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수필ㆍ 막내딸
H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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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4일 PM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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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기반 수필로서 쓴 것이라 평어체 입니다.)


내게는 증조외할머니신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항상 꼿꼿한 자세로 앉아계셔서 기품이 느껴지셨던 분이셨다. 마른 몸은 할머니가 일제강점기와 전쟁통을 겪으시면서 살 어디에도 기름기가 낄 틈이 없었던 탓이겠지 싶다. 그래도 돌아가실 때까지 말투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으시던 고왔던 내 증조할머니.


참 자식도 많이 낳으셨다.

아들 셋에 딸 하나 낳으시고, 그 큰아들인 내 외할아버지께서만 해도 아들 다섯에 딸 둘을 보셨으니,

증조할머니가 우리 외가를 풍족하게 이끄신 복이 많은 여인네라는 점에 흐뭇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실상 본인 일가친척 한분도 없이 외로이 아흔 평생을 사셨으니, 오로지 본인 피붙이는 시집와서 낳은 자식들이 다였으니...


시간을 거슬러 1900년대 초로 가본다.

당시 외갓집이 있던 의정부 근방 양주땅에는 명문가가 있었다. 당시 양주 최고 부잣댁이라 들었다.

그 집안에 아들이 일곱이 있었는데, 마지막 여덟째로 낳은 귀하고 작고 어여뻤을 막내딸이 바로 내 할머니셨다. 오빠들은 이 막내 여동생을 많이도 이뻐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 간의 일은 그리 순탄치 못했고, 조선은 일본, 아라사, 미국, 청국 등 열강 사이에서 제물이 되어가고 있었고, 일본이 신흥강자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양주댁 일곱 형제는 더는 이 수모를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논밭을 다 정리하고 만주로 가서 일본을 꺾을 힘에 온 집안을 헌신하고자 했다.

그런데 곱디 고운 막내동생은 어찌할것인가?

형제들은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먼 춥고 척박한 만주땅에서 다섯살배기 여자아이와 함께 일본에 맞설 것인가?

결국 오라버니들은 피눈물나는 이별을 선택했다.

의정부 양지마을 유진사댁에 다섯살 막내딸을 민며느리로 들이게 하고, 형제는 조국을 위해 북으로 내달렸다.


조선은 이후 일본에게 국권을 전부 침탈당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대한민국과 북조선으로 허리를 잘리어 피비린내나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던 역사는 모두다 아는 바이다.

이 역사 속에서 다섯살 양주댁 막내딸은 홀로 의정부에서 순간순간 펼쳐지는 역사 또는 운명의 시련을 견뎌야했다.

다섯살 짜리가 열살이 되고 다시 서른이 되고 아흔이 되었다.

그런 세월에 흐름속에도 이제는 얼굴과 말투 그 어느 것도 기억이 뚜렸하지 않을테지만,

할머니는 다섯살 아이가 오빠들을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한평생을 만주땅을 떠올리며 사셨다.


할머니, 지금은 천국에서 오라버니들 잘 만나셨죠?

다섯살 소녀로 어리광도 부리시고, 못챙겨받은 생일상도 다 챙겨받으셔요.

다시는 할머니와 같은 비극이 이땅에 없기를...


P.S. 역사의 야속함은 새삼 잔인하기까지 하다.

일제가 가로막고, 휴전선과 압록강이 가로막아 할머니는 돌아가실때까지 친정 식솔들의 소식은 듣지 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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