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이하여 소설 하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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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26 39.♡.223.199
작성일 2024.08.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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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의 "격정시대"입니다.

주인공은 원산의 가난한 어부의 개구장이 아들로, 먼 친척 아주머니 댁으로 양자 비슷하게 간 덕에 경성의 보성고보에 "뒷문"으로 입학하지만, 원산 시절에 겪은 원산총파업, 학교 선배들의 학생운동, 결정적으로 윤봉길 의사의 의거에 감격해서, 항일운동에 가담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찾아 상해로 대책없이 떠납니다.

그러나 임정은 이미 일제의 압박에 상해를 떠나 남경으로 옮긴 후였고, 우연히 의열단원들과 만나 의열단 및 김원봉 주도의 민족혁명당(작중에는 우리 당이라고만 나오지 민족혁명당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에 가담하고, 당의 지시로 주인공을 비롯한 동료 항일운동가들은 장개석이 교장으로 있던 남경의 황포군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는 조선의용대의 일원으로, 그리고 조선의용군의 일원으로 팔로군과 함께 전투를 벌이던 중 태항산에서 일본군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소설은 거의 자전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작가 자신이 원산 출신이며 윤봉길 의사의 의거에 감명 받아 중국으로 망명하고 조선의용군이 되는 것까지 거의 비슷한 길을 가지만, 현실에서의 작가는 태항산 전투 중에 다리에 총상을 입고 일본군에 체포되어, 나가사키 형무소에 수감됩니다. 수감 중에 전향을 거부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다리를 절단하여 평생을 목발에 의지하게 됩니다.

광복 후 서울에 돌아오지만, 미군정 치하에서 견디지 못하고 북으로 가고, 북에서는 또 김일성 정권에 실망하여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서도 민족주의 우파로 핍박을 받고, 문화혁명 때는 10년 간 수감되고 이후에도 강제노동에 시달립니다.

이런 삶을 살았다면, 소설은 현실의 삶을 반영해서 좌절하거나 아니면 그저 비장함 하나로 버티는 비극적인 분위기 일변도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소설은 언제나 낙관적이고 심지어 유머가 넘칩니다.

대다수 우리가 아는 항일무장투쟁은 임시정부와 광복군, 또는 북한에서 주장하는 만주지역의 김일성 동북항일연군만을 떠올리지만, 1940년대 가장 치열하게 일본과 무장투쟁을 벌인 것은 조선의용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좌익성향 때문에 남으로부터 배척되고, 북에서는 또 김일성의 만주지역 항일투쟁만을 부각할 뿐 철저히 숙청당하고 부정되었지만, 그리고 또 6.25에는 북한군/중공군의 일원으로 참전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에겐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해방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일본과 싸웠다는 점에서 그들을 잊어버리거나 그들의 투쟁을 무시하면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 있습니다.

오래 전 실천문학에서 3부작으로 나온 책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몇 년 전 김학철문학전집이 나오면서 두 권의 책으로 나와서 아직도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 ebook으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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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 페이지

맛김치님의 댓글

작성자 맛김치 (125.♡.186.94)
작성일 08.15 19:33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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