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혹은 엑셀/브레이크 오인)사고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 Consumer vs Manufacturer
beatsbyKanye

Lv.1 beatsbyKanye (218.♡.98.33)

2024년 7월 3일 PM 06:27 · 수정됨(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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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국에 유행한 짤이 있습니다. 유리문에 여러장의 '당기시오'스티커가 붙어있는 짤에 '한국인이 못 읽는 한글 중 갑' 뭐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이는 '당기시오'라고 써있는데 문을 미는 사용자 혹은 소비자를 탓하는 시각입니다. 충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틀린 시각이 전혀 아니며,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런식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이 짤을 미국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저 유리문은 왠지 밀고싶게 생겼다며, 건축가 혹은 시공사를 탓합니다. 이는 윗 시각과 다른 시각으로, 제작자 혹은 공급자를 탓하는 시각입니다. 이게 동양vs서양의 문화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미국에 지난 십년동안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급발진 얘기로 와볼게요. 아시겠지만 인터넷상에 급발진이다vs인지저하에 의한 엑셀/브레이크 오인 사고이다라며 많이들 싸우고계십니다. (부부싸움 후 홧김에 단행한 테러라는 주장은 제가 보기엔 조금 과한 추측인 부분이 있어서 일단 차치하고 말씀드릴게요)

이 중 노인의 인지저하에 의한 엑셀/브레이크 오인 사고이다 라는 주장은 사실 이전에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노인혐오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전형적인 '사용자를 탓하는 시각'입니다. "왜 '당기시오'라고 써있는데 문을 미냐"랑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충분히 이렇게 생각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번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볼게요.

안타깝지만 급발진 '주장' 사고는 그것이 실제 급발진이든 아니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있습니다. 그것이 진짜 급발진인지 아닌지는 신 밖에 모르고 우린 그저 블박 영상을 보고 추측만 할 뿐이죠. 하지만 어찌되었던 '급발진' 사고는 꽤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고, 이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차가 '실수하는 인간'들을 위해 충분히 쉽게 디자인 되지 않았단 뜻이에요. "유리문이 왠지 모르게 당기고싶게 생겼었다"면 어제와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혹시 보시고 계실지 모를 이재명 대표님 혹은 민주당 의원님들, 현실이 현대/기아차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땅엔 안전한 차를 강제로 만들게 하기 위한 몇가지 법률이 있잖아요? 몇가지만 살짝 추가해주시면 미래의 정말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량이 오작동으로 급발진을 하든, 인간이 엑셀을 브레이크로 오인하고 풀악셀을 밟든, 이것을 '기계적'으로 override 할 수 있는, 급박하고 긴장된 상황 속에서 발이 아닌, 손으로 오랑우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강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 EPB레버나 P버튼 3초누르기 등 현재 있는 장치는 결과론적으로 충분하지 않은것 같아요. 기계식 사이드브레이크의 부활이든 킬스위치든 뭔가가 필요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9)

  • masquerade

    masquerade Lv.1

    24.07.03 · 121.♡.168.68

    일전에 팰리세이드 버튼 변속기로 사고난것은 ..말씀하신대로 제조사 문제를 탓할 수 있겠지만...

    그제 사고난 차량의 시스템은 ...과거의 차량들과 별반 차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모빌맨

    모빌맨 Lv.1

    24.07.03 · 222.♡.177.9

    이미 일본에서는 급발진 방지장치가 차량에 장착되어서 판매되고 있고요.
    (일본은 오래 전부터 고령자 운전 중 페달 오동작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계속 있어 왔습니다.)
    이번에 캐스퍼 일렉트릭에도 장착되어 나옵니다.
    페달을 혼동해서 오조작하는 것을 자동차가 감지해서 동력을 끊어주는 기능입니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달아 달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계속 요구를 해 왔는데,
    참 타이밍이... 이렇게 됐네요.
  • 파키케팔로

    파키케팔로 Lv.1

    24.07.03 · 218.♡.166.9

    근데 신기한건 이 '혼동에 따른 오조작 사고'가 최근에야 많이 부각된다는 겁니다.
    오토차량 천지가 된게 30년은 넘었는데.. 최근 10년..? 이제와서야 오조작 사고가 부각되네요.
    물론, 그 전에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었을테고,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으니 사고가 나도 주변외에는 아무도 몰랐을 수도 있지만요.

    다른나라 사례도 좀 알고 싶어요.
  • beatsbyKanye

    beatsbyKanye Lv.1 → 파키케팔로 작성자

    24.07.03 · 218.♡.98.33

    저는 그 전에도 있었는데, 블랙박스가 일반화되고 급발진류 사고가 '관찰'되기 시작된것 아닌가 싶습니다. 블박 일반화 전엔 그냥 운전자가 미쳤나하고 넘어간 것 아닌가 싶구요. 잘 모르겠지만 그저 제 생각입니다.
  • JINH

    JINH Lv.1 → 파키케팔로

    24.07.03 · 183.♡.155.7

    미국에서는 좀더 중립적인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
  • 아이폰점보

    아이폰점보 Lv.1

    24.07.03 · 210.♡.239.38

    “제가 이 짤을 미국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저 유리문은 왠지 밀고싶게 생겼다며, 건축가 혹은 시공사를 탓합니다.” 이건 단순히 공급자/소비자 관점이 아니고 “행동유발성(Affordance)" 관점에서 잘못된 설계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설계를 잘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니 설계를 탓하게 되는 거죠.
  • beatsbyKanye

    beatsbyKanye Lv.1 → 아이폰점보 작성자

    24.07.03 · 218.♡.98.33

    그쵸 Nudge라는 책에 잘 나와있는데 조금 쉽게 예시를 들었습니다^^
  • 아이폰점보

    아이폰점보 Lv.1 → beatsbyKanye

    24.07.03 · 210.♡.239.38

    2000년대 초에 eXtremeProgramming이 처음 소개될 때 소프트웨어 설계 맥락에서 접했던 affordance를 경제학 관점에선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해지네요.
  • mtrz

    mtrz Lv.1

    24.07.03 · 219.♡.95.246

    휴먼에러는 노인에게만 발생하는 건 아니죠.
    아주 멀쩡하고 심지어 아주 예리한 감각과 운동 능력을 가진 사람도 오인하고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게 자동차가 아니라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든 가정에 있는 가전 제품이든 인터넷 웹사이트든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입니다.
    인간이 더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이 현실인데 휴먼 에러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기계에게는 많은 가정을 더해야만 가능한 오류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만 같이 말하는 것이 참 그렇죠.
    그리고 휴먼 에러를 방지하고 기기의 오류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그러한 기능과 기술들이 개발되고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동력을 일시에 끊는 킬 스위치는 도로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그 스위치를 누르는 것도 인간이고 안 눌렀는데 눌렀는데 동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기도 하죠.
    그저 하루 속히 4단계 자율 주행이 시장에 나와서 대중화 되길 바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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