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 비친 두 그림자 - 허민(1934)-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얀후니 119.♡.162.151
작성일 2024.08.21 21:17
194 조회
2 추천
글쓰기

본문

경남 사천 출신. 본명은 허종(許宗)이고, 민(民)은 필명이다. 허창호(許昌瑚), 일지(一枝), 곡천(谷泉) 등의 필명을 썼고, 법명으로 야천(野泉)이 있다. 측량기사였던 아버지가 허민 생후 삼 일째 되는 날 요절한 이후 어머니와 외조부의 슬하에서 자랐다. 1929년 곤양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어머니가 유엽 시인에게 청을 넣어 합천 해인불교전수학원(해인사 강원)에서 공부하였다. 1933년 해인사 강원을 수료하고, 해인사 사설강습소인 해명학원(海明學院)의 교원이 되었다. 1935년 이웃의 중매로 신채봉(愼采鳳)과 혼인하였고, 1937년 봄 진주로 내려가 동아일보 진주지국 기자로 일하였으며, 진주기예학교에서 국사와 동양사를 가르쳤다. 이 해부터 지병인 폐결핵을 앓다가 이듬해 기자직을 의원 면직하고 합천으로 돌아왔다. 1943년 봄 29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광복을 못보고 돌아가신 시인이 쓴 시 제목이 문에 비친 두 그림자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ssz4-Xedg8


저가 보기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처지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문에 비친 두 그림자(허민)


아버지 목은 가늘고

김 부자 목은 툭툭하다

종짓불 깜박이는 방 안에서

문에 비친 그림자 두 그림자.

김 부자 머리는 울뚝불뚝

아버지 머리는 솟을솟을

김 부자 주먹이 들었다 놓았다

아버지 허리는 구버둥하다.

“여태 이자(利子)도 아니 줘?”

큰 말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모기 소리 같은 말이 가늘게 들린다.

밖에서 그림자 모양을 보다가

김 부자 머리 보고 주먹으로 밀었지

“이제 봐 이제 봐”

큰소리 못하는 내 가슴도…….

(1934년 7월 9일 야로에서)



태그
댓글 0
글쓰기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