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알약 (39.♡.33.126)
2024년 7월 13일 AM 02:50 · 수정됨(09:36)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시작하죠. 정말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명료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백 명이 있으면 백 개의 사랑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 만큼 각양각색의 사랑의 정의가 내려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의미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식의 틀(링크)’ 위에서 표현하자면 모든 것과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과도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라서 본질(정체성)을 가질 수 없으니까요.
추상적 개념이란 스케치북 위에 크레파스로 그린 동그라미와 유사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선이 동그라미의 안과 밖을 분명히 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갈 수록 선에는 숭숭 뚫린 구멍이 보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안과 밖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이 선조차 없다면 추상적 개념은 정의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 ‘개념의 경계선’의 실질적 효용은 개념의 엄밀한 정의를 내릴 때가 아니라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있습니다. 어떤 말과 행동을 보고 저것이 사랑이냐? 물었을 때 이다/아니다로 답을 할 수 있는 준거틀이 된다는 것이죠.
사분면을 가지는 수직좌표계를 그려보죠. 여기에 2사분면에서 시작해서 1사분면을 통과하여 4사분면을 통과하는 임의의 선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사분면 위에 주어지면 우리는 그 점이 임의의 선보다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임의의 선을 ‘개념의 경계선’이라고 볼 수 있고, 어떤 점을 특정한 언행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어떤 점이 선 위에 있다면 사랑이다, 선 아래에 있다면 사랑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임의의 점이 특정한 언행, 말과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좌표평면 위의 어떤 점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축의 이름을 각각 말, 행동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겁니다. 가로축을 말, 세로축을 행동이라고 정해보죠. 양의 방향으로 갈 수록 긍정적이고, 음의 방향으로 갈 수록 부정적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사분면 위의 어떤 점은 말이 얼마나 긍정적이냐와 행동이 얼마나 긍정적이냐에 따라 하나의 위치를 가지게 됩니다. 언행이라는 두 요소를 합쳤을 때 사랑인 경우를 붉은 색의 점으로 사랑으로 볼 수 없는 경우를 검은 색의 점으로 표시하면 사분면은 붉은 점과 검은 점으로 양분될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볼 때 말보다는 행동을 보라는 말을 합니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기 때문이죠. 즉 말보다 행동에 가중치를 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말은 그 의미가 미묘하기 때문에 2배로 확대해서 바라본다면 행동은 말보다는 가중치가 크게 3정도의 가중치를 두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제 사분면 위의 점은 (2말, 3행동)이라는 위치값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두 구역을 가로지르는 선을 그어보죠. 이 선은 판단의 기준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기준선의 위치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위치로 치우침(편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선의 이름은 기준이라기 보다는 편향(bias, 바이어스)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사랑이라는 선은 b(바이어스)라는 이름으로 좌표평면에 위치할 수 있습니다.
이제 특정한 언행이 사랑이냐 묻는다면 2말+3행동이 b보다 큰가(위인가) 작은가(아래인가)를 판단해보면 됩니다.
2말+3행동 ≤ b 이면 사랑이 아니고
2말+3행동 > b 이면 사랑이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2와 3은 설명을 편하게 하려고 임의로 정한 가중치(w)이므로 기호로 대체하고, 편향(b)을 이항시켜보죠. 이다는 1로, 아니다는 0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아래처럼 간단히 표현할 수 있죠.
w1말+w2행동-b ≤ 0 이면 사랑 = 0
w1말+w2행동-b > 0 이면 사랑 = 1
좀 더 수학적 표현법으로 간단히 하면 아래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랑 = { 0 if w1말+w2행동-b ≤ 0 }
사랑 = { 1 if w1말+w2행동-b > 0 }
판단기준으로써의임의의선(편향)이인식의틀을구성하는가로줄과세로줄이라할수있는것이죠.
설명을 하다보니 너무 깊이 들어와버렸나, 설명은 적절했나 약간 걱정이 됩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항상 설명이 미달이기 때문입니다. 피드백 주세요.. 끙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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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IUㅡ
24.07.13 · 180.♡.210.196
- 푸
푸른알약
→ ㅡIUㅡ 작성자
24.07.13 · 39.♡.33.12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념의 경계선이란 편향의 문과적 표현이고 학습기간 동안 파라미터(가중치, w)는 미세조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언어모델의 경우에 가중치가 실시간으로 변하지는 않는데, 이 점이 인공지능이 인간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온디바이스 모델이나 사용자에게 맞춰지는 개인화 모델에서는 실시간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실시간 미세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무엇’을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요. 현 단계의 인공지능에서는 노이즈라고 취급되어 학습에 적용되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 -
LLofiBeats
24.07.13 · 182.♡.84.30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b는 어떻게 결정할수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로봇이 아닙니다 검사때 그림을 선택하는게 b를 결정하는 과정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맞나요?^^;; 이쪽분야는 문외한인데 관심이 가네요 - 푸
푸른알약
→ LofiBeats 작성자
24.07.13 · 39.♡.33.126
시리즈글의 뒤에 나올 내용입니다만 w, b를 찾아가는 과정이 학습이고, 그림을 선택하는 것은 그 그림이 선의 위/아래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
엔엔뜨
24.07.13 · 61.♡.8.71
글 흥미있게 잘 읽었어요.
사랑이란 게 객관화할 수가 없는 개인적인 지표가 항상 생기기 때문에 사랑 자체가 변수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과, 사랑의 공식이 아닌 행동의 공식을 구하면 사랑에 대해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통하는 일반적인 개념은 있지만) 하는 생각과, 그러면 행동 또한 개인적인 변수가 엄청 많을 텐데 하며 여러 꼬리가 생기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재미있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푸
푸른알약
→ 엔뜨 작성자
24.07.13 · 39.♡.33.126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거리가 되었다니 보람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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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생각난게.
우리는 사랑을 할때 한번씩 사랑을 확인합니다.
우리 마음은 늘 한결같지는 않아서 매순간 다르죠.
어느순간은 사랑이 확실하고
어느순간은 아닌상황이기도 하고
글에서 언급하신 경계선을 오갑니다.
이때 사랑의 확인검증?이 들어왔을때
매번 그 사랑의 대답을 모으면
과연 평균적으로 사랑이 클까 아닌게 클까요.
어떤이는 무의식적으로 사랑이라 믿고
사랑한다 대답하는 빈도가 많을 수도 있고
어떤이는 솔직하게 답을하다보면
사랑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순간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모호할 수 있지요.
마치 행복하냐 물어봤을때 우린
매순간 행복하다 할순 없듯이.
과연 사랑의 정의와는 별개로
사랑에 대한 마음은 무엇인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