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89.♡.101.20)
2024년 7월 16일 AM 08:39 · 수정됨(18:31)
서발턴이라고 합니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처음 개념을 내고 여러 학자들이 탐구하며 정립한 것입니다.
굳이 번역하면 하층민 쯤 되나 좀 더 복잡한 개념으로….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인간의 사회는 세상과 역사, 기록까지 주도하는 지배층…
그리고 힘도 없고 소외되고 역사나 기록에도 실리지 않는 하류층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쪽방촌 강제 철거가 일어난다고 치면…
언론과 뉴스 등은 쪽방촌 철거와 화려한 재개발을 지시한 정치인과 자본가를 주목하고, 역사에도 그들이 쪽방촌을 없애려 했다고 기록될 뿐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철거당하는 쪽방촌 사람들 중 항거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돈 벌어야 하지만 할줄 아는 건 폭력밖에 모르기에 용역깡패로 동원되는 사람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역사 기록에서 배재하면 역사의 흐름은 그저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vs. 무지하고 게몽해야 될 하층민으로만 역사적인 프레임이 형성되고…
그래서 앞선 예를 다시 들고와서, 이런 사정을 다 보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저 더러운 쪽방촌을 없애려 하는데 가난하고 못배워먹은 하층민이 저항한다 이런 생각밖에 못하고 사건의 본질, 즉 이런 쪽방촌이 생긴 이유와 사람들이 몰려든 이유, 용역깡패와 같은 비정상적인 조직이 번성하는 이유와 그 배후, 그리고 국가의 폭력 등을 보지 못합니다.
그렇게 강자들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주입당하고, 약자는 완전히 소외당해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 역사학계에서는 이런 사람들까지 살펴봄으로서 역자는 단순히 승자의 기록이란 명제를 께려고 하죠. 그리고 더 다면적인 역사와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주제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란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댓글 (9)
- 1
19금
24.07.16 · 112.♡.203.217
스펠링이 subaltern이군요. -
Mmtrz
24.07.16 · 104.♡.148.255
짤이 너무 강력해서 글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ㄷㄷ
지난 역사는 대개 권력을 쥔 자들이 서술한 것이라 연구하고 분석할 만한 소재가 있을까 싶네요.
자연계로 생각하면 흙 속의 미생물과 나는 절대 무관하지 않죠. 그런 면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또 당연하게 무시되고 외면된 진실일 수 있겠군요. -
EEnlightened
→ mtrz
24.07.16 · 118.♡.144.30
삼국사기는 삼국 시기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가장 기초 자료입니다. 이것은 문화적 헤게모니(개념과 담론을 만들어 내는 지적 엘리트들의 힘 혹은 권력을 의미)를 쥐고 있는 있는 자들이 그 시대를 바라본 사례입니다.
삼국유사는 책명에서 보듯 사기가 신뢰하지 못해 미처 포함시키지 않고 남겨 놓은 것들에서 시작합니다. 이것은 불교 승려였던 일연이라고 알려진 자가 민간에 떠도는 그 시대에 관한 신화, 설화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설화나 전설 같은 구비 전승 문학은 문화적 헤게모니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애용하는 자신들의 스토리텔링 기법입니다. 설화, 신화, 전설도 결국 문화적 엘리트들의 담론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의 파괴성과 전복성에 집중하여 엘리트 담론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EEnlightened
24.07.16 · 118.♡.144.30
혹시나 더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봐 쓸데없이 덧붙이면: 그람치는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혹은 피억압자의 의미로 서발턴 개념을 사용했는데, 코미님이 지적하는 이후의 서발턴은 가야트리 스피박이라는 탈식민주의 이론가가 탈식민주의라는 렌즈를 통해 좀 더 다듬은 것으로 그녀의 서발턴은 그람치처럼 일반적인 피억압자나 노동자 계급이 아니라 문화적인 헤게모니를 가지지 못해서 스스로를 스스로의 언어와 담론으로 해명할 수 없는 사람들 집단으로 재규정했습니다. 스피박은 초기에 서발턴의 자기표명성에 대해서 회의적이었고 지금도 그러한데, 최근 탈식민주의계 지식인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예를 들어 70-80년대 지배 계급의 주류 문화적 언어에 대항해 대안적인 문화, 민중 문화(노래, 역사, 민화 등)라는 것을 스스로 발전시킨 것이 서발턴의 자기표명성을 가지는 사례의 하나로 생각합니다. -
코코미
→ Enlightened 작성자
24.07.16 · 89.♡.101.20
생각해보니 너무 예시를 그람시의 프롤레타리아 담론에 치우쳤는데, 계몽님이 말씀하신 것도 추가하면 더 완벽하게 서발턴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
원원조음냐리
24.07.16 · 129.♡.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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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icards
24.07.16 · 218.♡.6.125
이미 아날학파 미시사가 그런 관점에 주목했죠.
라뒤리 몽타이유 읽어보면 그렇게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민초들의 역사를 정교하게 재구성해 내고 있습니다. -
코코미
→ Picards 작성자
24.07.16 · 89.♡.101.20
학부시절 리포트 쓴다고 마르텡 게르의 귀환과 치즈와 구더기를 읽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충격을 받았죠. -
Hhumanitas
24.07.16 · 78.♡.45.236
서발턴이란 용어를 가지고 이야기하려는 것, 그 내용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는 소장학자들에 의해 80년대말 90년대에 꽤 논의되기도 했고요, 미국은 이미 그 전에 하나의 연구 방법으로 자기 매김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90년대 중반 이후로 오면서, 다른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이고 개혁적인 것이 그러했던 것처럼, 역사 연구가 보수화되었던 것일까요?
잠시 서발턴 관련 글 급하게 찾아 읽어 보니... 관련되어 나오는 학문적 주장과 인근 학문에서 받은 방법론적 영향 등등에서도 80년대 말, 90년대에 나왔던 이야기도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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