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채무(?) 상환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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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살려주세요 122.♡.54.73
작성일 2024.07.22 17:17
5,54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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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내용]


안녕하세요.
교보문고에 오면 늘 책 향기가나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책 향기가 마음을 가라 앉히기는 커녕 오히려 마음은 두근거리게 하네요.


사실 저는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
모든 잘못은 바로 잡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15년여전 고등학생 시절, 저는 이곳 교보문고(광화문)에 꽤나 자주 왔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려는 의도로 왔지만 이내 내것이 아닌 책과 각종 학용품류에 손을 댔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하고 반복하던 중 직원에게 팍 걸려 마지막 훔치려던 책들을 아버지께서 지불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빛이 있단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 도둑질을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책들과 학용품. 그것이 기억 났습니다.


가족과 아이들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 하고 싶은데 잘못은 이해해줄 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 잡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 없이 부끄러운 것 같았습니다.


너무 늦은감이 없잖아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교보문고에 신세졌던 만큼 돕고 배우며 용서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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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창업주 故 신용호 회장이 세운 영업지침 다섯가지



1.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 쓸 것.

2.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 것.

3. 책을 이것저것 빼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4.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5. 책을 훔쳐가더라도 도둑 취급하며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댓글 15 / 1 페이지

metalkid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talkid (14.♡.221.158)
작성일 07.22 17:22
창업자분과 갚는 분 모두...

눈팅이취미님의 댓글

작성자 눈팅이취미 (182.♡.218.38)
작성일 07.22 17:25
이런 훈훈함 너무 좋아요..

클라시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클라시커 (128.♡.92.248)
작성일 07.22 17:31
교보문고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금산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진작부터 지주회사로 전환되었어야 할 회사인데, 금융지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보문고이고
공정위에서도 금융자본인 교보생명이, 산업회사에 해당하는 교보문고를 영위하고 있음에도
교보문고 매각을 종용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예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반디도 나가 떨어지는 마당에, 교보만한 덩치를 대체 누가 사가겠습니까...)

신용호 회장 일화나, 후계구도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 일화가 떠오릅니다 ㅎㅎㅎㅎㅎ
요즘에 교보생명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때쯤이면, 주주 중에서 교보문고에 대한 볼멘소리가 제법 나온다고 하던데
워낙 창업주의 의지가 강했던 사업 영역이고, 아들인 신창재 씨도 선친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아직까진 어째저째 계속되고 있긴 하다고 하더군요.

+) 덧붙이자면,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진행중이긴 합니다. 어피너티 등과의 협상이 잘 안되고 있긴한데...

젤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젤리 (106.♡.195.124)
작성일 07.22 18:58
@클라시커님에게 답글 교보문고와 관련한 금산법과 금융지주 설립에는 관계없습니다. 이미 예외 적용 해석을 정부에서 오래전에 했기 때문에 쟁점이 아닙니다.
교보문고 신창재 회장 과 FI,PE 들과의 지분 때문에 안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제일 적절합니다.

클라시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클라시커 (128.♡.92.248)
작성일 07.22 19:01
@젤리님에게 답글 예, 금산법 생기기 전에 설립한 거라 상관없다고 유권해석을 한거로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23년 쯤에 교보 쪽에서 다시 지주회사 전환 추진할때 이 의제가 등장하면서, 당시에 신창재 회장이 사재로 교보문고를 사냐마냐 이야기가 있었던거 같은데 요즘에는 말없이 24년에도 지주사 추진하는게 생명 과제라는 이야기가 있는거 보면 말씀하신대로 더 이상 문제가 안되고 있는게 맞겠네요.

저도 좀 업데이트 해야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샤프슈터님의 댓글

작성자 샤프슈터 (106.♡.131.218)
작성일 07.22 17:33
왜이리 눈물 날까요..

Jedi님의 댓글

작성자 Jedi (211.♡.195.13)
작성일 07.22 17:35
저 봉투에 저 금액이 들어가는 마술이라굽쇼? 완존 T
5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DUNHILL님의 댓글

작성자 DUNHILL (118.♡.3.150)
작성일 07.22 17:39

버미파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버미파더 (86.♡.70.19)
작성일 07.22 17:42
진정한 회개란 이런 거죠.
이런 분의 영혼이 구원을 받는 겁니다.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게 아니라요.
2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뚜루루님의 댓글

작성자 뚜루루 (39.♡.58.112)
작성일 07.22 17:53
저렇게 뉘우치며 살아야 하는데요. 교보문고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이는 아니고 한 달에 한 권 정도 사는데 교보문고에서 사는 나 칭찬합니다. ㅋㅋ

sunandmoon님의 댓글

작성자 sunandmoon (180.♡.191.33)
작성일 07.22 20:48

르미에르님의 댓글

작성자 르미에르 (218.♡.134.60)
작성일 07.22 21:07
좋은글 감사합니다.
반듯이 -> 반드시
이 오타는 수정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plaintext님의 댓글

작성자 plaintext (119.♡.120.4)
작성일 07.22 21:52
감동 파괴해서 웃기긴 한데요.
교보문고의 저런 원칙을 볼때마다 제가 어이가 없는 건
하필 운이 없는 직원을 만나서였겠죠?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 교보문고 나들이를 가며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매장을 나오던 찰나였습니다.

그때 그 봉지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종로와 광화문을 돌아 다니다가 구매했던 무언가였을거에요.

그런데 어떤 교보 문고 직원이 저희를 엄청 불쾌하게 잡아 채더군요.
그러더니 냉큼 비닐봉지를 내놓으라고 재촉하더니
그냥 팍 잡아채서 비닐봉지 내용물을 마구잡이로 확인하더군요.

훔치는 건 딱히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항의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던 나이였을까?
한참을 불쾌한 기분으로 지내왔고 여전히 교보문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것 하나가 되었네요.

교보문고의 역사와 철학이 어떤지는 잘 알겠지만
저와 같은 경험이 어디 저 뿐일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당시 그 직원이 저희가 잘못한게 없음을 알게 되었으면
최소한 "학생 미안해요" 라는 말 한마디를 하는게 어려웠을 까요?
마구 풀어헤친 저의 비닐봉투를 그냥 두고 사라지더군요.

아직도 미스테리 하지만, 제가 굳이 기업 따위에게
넓은 아량과 이해심을 발휘할 이유도 없는거 같고 말이죠.

보통 이런 내용 보면 그때 생각이 떠올라서 불쾌해도
이내 귀찮아서 헛 웃음 지으며 지나치긴 하지만
오늘은 다시 한번 그때의 경험을 글로 남겨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피키대디님의 댓글

작성자 피키대디 (211.♡.169.67)
작성일 07.23 01: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네모아범님의 댓글

작성자 네모아범 (218.♡.35.6)
작성일 07.2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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