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녁에 대나무숲이 제게 잠시 필요한듯 합니다...
오년삼촌

Lv.1 오년삼촌 (118.♡.36.118)

2024년 7월 5일 PM 11:12 · 수정됨(07. 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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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클량때부터… 제 글을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세아이의 아빠입니다. 다문화 가정이죠.


와이프한테도 딱히 큰 불만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뭐.. 필요한만큼의 존중은 받는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견차이가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 대부분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죠.


와이프는 아이들을 임신하고 출산할때 선언했습니다.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신경쓸거라고… 저는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그거야 엄마니까 그럴 수 있지… 좋은거 아니야? 그래서 저는 대답했죠. "나한테는 항상 아이들보다 네가 우선이야. 그걸 뭐라고만 하지 마세요" 라구요. 첫애가 13살이고.. 대체적으로는 지켜지고 있는듯 싶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죄송한 말이지만 제 어머님께 도움을 좀 받고 있습니다. 와이프가 대략.. 1년 전쯤부터 일을 나가기 시작했고.. 맞벌이에서 3살짜리 딸넴의 어린이집 귀가시간은 직장인 입장에서 맞추기 쉽지 않아서요. 그래도 대략은.. 어케든 와이프랑 제가 해보려고 비벼보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와이프가 회사 회식을 간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조금 빨리 귀가를 했습니다. 그 정도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집에 도착해서 일단 가방을 내려두고 머리를 잠시 자르러 간 사이에 어머님이 집에 들러서 아이들 먹으라고 볶음밥을 해놓고 가셨습니다…(아 참고로 어머님이 지금 살고 있는곳 2층 위에 사십니다. 거리가 멀지 않아요 ㅎㅎㅎ)


저는 작업실에서 좀 늦은 점심을 먹은터라… 나중에 먹어야지 하고 일단 아이들 먹은것만 확인하고.. 흔히 있는 가정의 저녁처럼 잔소리와 막내딸 목욕… 뭐 그런것들을 하고 와이프를 기다리고 있었죠.


와이프가 회사에서 받은건지.. 케이크를 들고 왔습니다. 웬 계란빵과 함께요..(술도 안마셨다는데…-.-;;) 아이들은 맛있게 먹고, 내일 일정에 대한 취사선택을 한 뒤(도서관을 가기 싫다고 하더군요) 취사선택에 대한 5분짜리 잔소리를 듣고 재우고…. 뭐 대충 그랬습니다.... (저는 자기전에 단건 좀 그래서.. ㅎㅎㅎ)


오늘의 일과를 대략 마치고 집이 조용한테… 문득 배가 고픈거에요… 아까 어머님이 만들어두신 볶음밥 남은게 보이는겁니다. 밥그릇에 한가득 펐죠. 딱 한공기 만큼 남았었거든요.


뭔가 반찬이 없으려나… 싶어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오이무침 남은게 좀 보이는겁니다. 저희집에서는.. 저밖에 안먹거든요. 애들 입맛은 아니고… 와이프는 굳이 챙겨먹는 반찬은 아니라서...(다문화 가정이댜 보니 입맛의 차이는 인정하고 사는 편입니다. 저도 동남아 음식 향신료 센건 못먹거든요 ㅎㅎㅎ) 거의 오이로 만들어진 반찬은 늘 제 몫입니다. 그런데 2주전쯤 어머님이 하신말이 문득 생각나는 겁니다.


"애들 먹으라고 이거 집에 가져온거 아니다. 너 먹으라고 챙기는거야. 애들이 이 반찬 먹기나 하니?"


뭐… 문득 생각이 나네요… 어머님과 마주쳤을때 감사를 드리면 늘 말씀하시거든요…


"네 속이 더 타겠지. 힘내라"


불초 아들이 할게 뭐 몇가지나 있겠습니까… 그저 맛있게 먹고 설겆이 해서 반찬통을 비워내는게 제 역할이죠(아 불만 없습니다. 전 좋아하는 반찬이니까요 ㅎㅎㅎ) 그런데.. 그냥 밥한숟가락, 반찬한첨 뜨고나니.. 기분이 좀 미묘합니다…


"아이들이 크면… 아이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나처럼 그리워 하려나?"

"내가 어머님한테… 얼마나 이 반찬을 더 받아먹을 수 있을까…"


어쩌다보니 저도 손맛이 아예 에바는 아니라서.. 어머님이 하시는 음식의 대부분은 할 수 있기는 합니다. 애들한테 제가 해서 한번씩 먹이기도 하고, 소분해서 어머님한테 가져다 드리면 "이제 곧잘 하네.. 앞으로는 해먹어라. 나 귀찮게 하지말고" 라는등의… 뭐 그런 소소한 대화를 나눌만큼… "맛" 만으로 보자면야.. 아쉬울 일은 대략 없겠죠.


작년에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1년이 살짝 넘었습니다. 살가운 아버님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아버님이 문득 생각나면.. 기분이 조금 그런데… (사이가 나뻤던 것도 아니에요… 흔한 한국의 부자관계였을뿐 ㅎㅎ) 그냥… 어머님의 반찬을 못먹을거 같다.. 생각하면 그것도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반찬 맛이야 어케든 되겠지만, 그럼에도… 좀.. 그렇겠죠.. 생각이 날 그 순간에는요…


그냥... 그래서... 혹시 저같은 분도 있을까 싶어서..... 그저.. 다들 저녁 잘 보내고 힘내시라고.. 저도 힘 내볼려고.. 끄적거려 봅니다.. ㅎㅎㅎ

댓글 (23)

  • breakout

    breakout Lv.1

    24.07.05 · 14.♡.9.78

    무심한듯 담담하게 쓰신 글에 콧잔등이 시큰해지네요. 엄마반찬 그립습니다...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breakout 작성자

    24.07.06 · 115.♡.156.11

    혹시 까먹을까봐 적고 자버렸습니다 ㅎㅎㅎ
  • 이만큼괜찮다❤

    이만큼괜찮다❤ Lv.1

    24.07.05 · 58.♡.248.5

    저도 글쓴이님과 같은 생각을 자주해요...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이만큼괜찮다❤ 작성자

    24.07.06 · 115.♡.156.11

    어제 글 쓴다음에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님께 문자 남겨뒀습니다. 아직까지 반응이 없으신걸 보면 그냥 귀찮아서 안보신듯도 싶고 ㅎㅎㅎ
  • 하얀후니

    하얀후니 Lv.1

    24.07.05 · 172.♡.95.33

    이미 모친을 떠나 보낸 분들에겐 좀 아픈 글일수도 있으시겠습니다. 그 분들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힘내십시오.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하얀후니 작성자

    24.07.06 · 115.♡.156.11

    모두에게 평안의 마음이 함께했길 바랍니다..
  • Silvercreek

    Silvercreek Lv.1

    24.07.05 · 118.♡.189.186

    아름답게 살고 계시네요. 파이팅 하자구요.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Silvercreek 작성자

    24.07.06 · 115.♡.156.11

    한때죠 뭐.. 오늘은 또 출근해서 삽푸고 있는데요 뭐 ㅎㅎㅎ
  • Rebirth

    Rebirth Lv.1

    24.07.05 · 116.♡.148.34

    옆에 계셨다면 그냥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Rebirth 작성자

    24.07.06 · 115.♡.156.11

    양치질하고 들어가서 와이프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출근해야되니 언능 차라고..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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