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글 '가난을 벗어나는 방법을 읽고' 내 맘대로 추가함
페이지 정보
본문
오늘 자게에서 읽은 글이 인상깊어 댓글을 달다가
그러지 말고 글을 쓰자 싶었습니다.
그 글은
https://damoang.net/free/1667965
입니다.
'가난의 중력장' 이라는 표현을 쓰셨더군요
지당한 표현이고 멋있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와 우리 부모님 이야기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80년대 고도성장기에 아버지 회사원 월급만으로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아버지 직장을 스스로 퇴직하시고 (당시 아버지 나이 30대 중반)
지방소도시 시장통에 아버지 어머니 같이 일하는 작은 가게를 창업 하십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셨어요
08~22시 영업입니다.
일년중 단 하루도 안 쉬셨습니다.
진짜로 진짜입니다!
추석이나 설날에도 교대로 근무하셨죠
우리 4가족은 가게에 딸린 단칸방에서 연탄불때며 살았습니다.
옛날말로 '점빵' 이라고 하죠
화장실은 푸세식이고 욕실이 따로 없으니 수돗가 다라이에 물받고 연탄 아궁이에 양은 냄비 올려 물 뎁혀서
씻었어요. 제대로 된 목욕은 일요일에 목욕탕에 가야만 가능한 것이었죠.
아주 가끔 아버지 친구분들 내외가 놀러오시면
4커플=8인의 30대 성인남녀가 단칸방에서 담배피고 술먹으며 옆에 누워서 자는둥 마는둥 하는 우리 남매랑 낄낄 대는 담배연기 자욱한 풍경이었습니다.
네네 물론 저보다 험한 환경에서 자라서 '라떼는 말이야~' 이렇게 썰을 푸는 분도 계시겠지요
당연합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위로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방점 두고자 하는 부분은
원글의 글쓴이가 가난을 벗어나는 방법에서 예를 들은것들을 완벽하게 지켰음에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렇게 극한의 노력끝에 (이렇게까지 아껴봤다라는 썰은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것같네요 너무 당연해서)
저희 부모님은 6년만에 신규분양 국평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됩니다.
적어도 저희 부모님은 원작자가 말씀하신
'여럿이 벌어라'
'아주 아껴라'
이 2가지는 철저하게 지키셨던거죠.
아버지는 담배를 먼저 끊으시고 곧바로 술도 끊으시고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꾸민다는 것을 아예 잊은채 아버지보다 더 열심히 일하셨어요
엄마가 참 대단한게 저보다 큰 가방을 메고 서울에 1박2일동안 가게에서 팔 물건들 사입하러 다니셨어요
도매업자에게 공급받는것보다 싸다고.
아버지가 그 아파트 카다로그를 들고 왔을때가 기억나는데요
자랑하며 들고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무심히 들고오셨고 나름 짱박아 놓는다고 한건데 집이 단칸방인데 어디에 짱박아놓습니까? ㅋㅋ
제가 그걸 보고서 너무 기뻐하던게 생각이 납니다.
'와 우리가 아파트??'
'와 누나랑 나랑 각자 방이???'
'화장실이 깨끗하고 밝다고??????????'
저는 그 입주일만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국5 정도였을겁니다(초5 아닙니다!)
아 그런데 청천벽력!
새 아파트를 분양 받아놨는데, 전세를 줬다는 아버지의 말씀
나는 푸세식 화장실이 너무 싫어 변비에 걸릴 지경이고
샤워 그때 그때 할 수 없어 몸에서 냄새나는것 같고
심지어 호우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새는데!!!!(스레트도 아니고 타이어가 몇개 올려진 함석판 지붕이었음)
"사치를 하지말고 좀 더 버티면 좋은 결과가 올거다" 라는 아버지의 말씀 ㅠㅠ
아니 어떻게 더,
아니 도대체 왜!!! 더 아껴야 하는건데 ㅠㅠ
새 아파트를 전세 돌리고 두 타임 정도 가니 IMF가 왔어요
부모님은 안그래도 방어적이셨는데 더욱 방어적이 되셨죠
안정적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우리는 여전히 열악한 집 셋방살이를 했구요(그래도 단칸방에서 2룸으로 신분상승!)
부모님은 시장통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저는 국민학생때는 그래도 우리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며 일하는것을 재밌어했습니다만
사춘기 시절에는 제가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하며 컸습니다.
남 보기 부끄러운 그 집에서 15년을 살았네요.
IMF가 끝나고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분양받은 그 아파트를 팔아버리고
'새로이 뜰 것이다' 라는 유혹에 인근 택지의 구축 아파트를 사셨어요
시장통의 열악한 '점빵' 에서 벗어나
경사없는 평지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냉난방이 되는
넓고 번듯한 점포를 얻으셨어요.
예전보다 벌이는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편한채 안정적으로 10년을 보내셨습니다.
이제 저희 부모님께 남은것은 무엇일까요?
빚은 없습니다.
지방 소도시 27평 아파트
연금과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버는 최소 생활비(저희 남매가 도와드릴 형편이 안됩니다. 죄송스럽게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것이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 입니다.
