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움큐빅 (218.♡.164.150)
2024년 7월 23일 PM 12:31 · 수정됨(17:41)
우리 다모앙 지도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업체가 있어서, 생각난 김에 짧지 않은 음식의 역사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해 봅니다.
안동국시 이야기인데, 안동국시는 경상도 사람들이 국수를 국시로 발음하는, 사투리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은,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들며, 국수는 봉투에 넣어서 팔고, 국시는 봉지에 넣어서 팔고...그런 농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지만, 1980년대까지 대기업의 안동지점에서 여러 해 근무를 해서, 안동의 풍습과 음식에 대하여 좀 아는 편입니다.
특히 안동국시를 좋아해서, 꽤 많이 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안동시와 안동군이 1995년에 통합이 되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안동 시내에 안동시청과 안동군청이 서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안동국시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지금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 '안동국시'를 상호로 내 걸고 영업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음식을 다 찾아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정통의 전통적인 안동국시의 본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지역 적응화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제 나름대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름대로 전통적 방법으로 조리 하여 제공한다고 하다가, 불같은 인기를 소화기 만난 불처럼 꺼트려 먹은, '안동찜닭'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 조리를, 고객이 주문 후 최소 30분 이상 기다리게 하는 것을, 전통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업체의 인식이, 스스로를 자멸케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현지화의 실패 사례 같아서 입니다.
요즘 '안동국시'를 검색해서 보니, 그 국시가 다양한 모습으로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전통적 '안동국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그게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란, 언제나 시대와 함께 변화되어 가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입니다.
그 옛날의 안동국시가 칼국수 계열이었지만, 지금은 소면 계열로 바뀌었다 해도 당황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안동에서는 예전의 방식대로 제공하는 식당이 존재하고 있고, 지금도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으며, 그 맛을 지금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에, 변형된 '안동국시'를, 전통 방식으로 착각하시지 않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로써 전해 드리는 것입니다.
원래 전통 방식의 '안동국시'는, 국수의 한 종류 만을 가리키는게 아니라, 그 차림새 방식까지 포함한 것입니다.
제가 그때까지 먹어 본 안동국시는, 전통 방식에 의해 홍두깨로 손수 밀어서 만든 칼국수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안동국시의 제면 방식이 밀가루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반드시 콩가루를 혼합하여 반죽을 한 것으로 제면을 하는데, 콩가루와 혼합하여 만든 국수는 고소한 맛이 두드러지며, 이러한 제면 방식은 안동을 중심으로, 봉화, 영양과 청송 등의 도시에서도 그렇게 제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동국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핵심이, 콩가루를 혼합한 제면 방식입니다.
1980년대 초반, 안동 군청 옆에 선미식당이라는 조그마한 국수집이 있었는데, 주변에 국수집이 꽤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언제나 만원사례였습니다.
왜냐하면 담 하나를 두고 군청과 마주하고 있었고, 이 집의 국수 맛을 아는 손님들은 언제나 많았기 때문에, 요즘말로 하면 늘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도저히 들어 갈 자리가 없었고, 그 식당에서는 내실마저 손님 맞이로 사용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그 식당은 안동국시를 전통적 방법에 의하여, 직접 홍두깨를 이용하여 만들었고, 그 맛도 뛰어 났지만 차림상 또한 큰 식당에서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정갈하고 맛있게 차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배부르게!
국수를 삶을 때는, 반드시 배추를 함께 넣고 끓입니다.
그래서, 국시에 배추가 함께 섞여서 나옵니다.
안동국시는, 그렇게 국수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맨 처음에는 에피타이저 격으로, 메인(국시)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음식이 있습니다.
고슬고슬한 노란 조밥이 반 공기쯤, 쌈과 함께(여기서 쌈이란, 상추가 위주로 된 그런 게 아니라, 배추가 메인이 되고, 미나리나 쑥갓이나, 허브류의 채소로 구성됩니다.) 나옵니다.
요즘 안동국시라고 칭하는 것들에서는 보기 힘든, 정통 안동국시의 차림상입니다.
