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이 사안은 아마도 학교전담기구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상대 학생 측 엄마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겁니다."

"그럴까요?"

"네, 지금부터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비를 해야죠, 우선은 이렇게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소장님"


예상대로 이 사안은 학교전담기구에서 판단해야 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학교폭력 신고가 학생이 아닌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 자녀와 경쟁 관계인 학생을 음해하기 위해서 활용되는 경우도 있고, 상대 학생 부모와의 감정의 앙금이 남아서 학교전담기구에서 끝내야 할 사안을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선도 조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행정 심판, 행정 소송으로 끝까지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피해 부모들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요구는 기본 권리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러한 사례가 현재의 학교폭력 프로세스를 무력화하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 하여도, 피해 부모들이 원하는 선도 조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전담기구에서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모든 학교폭력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는 것이 이제는 일반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보호받아야 할 피해 학생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통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게 되면 20일 이내에 개최가 되어야 하는데, 요 근래에 학교폭력 신고가 급증하다 보니 각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다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까지 최장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 학생과 부모들은 늘어난 시간만큼 고통이 배가 됩니다.

누구나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요구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가해 학생이 학폭위에서 선도 조치를 받아야만 피해 자녀가 상처를 치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해 자녀의 상처는 가해 학생의 선도 조치가 아니라, 과정에서 보이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치유가 됩니다.

자녀의 양육 방식과 부모들과의 유대 관계 등 전반적인 가정에서 부모들의 모습들이 변하지 않으면 피해 자녀의 상처는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학교폭력 신고는 갈등의 해결이 아닌 발생된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발생된 학교폭력의 유형과 폭력의 인과 관계, 자녀의 성향 등 전반적인 상황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발생된 학교폭력 신고의 목적이 가해 학생의 선도 조치인지, 재발 방지인지, 자녀의 상처 치유가 목인지를 부모가 판단해야 합니다.

갈수록 학교폭력 신고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 자녀들은 학교폭력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자녀들이 피해 학생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언제든지 가해 학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학교폭력 현실이 그렇습니다.

댓글 10

PINECASTL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PINECASTLE (39.♡.79.180)
작성일 07.03 13:06
참,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뭘 해도 분이 안풀릴 것이고, 가해자 부모 입장에서는 좀 가벼운 걸 원하는게 인지상정이니 그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고... 가해자 쪽에 그 원인의 고통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또 피해자가 원하는 선까지 전부 해주는 게 맞는지... 등을 다 생각하고 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까요.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222.♡.1.19)
작성일 07.03 13:08
@PINECASTLE님에게 답글 당연히,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의 학교폭력은 너무나 혼재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보호 받아야 할 피해 학생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올바른 인식이 가장 중요할 듯 합니다.

PINECASTL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PINECASTLE (39.♡.79.180)
작성일 07.03 13:14
@바다사이님에게 답글 한숨이 나오지만,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앞으로 더 힘든 미션이 기다리는 듯 해서 이렇게라도 한 번 돌아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푸르른날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푸르른날엔 (118.♡.3.222)
작성일 07.03 13:11
현재, 중학교 까지는 학폭위 신고해봐야 대학 진학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학폭위 개최할 정도로 괴롭힘이 위중하다면, 그냥 경찰에 신고하고 형사재판을 받게 하는것이 낫습니다.
그게 상대편 데미지가 훨씬 큽니다.

뭐든천천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뭐든천천히 (1.♡.144.16)
작성일 07.03 13:13
학교폭력 문제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각자 느끼는 것이 다르니 곤란하네요. 요즘 아이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서로 잘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고, 일정 선 이상은 서로 조심하고, 피상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요. 어른들 입장에서 개선할 수록 점점 가진자에게 유리하게만 되는 것 같고요. 개인간의 단절 현상이 가속화 되는 것 같아요. 당장 반 내에서 조차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데, 성인이 된 후 단체, 국가 이런게 무슨 가치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규스파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규스파 (116.♡.223.193)
작성일 07.03 13:26
다들 학창 시절을 보내서 알겠지만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경우는 사실관계가 명백하지만 커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줄 경우가 있는데, 한쪽 부모님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자기 자식이 당한 피해를 넘기는데 비슷한 피해를 자기 자식이 다른 자식에게 했는데, 이게 학폭위까지 가고 하는 경우가 생기면 정말 억울해 질거 같네요.

하늘빛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빛 (118.♡.91.250)
작성일 07.03 14:03
학폭법, 아청법.. 정말 상식 이하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최악의 법들 입니다..

규링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규링 (153.♡.181.136)
작성일 07.03 15:28
복잡하네요. 악감정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거면 학폭위 같은 곳이 아니라 형사와 민사의 세계로 가야될 거 같은 생각입니다.

같이놀아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같이놀아요 (117.♡.2.130)
작성일 07.03 16:36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교내에서라도 모든 구성원이 상호 존댓말을 쓰도록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존대말을 쓰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ㅋㅋㅋ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ㅋㅋㅋ (222.♡.112.199)
작성일 07.03 22:59
슬픈 현실이네요. 법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만들면 그 법을 이용하거나 편법을 통해 법을 무력화 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죠. 조금 과장되어서 말하면 검찰스러운 일들이 그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합의를 통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요.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법으로만 해결 하려 하고 있죠.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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