'생각이 트여있을것'
저희 부모님은 조금 고루한 분이세요
다모앙에 자주 올라오는 보수를 떠나 극우로 가는 분은 절대 아니신대
사회생활을 거의 안하시고
TV만 보시고
친구도 없으시고
하다보니 죄송하지만 생각의 폭이 좁고 씨니컬 하십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 때 그렇게 할 걸' 이라는 후회를 가끔 하세요
사실 그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금 여유가 있었거든요
분양받아놓고 살지 않다가 팔아버렸던 아파트는 지금 아주 인기 있는 아파트구요
돈이 있었음에도 '에이 여기가 뜨겠어?' 라는 의심때문에 사지 않았던 가게 자리는 지금 아주 인기에요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우리 부모님은 '보다 나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거에요'
삶이 너무 치열해서요.
우리 부모님은 장사를 하신 28년간 사회생활이란것을 아예 안하고 사셨거든요...
우리 가족 여행은 누나가 결혼했을때 처음 해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우 고달프겠지만
삶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책을 읽든 여행을 가든 무슨 모임을 하든
교류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되새겨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난을 벗어나는 방법
원 글쓴이가 하신 말씀 모두 타당하구요
그렇게 사시면서도 가끔은 여유를 불어넣으셔라 그렇게 조언해드리고 싶네요^^
- 게시물이 없습니다.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오히려 부상이라든가, 주변관계와의 괴리 등의 부작용이 남겠지요
그래서 ZONE2 러닝을 강조하나봐요 ㅎㅎ
곰돌곰곰님의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게 우리 부모님이 극도의 절약으로 모은 돈을 빌려간
친척분들은 지금은 자산가가 되셨죠. (빌린돈에 이자까지 갚으시고 지금도 친하게 잘 지내십니다^^)
당시 그분들이 자산형성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하셨는데도 우리 부모님은 듣지 않으셨어요
피키대디님의 댓글의 댓글
저희 부모님도 웬만큼 잘 사시는데
30여년전 지방보다는 서울 아니면 인근에 땅을 사라고 말씀드려도 듣질 않으셨죠.
언제나 서울 땅은 비싸서 두려워 하셨어요.
그 생각이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으시네요. 쉽지 않나 봅니다.
곽공님의 댓글
지금 보니..그때 대비 가격이 18배 올랐네요...
당시에 부모님이 팔지 않았으면 어땠을까...하는생각을 가끔합니다..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셨다니 다행입니다
곽공님의 댓글의 댓글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네 삶의 단면이죠
저희 부모님 같은분들 은근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사열대키맨님의 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홈페이지 즐겨찾기 해 놨어요^^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모앙님들 사랑합니다 ㅋㅋ
제러스님의 댓글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고도성장기였는데 부동산과 증권 모두 관심이 거의 없거나
그나마의 작은 시도도 실패하셨죠
말년에 빚 없는게 어딥니까!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근데 영~ 글솜씨가 없네요
soribaram님의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저렇게 극한으로 여유없이 살면 어떤 가족들은 꽤 높은 확률로 평화가 깨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우리집은 그렇지는 않았네요.
까사포르투갈님의 댓글의 댓글
벌이 잘 살고
꽃나무가 많아지고
말벌은 좀 없어지면 좋겠네요 ㅎㅎ
통화권이탈님의 댓글
fsweeper님의 댓글
윗 분 말씀처럼 개인의 힘드셨던 경험을 적어주신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지막에 담백하게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분석하신 내용이 더 대단하시네요.
글쓴님의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제가 여전히 좁은 시야로 살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고 삶의 태도를 바꿔야겠다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지붕님의 댓글
아시다시피 결과는 다 다르더라구요.
운도 따라야 하고.
옛날 생각도 나고 참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클리오리님의 댓글
아주 담백하게 작성 하셔서 읽는데 수월했습니다.
인생은 몇번의 포인트를 만나는거 같습니다. 그때 어찌하냐에 따라서 인생이 바뀌는거 같습니다.
1. 인생은 운칠기삼. 결과에 승복하자
2. 돈벌었다 자랑 하지마라
3. 주변인을 이해시키려 하지마라
종자돈을 모으는데 절약은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자돈을 모은뒤엔 돈으로 시간을 살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자돈이 모이면 투자의 단계를 거치는데 이때 전업투자를 할지 직업+투자를 병행할지 또 결정의 시간이 옵니다. 저같은 경우는 10년전 경매를 배울때 정말 욕심없이 배웠고, 낙찰받은게 없습니다.ㅎㅎ 하지만 그때 배운 지식이 10년후 사업하는데 참 많은 도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요근래 HOT했던 "세이노의가르침"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전자책은 무료로 알고있습니다.
은비령님의 댓글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단 한번 뿐인 "내 삶" 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달릴수록 시야는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힘들수록 조금씩이나마 숨 돌릴 여유를 만들어야 하죠.
너무 안타깝게도 부모님 세대는 그럴만한 생각을 할 기회가 없던 세대이긴 합니다.