그 조밥을 쌈을 싸서 먹으면, 일단 허기를 달랠 수는 있지만, 조금 모자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면, 그제서야 본식인 안동국시가 큰 대접에 푸짐하게 나오는데, 저는 국수류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안동국시를 먹어보고는 정말 반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조밥 쌈과 국시를 먹으면, 젊은 장정이라도 배가 부릅니다.
물론, 사이드 메뉴도 있었습니다.
파전도 있었고, 다른 부침개 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다른 메뉴를 먹어 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조밥 쌈에 국시까지 먹고 나면, 배에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남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쯔양이 간다 해도, 5세트 먹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만큼 1인분의 양이 푸짐하고, 정갈하고, 무엇보다 맛있었습니다.
지금도 서울의 어느 곳 인가의 안동국시집 에서는,
이러한 정통 안동국시 메뉴 그대로 제공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딘지 저도 잘 모르지만, 한 번 꼭 찾아가 볼 예정입니다.
아마 옛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지금도 기대되는 음식입니다.
안동은 원래 국수로는, 두 가지 국수가 유명한 곳입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정통 칼국수 계열의 '안동국시'와, 소면을 재료로 사용하여 만든 '건진국수'입니다.
'안동국시'도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자극스럽지 않고 편안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안동국시를 드실 일이 생겼는데, 국시가 나오기 전에 조밥을 주는 곳이 있다면, 그 업체가 다른 곳보다 전통적 안동국시의 원형에 더 가까운 업체임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무언가 특별한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실제로 체험해 본 '안동국시'의 뿌리를 찾아 본 이야기였습니다.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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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이너스아이
24.07.23 · 183.♡.9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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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움큐빅
→ 마이너스아이 작성자
24.07.23 · 218.♡.164.150
경상도 음식은, 거의가 거기서 거기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전라도에 가서 음식상을 받고, 곧바로 쌍욕이 튀어 나왔습니다.
음식이 맛없거나, 식당이 불친절하거나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경상도 음식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습니다.~~ㅋㅋㅋ
역시 남도는, 예술입니다. 사람이던 음식이던... -
44balls
24.07.23 · 118.♡.10.74
안동국시라고는 소호정이 유일한 경험인데 너무 다르군요 ㅎㅎ -
라라움큐빅
→ 4balls 작성자
24.07.23 · 218.♡.164.150
가장 맛있는 식당, 가장 좋은 식당, 가장 저렴한 식당.....그런 식당은, 언제나 우리 동네에는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
고고스트스테이션
24.07.23 · 122.♡.139.159
전통 방식의 '안동국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프랜차이즈 '안동국시'는 정말 좋아합니다. 원래 면을 좋아하고 사골국물이 진하고 걸죽해서 한그릇 다 먹고 나면 보양 음식 먹은 거 같이 든든합니다. 같이 먹는 부추(정구지) 겉절이도 정말 맛있고요. 아... 못 참겠습니다. 안동국시 먹으로 갑니다~~ -
라라움큐빅
→ 고스트스테이션 작성자
24.07.23 · 218.♡.164.150
자기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 최고의 음식입니다. 맛있는 음식 찾으러 가신다니 부럽습니다. -
오오비완괴노인
24.07.23 · 220.♡.145.17
개인적인 조건을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걸죽한 쇠고기 국물이 아닌 멸치 다신 육수를 사용하고 살짝 데친 조선배추잎이 곁들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
라라움큐빅
→ 오비완괴노인 작성자
24.07.23 · 218.♡.164.150
맞습니다. 경상도 칼국수는, 집에서 끓여도 배추가 꼭 들어 가더군요. -
중중경삼림
24.07.23 · 14.♡.109.30
이런 정성 어린 글은 강좌/팁 게시판에도 같이 올려주세요!! 자게에 있으면 글이 밀려서 많은 분들이 보기 힘들어지니 ㅠ -
FFirstRain
24.07.23 · 125.♡.100.114
선미식당의 칼조밥이 요즘 팔리는 안동손국수의 원조라고 할 수 있죠.
안동 갈때 마다 칼국수집 여러 곳 찾아가 보는데 아직 선미식당 만큼 하는 집을 못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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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경상도 사람 이었지만 참으로 경북은 가보질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