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ba0 (123.♡.39.51)
2024년 7월 12일 AM 01:27 · 수정됨(22:51)
당직날 밤에는 언제나 마음이 센치해지다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되네요.
제가 근무하는 곳 같은 상급종합병원 산과의 산모 수용능력은 근무하는 산과의사의 수나 능력, 분만실 수용능력등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게 신생아집중치료실, 즉 NICU의 병상 수용능력이 제일 우선시됩니다.
병원마다 규모가 조금씩 다르지만 제가 근무하는곳은 인가받은 NICU 병상수가 총 25병상이고, 지금은 27병상에 아기들이 차있습니다. 2명의 병상이 오버해서 들어가있는 셈입니다.
반면에 고위험 산모 치료실은 8병상이지만 4분의 산모만 입원해계십니다. 아니 실제로는 5분이지만 한분은 내일 수술하시고 일반병실로 나가실 분이라 계속 병상을 차지하실분이 4분이시니 편의상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대게는 일선의 분만병원에서 산모의 산전진료중 문제(ex. 조기진통, 조기양막파수, 임신중독증 악화, 태반조기박리, 태아가사등등등)가 발생해서 급박한 상황이 와서 전원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보통 이런상황이 오면 전원 대상 병원에 전화해서 전원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전원 문의 전화를 받으면 우선 소아과에 연락해서 NICU자리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전원 수락여부를 결정합니다.
실질적으로 산모 병실이 없거나 산과인력 부족으로 전원을 못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 저처럼 병원 전체에 산과의사가 저 한명뿐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산과인력은 부족하지 않….(…)
대부분 NICU자리 부족으로 전원 불가를 안내드립니다.
그런데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어느 병원이나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산모전원이 굉장히 힘들어진상황입니다.
서울쪽 몇몇 병원은 아예 외래 진료본적 없는 외부전원은 받지 않는다고 못박은곳들도 있다보니 이전같으면 일단 서울 큰병원으로 갑시다 하시던 분들이 서울 외 지역으로 많이 내려오시다 보니 기존 같으면 여유가 있었을건데 이젠 외래도 수술일정도 꽉꽉 차서 돌아갑니다.
특히 NICU는 본원에서 출산하는 미숙아를 비롯해 NICU 입원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증가하는것도 모자라서 외부에서 전원오는 아기들 수도 늘다보니 병상이 거의 항상 90%이상 차있습니다.
의료대란이 발생하기전 평균 5-60%정도의 병상가동율이 90%이상 유지되고 툭하면 병상이 오버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원문의를 받을때 NICU문제로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 뿐 아니라 근처의 NICU가 있는 병원들도 사정이 매한가지 입니다.
이렇게 되니 일선의 분만병원들이 전원승락을 받기 힘들어지다보니 전원문의를 하지 않고 문제가 있는 산모에게 일단 응급실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합니다.
현재 의료법상 전원문의를 받을땐 접수전이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로 전원을 거절할수 있지만 응급실 접수가 일단 되고 나면 그럴수 없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진행되냐하면….
다행이 그순간 소아과가 받아줄수 있다 해주시면 입원해서 진료가 가능하지만….
소아과가 불가능합니다 하는 순간 그 산모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보내기 위해서 분만실이 마비가 됩니다.
분만실 간호사를 비롯해 모든 인력이 전화기에 매달려 근처에 있는 병원들에 전화를 돌리면서 환자정보를 알려드리고 전원가능여부를 물어보고 답변을 기다리며 2-3시간정도가 허비됩니다.
그렇게 간신히 전원가능 병원이 확인되고 가면되는데….
문제는 그 사이에 산모나 아기의 상태가 악화되면 결국 전원 보낼 틈도 없이 분만이 진행되고 소아과에는 과중한 업무 로딩이 추가되는 셈이 됩니다.
사실 일선 병원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건 아닌데….
전원 문의 넣으면 요즘 상황상 7-80%는 NICU문제로 수용불가 답변이 돌아오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 환자를 응급실로 밀어넣는게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시겠지만….
이게 산모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와서 한참 대기하고 이것저것 검사한다고 1-2시간 훌쩍가고, 또 입원안된다고 다른 병원가야 한다고 알아본다더니 1-2시간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고 쫓겨나다 시피 병원을 옮겨가는데 기분좋을리가 없죠.
안그래도 큰일이라고 빨리 대학병원 가라고 해서 왔는데 해주는건 없고 한참 질질끌다가 딴병원 가라고 쫓아내고…. 돈과 시간은 그대로 허비하고….
다른 병원 가시라고 안내드리는 저희 입장도 참 난감하고 그렇습니다.;ㅅ;
이게 참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상황이 이렇게 된거라 어쩔수 없는건데 말입니다.
어쨌든 오늘도 낮에 그렇게 한분 전원 보내드렸더랬더니 괜히 마음이 그렇네요.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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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미노_
24.07.12 · 1.♡.161.83
전원갈 때 의뢰서 써주고, 미리 전화해주고.. 그게 기본인 줄 알았는데 응급실로 밀어넣는 산부인과가 있다구요?? -
Aameba0
→ 도미노_ 작성자
24.07.12 · 123.♡.39.51
요즘 전원 오시는 산모분들 1/3정도가 그냥 응급실 가라고 했다고 전화 없이 오시는 분들입니다. ㅇㅁㅇ -
도도미노_
→ ameba0
24.07.12 · 1.♡.161.83
와.....어마무시할 정도로 무책임하네요. ㄷㄷㄷ - 볼
볼빨간르누아르
→ 도미노_
24.07.12 · 211.♡.201.234
그냥 데리고 있다가 문제 생기면 산부인과 망하니까요... -
도도미노_
→ 볼빨간르누아르
24.07.12 · 39.♡.240.89
응급실 본연의 기능은 전원 불가한 상태에서 꼼수로 쓰이기 위한 게 아니지 않나요?? 진짜 응급이라면 이해하지만요.. - 볼
볼빨간르누아르
→ 도미노_
24.07.12 · 211.♡.206.54
내가 봐쥴 수는 없고, 받아주는 곳 찾기는 어려우면 달리 방법이 없죠.
자기 환자 저런식으로 타 병원 보내고 싶어 하는 의사는 없어요.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죠. -
오오년삼촌
24.07.12 · 118.♡.36.118
힘내세요.. 그래도 사람 살자고 하는건데.. 건강도 챙기시구요... -
Aameba0
→ 오년삼촌 작성자
24.07.12 · 123.♡.39.51
이미 건강은 뭐...... -
오오년삼촌
→ ameba0
24.07.12 · 118.♡.36.118
그래도 더 늦으면 안되는거... 의사시라면 더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 -
북북극곰
24.07.12 · 211.♡.45.9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824
NICU 오겠다는 의사가 적군요...
소청과 희망이 적은데다 세부전공은 더 적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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