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주의자와 피로스
포도포도왕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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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5일 AM 10:46 · 수정됨(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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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인터넷에서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고, 대놓고 돈을 위해 산다는 사람이 싫다는 글을 읽었는데영. 그 글을 보니 갑자기 피로스와 키네아스의 일화가 떠오르더라구영.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가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 타렌툼의 요청으로 로마와 전쟁을 벌일 준비를 할 때, 에페이로스의 웅변가 키네아스와 대화를 나눴다고 하졍. 돋을새김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 개정판 전자책에서 발췌한 그 대화는 아래와 같습니당.

…키네아스는 이탈리아 원정 준비로 바쁜 피로스를 찾아왔다.

“전하, 로마는 대단히 호전적인 나라라고 합니다. 만약 그런 나라를 물리칠 수 있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물을 필요도 없는 말이 아닌가. 로마를 정복하게 된다면 그리스인이건, 다른 야만인들이건 우리에게 저항할 수 있는 나라는 더 이상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탈리아는 우리의 차지가 되는 것이지.”

피로스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키네아스는 잠시 후 다시 물었다.

“그럼 이탈리아를 정복하신 다음에는 무엇을 하시렵니까?”

피로스는 키네아스가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

“이탈리아 옆에는 아주 부유한 시칠리아가 있지 않은가? 그곳은 지금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으니 손에 넣기에 수월하지 않겠는가?”

“그렇지요. 그럼 시칠리아를 정복한 다음에는?”

“인간에게 승리를 안겨 주는 것은 오직 신만이 하시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더 큰 정복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그러니 계속해서 카르타고와 리비아도 정복해야겠지. 이 나라들을 모두 정복한다면 우리에게 덤빌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오.”

“그렇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전체를 지배하시게 되겠지요. 그러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시렵니까?”

피로스는 크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야, 편안히 쉬면서 날마다 즐거운 이야기나 나누지 뭐…….”

그러자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온 키네아스는 말했다.

“전하는 지금도 편안히 쉬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습니다. 아무런 노력과 고통 그리고 위험 없이도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고생을 하시려고 합니까?”

대화를 통해 키네아스는 피로스에게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는 만들어 주었지만 그의 정복욕을 버리게 하지는 못했다.

저는 정복에 정복으로 이어지는 피로스의 대답처럼 배금주의자에게 돈도 그러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영. 피로스가 세계 정복 후 쉬겠다는 말을 한 바와 같이, 배금주의자도 세계의 모든 돈을 가진 후에나 화폐로 환산되기 이전 사물의 가치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반추하겠다고 할 테니, 평생 반추하는 건 음식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영.

하지만, 이런 제 단견은 편벽한 것입니당. 피로스에게 행복이란 정복 후 그 끝에 감미롭게 찾아오는 휴식이 아니라 정복 그 자체에 있었을 수도 있고, 배금주의자에게도 돈을 숭배하고 모으는 행위 자체가 자아 실현일 수도 있으니까영. 저는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신의 에세이 『피로스와 키네아스』에서 그 일화를 그렇게 해석했다고 하더군영. 그래서 피로스의 정복을 이해하지 못하는 키네아스가 어리석은 거라구영.

여하튼 나중에 보부아르의 『피로스와 키네아스』나 찾아 읽어 봐야겠네영.

댓글 (2)

  • 시레비펜

    시레비펜 Lv.1

    24.07.15 · 220.♡.207.14

    피로스는 되게 피로한가 봐요


    촤하하 ㅠ
  • 포도포도왕포도

    포도포도왕포도 Lv.1 → 시레비펜 작성자

    24.07.15 · 208.♡.104.184

    평생 전쟁만 했으니 피로스도 한 피로했을 겁니당... 괜히 이름이 피로스가 아닌 법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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