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거 먹고 잠시 기절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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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매운맛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신기한 것은 매운맛을 느끼지 못해도 다음날 화장실에서는 똑같이 불편함을 느낍니다 ㅎ
매운맛을 못느끼니 요리할때 더더더맵게, 그리고 더 고통스럽게 다음날을 맞이하는 악순환
2) 오늘 중국음식점 맛집이 있다길래 호기롭게 삼선고추짬뽕을 시켰습니다.
생각보다 국물이 "씨뻘겋고" 중국고추?로 보이는 고추가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탐색전으로 일단 고추를 하나 배어물어봤습니다.
'아 메뉴선정 실패인가' 청양고추보다 매웠습니다. 아무리 매워도 하지 않던 딸꾹질까지 나더군요
이미 시킨 메뉴 되돌릴 수 없기에 계속 먹었습니다. 국물이 얼큰하긴 하지만 맛집? 그정돈가 싶었습니다.
면발에 국물이 배이지 않아 면발따로 국물따로, 맛없지는 않는데 풍성한 척하려고 국물에 전분을 너무 넣어 약간 질퍽한 느낌.
식도락가가 아니면 맛있다고 착각할 그정도의 짬뽕이었습니다.
3) 문제는 다 먹고 난 후 였습니다. 전쟁영화에서 주변에 폭탄이 터지면 잠시 귀가 먹먹해지고 흐릿해지며 현실인지력이 떨어지는 그 느낌
'아 뭔가 잘못됐는데. 입에 손가락 넣어 개워내야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계산하는 지인 옆에 서있다가 바깥공기 쐬려고 얼른 가게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와보니 공기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 이상한데, 빨리 누워야 겠는데'해서 차뒷좌석으로 갔는데 차문이 안열렸습니다. 차주가 이쑤시느라 차문을 안열고 있었습니다... (이때 살짝 절망함)
'아 누워야 하는데…' 하는 순간,
온세상이 검어졌습니다.
저를 부르는 소리에 깨어보니 세상 편안하게 새우잠포즈로 도로 갓길 인도쪽에 누워 있더군요. 동행중에 요양보호사가 있어 일부러 5~10초 정도 지켜보고 천천히 깨웠답니다.
다행이 아직 젊고 유연해서 픽쓰러지지 않고 스르륵 쓰러진것 같습니다. 기절하기 전에 누워야 겠다고 생각해서 스르륵 누웠나 싶기도 합니다. 멍이나 긁힌 자국이 없네요.
이후 하수도 구멍에 구토 2세트 시원하게 하니 괜찮아졌습니다.
느낀점
- 기절하기 전엔 전조증상이 있다 & 30초 정도의 여유시간, 평지를 찾아 미리 누워있자.ㅎ
- 의식을 잃는 순간, 온 세상이 검어진다. 죽을때도 마찬가지 일까
- 인생 독고다이는 ㄴㄴ 항상 전우조와 함께하자. 1차적 욕구인 생존을 위해서도 인관관계가 필요하구나
tv에서나 픽픽 쓰러지지 살면서 기절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아무튼 신기한 경험을 해서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하네요.
앞으론 지나차게 매운것은 멀리하는 걸로...
아달린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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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양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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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feinDev님의 댓글
그집은 맛집이라고 소문이난게 이상한 음식품질이군요
아달린님의 댓글의 댓글
세상여행님의 댓글
점점 음식들이 자극적으로 변하는 게 세상이 극단으로 가는 것과 닮아가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아달린님의 댓글의 댓글
세상여행님의 댓글의 댓글
이번에 큰 경험하셨으니 앞으로 적어도 20년간은 탈없이 지내실 겁니다.
humanitas님의 댓글
너무 괴랄하게 매운 음식을 드셔서 갑자기 큰 자극이 되었거나 일시적 혈액순환을 겪어 일어난 일이라면,
원인이 명확하고 외부적인 것이니...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진료 한 번 받아 보시고, 몸도 잘 챙기시기를...
아달린님의 댓글의 댓글
평생 한번 겪고도 두려워지는데 비슷한 증상이 있으시다니 걱정이 됩니다. 잘 관리하셔서 건강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왕대포님의 댓글
점점 얼얼하다는 느낌이 커지더니 불안한 느낌이 엄습하고 30여 초 지난 즈음부터는 딸꾹질을 시작하더니 땀이 줄줄 흐르고 혀가 뭔가에 맞아 떨어진 것처럼 둔탁한 통증과 함께 감각이 상실되더니 콧물 눈물 줄줄 쏟아져나오고 하늘이 노래져서 미친듯이 생수를 들이키다가 결국 수도에 입을 박은 채로 꽉 붙잡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10여 분 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발광을 했는데 옆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지켜본 아내와 딸을 보고 웃음이 나오더군요. 결국 눈이 충혈되고 실핏줄까지 터졌었습니다. 그때 그 기억때문에 지금도 짬뽕이나 수타면에 들어있는 그 고추부터 무조건 건져내고 먹습니다.
크리안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